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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비리의혹 야당 의원, 엄정 조치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장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의힘과 비교섭단체 5당 소속 국회의원 및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익위, 국민의힘 12명과 김의겸 등 적발  

특수본, 수사 서둘러 위법 여부 가려내야

국민권익위원회가 부동산 거래·보유 위법 의혹이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 12명을 적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야당 소속 국회의원과 가족의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조사한 결과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혹은 부동산 명의신탁 1건, 편법 증여 등 세금탈루 2건, 토지보상법·건축법 등 위반 4건, 농지법 위반 6건 등이다. 나머지 야당 중에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불법거래를 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권익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2명이 위법 의혹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민주당 의원들의 부동산 의혹이 드러나자 맹비난을 퍼부었지만, 부동산 ‘내로남불’에는 여야가 다를 게 없었다.

권익위는 민주당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의원 명단을 발표하지 않고 각 정당에 통보했다. 민주당은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 날 명단을 스스로 공개하면서 수사를 통해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전원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국민의힘과 열린민주당 역시 이에 못지않은 조치를 하는 게 마땅하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미 폭발 상태고, 정치인의 내로남불에 대한 비난이 뜨겁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직후 “적어도 민주당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공언했던 입장을 지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결과가 부당한지, 과도한 내용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등 벌써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의원 전수조사 요구가 나오자 현행법상 국회의원을 감찰 대상으로 하지 않는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꼼수를 보였던 만큼 권익위 발표 이후에도 미온적인 대처를 했다가는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조사에서 유일하게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사례로 지목된 김의겸 의원에 대한 의혹도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그는 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8년 7월 서울 흑석동 상가주택 건물을 매입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사퇴했다. 권익위는 김 의원이 당시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심각한 비리에 해당한다. 김 의원은 “흑석 재개발 9구역은 2018년 5월 시공사가 선정됐는데, 부동산을 구입한 날은 두 달 뒤”라고 반박했다.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는 최대한 수사를 서둘러야 한다. 권익위가 의혹이 있다고 봤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처럼 불기소 처분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실제 책임을 물릴 대상을 가려내야 한다. 민주당에선 의원들이 버티거나 탈당계를 받고도 수사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권익위 조사가 요식행위로 흐르지 않으려면 특수본이 의혹 제기 여야 의원들을 엄정히, 그리고 신속하게 수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