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마지막 메이저 대관식에도 한국 선수는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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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AIG 여자오픈 우승자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AIG 여자오픈 우승자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0년간 ‘절대 강국’이었던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2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끝난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은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공동 13위(6언더파)에 오른 김세영(28)이 최고 순위였다. 이 대회에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34·스웨덴)가 합계 12언더파로 메이저 통산 3승을 거뒀다.

한국은 2011년부터 매년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1명 이상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지난해에도 한국 선수들이 4개 메이저 대회(에비앙 챔피언십은 취소)에서 트로피 3개를 휩쓸었다. LPGA 톱10에서는 늘 한국 선수들이 경쟁했고, 메이저 대회 리더보드는 특히 그랬다.

그러나 올 시즌 5개 메이저 대회에서 한국 선수는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11년 만에 ‘메이저 무관’이다. 메이저 대회 10위 이내에 아무도 들지 못한 건 2003년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 이후 18년 만이다.

올 시즌 LPGA 투어 22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3번에 불과했다. 시즌 최다승 합작 기록에서 미국(7승), 태국(4승)에 밀렸다. 상금, 올해의 선수, 평균타수, 신인상 등 시즌 주요 타이틀 경쟁에서도 밀렸다. 이달 초 도쿄올림픽에 4명이 출전했으나 아무도 입상하지 못했다.

직접적인 이유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꼽을 수 있다. 두 달 휴식기를 갖는 예년과 달리 올해는 지난해 12월 중순 최종전을 치르고 한 달 만에 새 시즌을 맞았다. 코스, 날씨 적응 등 준비부터 빡빡할 수밖에 없었다. 출전 대회 일정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았다. 각 나라마다 다른 방역 체계 탓에 이동이 어려웠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 많은 한국 골퍼들이 불참했다. 꾸준하게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새 20대 초중반의 외국 선수들이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 가지 않고 곧장 프로를 선택했던 넬리 코다(23·미국)는 LPGA 5년 차에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패티 타바타나킷(22·태국), 유카 사소(20·필리핀)는 올해 메이저 대회 우승을 통해 LPGA 투어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박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미국, 태국, 일본 등 경쟁국들이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한국식 선수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다. 날씨와 코스 등 좋은 골프 환경 속에서 자란 선수들이 주니어 무대에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타바타나킷, 사소 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한희원 JTBC골프 해설위원은 “국내 무대에서 활약하는 젊은 골퍼들이 해외 활동에 대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박민지(23), 임희정(20), 박현경(20) 등은 국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미국 진출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세계 여자 골프 수준이 상향 평준화됐다”고 본 박원 위원은 “경쟁국에서 탄탄한 기량을 갖춘 젊은 골퍼들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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