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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의 전설 피아졸라, 그 아찔한 리듬에 빠져볼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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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다음 달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송영훈(왼쪽)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피아졸라의 새로운 탱고를 2021년식으로 해석하겠다”고 했다. [사진 클라츠컴퍼니]

다음 달 1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피아졸라를 연주하는 첼리스트 송영훈(왼쪽)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피아졸라의 새로운 탱고를 2021년식으로 해석하겠다”고 했다. [사진 클라츠컴퍼니]

올해는 아르헨티나의 탱고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92) 탄생 100주년이다. 첼리스트 요요마 이래, 클래식 연주자 대부분이 연주해봤을 ‘리베르탱고’, 피겨스케이터 김연아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택했던 ‘아디오스 노니노’, 감정적 현악기 선율로 인기가 많은 ‘망각’까지. 아르헨티나 사창가와 댄스홀의 춤이었던 탱고를 무대 위로 끌어올리고 전 세계의 사랑을 받도록 창조한 피아졸라의 업적이다.

가장 낮은 음의 두 현악기 연주자가 피아졸라를 위해 모였다. 첼리스트 송영훈(47)과 더블베이스 연주자 성민제(31)다. 다음 달 15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나이트클럽 2021’ 공연을 연다. 피아졸라 탱고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1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피아졸라에 가까이 갔던 연주자다. 뉴욕 줄리아드 예비학교와 음악원, 영국 노던 왕립음악원을 장학생으로 졸업한 그는 2006년 첫 음반으로 피아졸라 11곡을 녹음한 ‘탱고’를 냈다. 클래식 연주자의 독특한 첫걸음이었다. “90년대 초반에 영국에 있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는데 너무나 아름다워 BBC에 전화해 곡명을 알게 됐다. 그게 ‘아디오스 노니노(안녕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가 위독할 때였다.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만든 이 음악이 송영훈과 탱고의 첫 만남이었다.

피아졸라의 탱고를 사랑하게 된 송영훈은 피아졸라와 함께 밴드에서 연주했던 파블로 징어(피아니스트)를 찾아갔다. “뉴욕 그의 집에서 4~5시간 동안 탱고를 함께 연주했다. 즉흥 연주처럼 해야 해서 클래식만 공부해온 나에겐 쉽지 않았다.” 송영훈은 틈만 나면 그를 찾아 탱고, 특히 피아졸라의 음악을 배웠다. “탱고의 리듬은 타고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어렵다. 한국의 ‘뽕짝 리듬’ 같은 건데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송영훈의 ‘탱고’ 음반을 들으며 자란 성민제는 피아졸라 리듬의 매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줄다리기하듯 당기고 풀고 조이는 리듬이다. 엄격하면서도 자유로움을 준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피아졸라 ‘탱고의 역사’ 중 한 곡인‘나이트클럽 1960’에서 영감을 얻어, 나이트클럽 분위기로 꾸민다. 성민제는 “총 150여 곡의 악보를 구해 연주곡을 골랐다”고 했다.

피아졸라는 3000여곡을 썼다. 자신의 뿌리인 탱고를 기반으로 했지만, 기술적으로는 클래식 음악 기법을 공부했다. 특히 프랑스에서 20세기 현대음악의 스승인 나디아 불랑제(1887~1979)에게 배우면서 유럽 음악의 전통과 남미의 정서를 결합했다. 본래는 클래식 작곡가가 되려 했지만, 정체성을 찾으라는 스승의 충고로 탱고로 돌아갔다. 두 연주자는 피아졸라의 매력을 여기에서 찾는다.

송영훈은 “피아졸라의 탱고는 신중하고 전통적이다. 바흐를 가장 존경했던 피아졸라는 악보를 치밀하게 설계했고,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깊이가 느껴진다”고 했다. 또 “당시 노동자들이 술 마시고 추는 춤이 탱고였다. 애환이 바탕이 돼 감정을 정확하게 건드린다”고 덧붙였다. 성민제 또한 “연주자들에겐 어렵지만 들을 때는 쉽고 즐겁다. 그게 바로 작곡가의 천부적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두 연주자는 피아졸라 탱고의 매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생각이다. “피아졸라는 지난 시대 탱고와 구분 지어 자신의 음악을 ‘누에보(Nuevo) 탱고’라고 했다. 한 세대 더 지난 지금, 탱고를 또 한 번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고민했다.”(성민제) 탱고의 대표적인 악기로 피아졸라가 연주했던 반도네온은 빼고 피아노, 타악기, 콘트라베이스에 하프와 카운터테너의 허밍까지 포함되는 편성을 선택했다.

송영훈은 “피아졸라는 같은 작품도 매번 다르게 연주하게 된다”며 “잘 짜인 악보와 자유의 사이에 있는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공연의 마지막 곡은 ‘아디오스 노니노’다. ‘솔레다드’ ‘아베 마리아’ 등 숨은 명곡도 들려준다. 성민제는 “첫 곡으로 연주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오전 0시’는 한국 초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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