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술실 CCTV 의무화 복지위 통과…의협 “헌법소원 낼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복지위를 통과했다. 이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복지위를 통과했다. 이날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수술실 폐쇄회로(CCTV)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2015년 관련 법안의 첫 국회 제출 이후 6년 만에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소원 제기 불사 입장을 밝히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법률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심의·의결 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할 경우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의료인의 불법행위를 막고 환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환자나 보호자 요청이 있으면 수술 과정을 촬영해야 하며 환자나 의료인 모두의 동의가 있으면 녹음도 가능하다. 응급·고위험 수술 등의 경우에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수사 또는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쌍방의 동의가 있으면 열람도 할 수 있다. CCTV 설치 비용은 국가나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의료기관장은 CCTV로 촬영한 영상 정보가 분실·도난되지 않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 촬영 영상 정보는 3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

수술실 CCTV 설치 여론은 2014년 ‘수술실 생일파티’ 논란 이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성형외과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수술대에 올려둔 채 생일 파티를 하는 사진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CCTV 설치 법제화 찬성 여론이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 때문에 법제화가 계속 무산되다가 21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법 통과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6년간 끌어온 논의가 9부 능선을 넘게 됐다. 이 법안은 법사위에 상정됐으며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 개정안은 공포 후 2년 뒤인 2023년 하반기 정도부터 시행된다.

의료계는 그간 “수술실 내 대리수술이나 성범죄 등은 반드시 단죄해야 하지만 CCTV 설치가 해결책은 아니다”고 반발해 왔다. CCTV 설치 시 의료 행위가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환자의 민감한 신체 부위 등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진다는 주장도 해왔다.

의협은 이날 ‘CCTV 만능주의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정치권력이 사회 각 전문영역을 정화·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라며 “위험 속에서 환자 생명을 구하고자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을 감시하면서 행위 하나하나를 판단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이 법안은) 환자의 생사를 다투는 위태로운 상황을 기피하고자 하는 경향을 확산시킬 게 자명한 만큼 본회의에서 부결돼야 한다”며 “본회의 통과 시 헌법소원 등 법안 실행 저지 방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병원협회도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 행위에 대해 다양한 제재 방안이 있는데도 여러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법안 도입을 촉구해 온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유령수술, 무자격자 대리수술, 성범죄, 의료사고 은폐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작된 수술실 CCTV 관련 의료법 개정운동이 7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며 “신속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