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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무슬림들 “탈레반은 살인자…이슬람에 편견 없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국에서 7년째 아랍어 강사로 일하는 이집트 국적 무슬림(이슬람교도) 기훈(한국 이름)씨.

그는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소식에 몇 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에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테러사건이 큰 뉴스였다. 거리에서 마주친 한 남성이 그를 향해 “어휴 이슬람”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공격당하는 기분이었다”는 기훈씨는 “아프간 사태로 이런 편견이 심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2년 전부터 서울 소재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이란 국적 무슬림 이화(한국 이름)씨도 친구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히잡을 쓴 아프리카계 미국인 무슬림 친구가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당한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이화씨는 “탈레반은 극단주의자고 살인자다. 한국 내 아랍인과 무슬림에 대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최근에는 모스크(이슬람 사원)에도 잘 안 간다. 혹시라도 극단주의자와 어울리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아프간 인권과 여성 문제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도 촉구했다. 기훈씨는 “21세기인데 여성의 교육을 막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화씨는 아프간 주변국 회사나 아프간 여성에게 장학금을 주는 대학교 등의 정보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아프간 난민 문제와 관련해 기훈씨는 “한국이 난민 일부를 수용하면 좋겠다. 다만 신청자 중 극단주의자도 포함될 수 있으니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화씨는 “난민 수용은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한국은 인도주의적 지원에 적극적인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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