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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업무상 비밀이용 부동산투기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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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권익위)는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본인 또는 가족의 법령 위반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날 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의당·국민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시대전환 소속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직계존비속 등 총 507명의 최근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는 지난 6월 이들 정당의 조사 요청을 접수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같은 조사에선 의원 12명의 법령 위반 의혹이 발견됐다.

특히 권익위는 김의겸 의원에 대해선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재직하던 2018년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예정지의 상가건물을 25억7000만원을 주고 매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만 알 수 있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권익위는 “이미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권익위 전수조사를 통해 새로 밝혀진 의혹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농지법 위반 6, 탈세 2건 … 이준석 오늘 징계 논의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 단장이 23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특별조사 단장이 23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공직자가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샀다는 비판은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을 토대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흑석 재개발 9구역은 2017년 6월 사업시행 인가가 났고, 2018년 5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제가 부동산을 구입한 날은 두 달 뒤인 7월”이라며 “(당시) 누구나 살 수 있는 매물이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 12명에게 제기된 부동산 관련 법령 위반 의혹은 ▶농지법 위반 6건 ▶토지보상법·건축법·공공주택특별법 등 위반 4건 ▶편법증여 등 세금탈루 의혹 2건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1건으로 조사됐다. 권익위는 의원 본인이 연루된 사건이 8건, 배우자·자녀 등 가족이 연루된 사건이 5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의 출발점인 3기 신도시와 관련된 의혹은 발견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의원 조사에선 전체 적발된 16건 중 2건이 3기 신도시와 관련된 의혹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권익위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소유한 농지는 부산·인천·세종·충남·경북·강원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에 대해선 “이혼 준비 과정에서 의원의 배우자가 친오빠 명의로 돌려놨던 재산이 드러나면서 명의신탁 의혹이 알려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부동산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송부했다.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국회의원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권익위 조사 결과에 엄격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지난 6월 당 대표 선출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민주당의 기준보다 엄격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앞서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 하지만 실제로 탈당한 의원은 없었다. 오히려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출당시켰다.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권익위 발표 직후 국회에서 모여 오후 8시30분쯤까지 후속 조처를 논의했다. 이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원내 지도부와 상황에 대해 논의했고 다음 절차로 내일(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해 사안을 검토하고 처분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내용을 공유한 정도”라며 “징계 수위 관련 논의는 전혀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로선 전원 출당 등 강수를 둘 경우 당내 새로운 분란을 낳을 수 있고, 거꾸로 약한 징계를 택했다간 혁신 의지 후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딜레마 상황이다.

민주당은 압박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 한 음식점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만찬 뒤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보다 강하게 원칙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보겠다”고 말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국민의힘의 처분에 국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민심을 역행해 적당히 눈치 보며 빠져나갈 길을 모색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대선후보와 그의 가족이 부동산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는 찬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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