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계' 줄행랑 그 남자, 마블 도전 "와이 낫?"…이게 양조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19:48

업데이트 2021.08.23 20:18

영화 '색, 계'의 주연배우 탕웨이와 양조위. [중앙포토]

영화 '색, 계'의 주연배우 탕웨이와 양조위. [중앙포토]

앙코르와트 사원에 남몰래 사랑을 묻은 남자(‘화양연화’)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권력자(‘색, 계’)까지, 양조위(梁朝偉)는 팔색조 매력의 배우다. 영국령 홍콩에서 1962년 태어난 그를 량챠오웨이라고 부르든, 토니 룽(Tony Leung)이라 부르든, 그의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이견은 찾기 어렵다. ‘색, 계’ 한 작품 안에서도 사랑에 갈등하는 권력자의 절제된 눈빛부터, 생명 부지를 위해 5G급 속도로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모습을 완벽 소화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스틸컷.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스틸컷.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그런 그가 이번엔 마블 시리즈 악당으로 돌아온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통해서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선 그의 첫 할리우드 데뷔작이라는 점을 홍보 포인트로 삼고 있다. 지난 20일 게재된 엘르 멘 싱가포르판 9월호는 그를 표지모델로 등장시켰다.

양조위 엘르

양조위 엘르

그는 엘르 싱가포르에 “굳이 꼽아야 한다면 ‘색, 계’와 ‘2046’에서의 (내) 캐릭터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런 그와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는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양조위는 여기에도 완벽히 녹아든다는 게 엘르 싱가포르 측의 비평이다.

국내 영화사 공식 트레일러에 따르면 양조위가 연기하는 인물인 웬우는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온 악의 세력으로, 주인공인 샹치의 아버지다. 웬우는 아들에게도 같은 길을 걷게 하려 하지만, 자고로 아빠 말 잘 듣는 아들은 슈퍼 히어로물의 주인공이 못 되는 법. 샹치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부자(父子)는 적수로 맞붙게 된다.

양조위판 악당은 어떨까. 그는 엘르 싱가포르에 “웬우라는 캐릭터를 단순한 악당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며 “악당이라고 해도 인간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웬우는 소시오패스이면서 동시에 나르시시스트이며, 이런 캐릭터가 악당이 되어간 상황이며 다양한 이유를 탐구해 연기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진심인 양조위다운 발언이다. 왜 그리 항상 열심이냐는 엘르 측 질문에 그는 “그냥, 완벽하기 위해 노력을 계속하는 게 내 성격”이라며 “어쩔 수가 없다”며 웃었다고 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공식 스틸컷.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공식 스틸컷.

재미있는 포인트는 양조위가 원래는 악역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가 연기 인생 최초 악역을 맡았던 작품은 2007년 유위강(劉偉强) 감독의 ‘상성’이다. 당시 유 감독은 국내매체들과 회견에서 “양조위에게 악역을 제의했더니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더라”는 일화를 공개했다. 유 감독에 따르면 양조위는 한참 뜸을 들인 후 “해보겠다”고 먼저 연락을 해서 출연이 성가됐다고 한다.

양조위는 판데믹 이전엔 한국 영화계와 교류도 자주 했다. 사진은 2015년 그가 방한해 영화 '화장' 시사회에서 배우 안성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양조위는 판데믹 이전엔 한국 영화계와 교류도 자주 했다. 사진은 2015년 그가 방한해 영화 '화장' 시사회에서 배우 안성기와 함께 포즈를 취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번 작품은 아시아계 미국인 감독 데스틴 크리튼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같은 아시아계 감독인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서도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국계이자 중국계 미국인으로 지난해 골든글로브상을 타낸 여배우 아콰피나 역시 출연한다.

양조위도 곧 환갑이다. 부인 유가령(劉嘉玲ㆍ캐리 라우, 55)과 지난 2018년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이 둘의 로맨스는 유명하다. 영화계 커플로 20년 가까이 공개 연애를 해오다 유가령이 1990년 홍콩 폭력조직에 납치됐다. 이에 양조위가 당시 촬영 중이던 ‘아비정전’ 촬영을 중단하고 직접 구출해냈다. 이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양조위는 “내겐 유가령뿐이다”라고 못박았다. 둘은 부탄에서 2008년 결혼식을 올렸다.

39년에 걸친 연기 인생에서 할리우드 슈퍼 히어로의 악당을 맡은 그는 새 도전에 대해 묻는 엘르에 이렇게 답했다. “하는 게 맞다는 촉이 왔다. 내가 해 본 적이 없는 배역이니 더 그렇다. 아시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안 될 건 또 뭔가(why not)?”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