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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AZ 4개, 화이자 1개 맞지?" 의료진들 백신접종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서울 영등포구 구민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영등포구 구민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뉴스1]

“우리 오늘 오전에 아스트라 4개, 화이자 1개 맞지?”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A의원. 간호사들이 백신 사전 접종예약자들에게 놓을 백신 종류를 여러번 확인 중이었다. 혹시 모를 오접종을 막기 위해서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일명 ‘쥐어짜는 주사기’로 불리는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사용하면 한 병(바이알)당 최대 12명까지 맞추는게 가능하다. 화이자 백신도 한 병(바이알)당 최대 7명을 접종할 수 있다. AZ는 60~74세 2차 접종에, 화이자는 50대 접종에 쓰일 예정이다. 해당 병원의 백신 접종자 수는 오전에만 50명이 넘는다.

33㎡(10평) 정도 크기의 병원 대기실에는 22명의 백신 접종 예약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중에 사람들이 계속 병원을 찾았다. 백신 접종 예약자 일부는 왼쪽 팔 위에 ‘아스트라제네카’라고 쓰인 흰색 원형 스티커를 붙인 채였다. 한 간호조무사(48)는 “사람이 몰리니까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 스티커를 준비해뒀다”면서도 “오접종에 대한 우려가 늘 있다. 항상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접종 시기 겹치면서 동네 병원 혼란

이번 주부터 1, 2차 대규모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위탁의료기관이 비상이다. 지난 12일부터 60~74세 대상의 AZ 2차 접종이 한창 진행 중인데 지난 16일부터 50~54세 1차 접종이 겹쳤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오는 26일부터는 18~49세가 사전예약한 백신 접종도 시작될 예정이다. 와중에 개별 병원에서는 백신 ‘한 방울’이라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잔여 백신 접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자연히 동네 병원엔 백신을 맞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앞서 찾은 인근의 B내과도 마찬가지다. 문이 열리자마자 10명의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기 위해 병원에 들어섰다. 21㎡(7평) 남짓한 병원 대기실은 어느새 꽉 찼다. 대기 의자에 앉으려던 한 60대 남성은 가득 찬 대기실을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 데스크로 가더니 “다른 진료 받으면서 백신 접종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추석 전까지 전국민 70%가 1차 접종을 하려면 주중에 하루 평균 50만명 이상이 접종해야 한다. 앞서 방역당국은 이 시기 접종자가 몰릴 것에 대비해 의사 1인당 예진 인원을 당초 100명에서 150명으로 올려 안내했지만, 이에 따른 혼란은 현장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병원들이 부담하는 모양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구민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 창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23일 서울 영등포구 구민회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시민이 백신 접종 창구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여러 종류 백신 다루다보니 오접종 우려도

특히 의료기관에서 AZ와 화이자, 모더나 등 여러 종류의 백신을 취급하다 보니 오접종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의 한 의료기관에서 화이자 백종을 접종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10명에게 정량보다 훨씬 더 많이 투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도 오접종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이날 모더나 백신을 2차로 맞기 위해 C이비인후과를 찾았다는 유연자(67) 씨는 “오늘도 모더나를 맞으려 왔는데 사람이 많고 복잡해 혹시 다른 백신이 접종될까 걱정이 됐다”며 “혹시 몰라 (예진실에) 들어가서 의사에게 ‘모더나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의료진들도 백신 종류별로 스티커를 붙이고 접종 공간을 분리하는 방식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간호조무사는 “이번 주에 18세 이상 접종이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정신이 없어질 것 같아 걱정”이라며 “사전예약에 따라 한 시간에 10명씩으로 정해져 있긴 하지만 오접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의료진 모두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기관 관계자는 “사람이 많아져 백신 접종도 정신이 없는데, 잔여 백신까지 확인해야 하니 일이 고되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백신 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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