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증액 공평하다”더니…정의용 “차기엔 다른 기준으로”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18:29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MA 비준동의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SMA 비준동의 관련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지난 3월 미국과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타결하며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의 연간 증액률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시킨 것과 관련, 차기 협정에서는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 협상 전제 아냐…한ㆍ미 양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3일 11차 SM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협정에서는)부득이하게 국방 예산 증가율과 연동하기로 하고, 이것이 앞으로의 협상에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양해를 한ㆍ미간에 확실히 했다”고 말했다.

실제 타결 당시 가장 뜨거운 논란을 부른 게 연간 상승률이었다. 9차 SMA만 하더라도 매해 방위비는 전전 연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리되, 인상률이 4%는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규정했다.

하지만 국방비 증가율은 6.1%(국방계획에 따른 예상 연평균 증가율)라 한국 측의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게 된다. 올해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1조 1833억원인데, 11차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에는 약 1조 5000억원까지 인상될 수 있는 셈이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왼쪽)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로버트 랩슨 주한 미국대사 대리(왼쪽)와 정은보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가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사인 후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 자평  

이런 우려에 대해 당시 외교부 고위 당국자“우리 국력에 맞게 동맹을 위해 책임 있게 기여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국방비 지출이 국력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국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더 많은 방위비를 내 동맹을 튼튼히 하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였다. 정은보 당시 협상 대표(현 금융감독원장)도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 수준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날 정 장관이 앞으로는 방위비 연간 증가율을 국방비에 연동시키지 않겠다고 하면서 정부가 스스로 증액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을 시인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여야가 협정을 처리하며 “과거에 물가 상승률을 적용했던 것과 달리 방위비 분담금을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시킨 이번 합의는 한국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켰다. 정부는 이에 대한 국회의 심각한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향후 협상에서 합리적 분담 기준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라”는 부대 의견을 낸 데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정 장관은 “미국 측이 임의의 금액으로 갑자기 증액하는 것을 강하게 계속 요구해 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정부로서는 그래도 국회에서 예ㆍ결산 심의 대상이 되는 국방 예산 증가율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도 설명했다.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지만, 이것이 앞으로 협상 전례가 되는 건 아니다”라면서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지난 4월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오른쪽)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지난 4월 외교부청사에서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서명 후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전례 생겨…‘양해’ 실효성 의문

일각에서는 미국과 했다는 ‘양해’가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론적으로는 새 협정에서는 새로운 연간 인상률을 협의할 수 있지만, 정 장관이 언급한 양해를 양국이 명문화한 것도 아닌 데다 이미 전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방비를 기준으로 대폭 증액에 성공한 미국 측이 다음 협상에서 이를 순순히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차기 협정은 2026년부터 적용된다. 통상 협상은 직전 연도에 시작하는데, 2025년이면 한국에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 대폭 증액을 통해 다음 정부에 어려운 협상 여건을 넘겨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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