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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 날치기 D-2…송영길 "재갈은 무슨 재갈" 명분쌓기 총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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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한 주간지 기사를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한 주간지 기사를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작심하고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강행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 재갈 물리기라고 하는데 무슨 재갈이냐. 허위·조작 뉴스를 보도하는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것이냐”라며 “정치·경제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 감시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한 개정안이 언론계와 학계의 집중 비판을 받자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대기업 등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주체에서 제외하는 등의 수정안을 급조해 지난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송 대표는 이날 발언시간 대부분을 개정안에 비판적인 야당과 언론계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데 할애했다. “우리(국회의원)는 아무리 비판해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면서 “이 법 시행은 내년 4월부터다. 대선은 3월인데 대선을 위해 언론 재갈 물린다는 것이냐”라고 항변했다. 그는 또 개정안에 언론사의 광고 영업 관련 조항이 없는데도 “일부 인터넷(매체) 기자들이 협박하고 광고 강요하는 데 시달리는 중소기업인들이 이 법을 대환영한다”고 말했다.

“쇄신” 민망했나…명분쌓기 돌입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이틀 뒤(25일) “최하 품질의 악법”이라는 야당 반발을 뚫고 본회의장에서 재현할 언론중재법 개정안 최종 날치기를 앞두고 송영길 지도부가 직접 명분 쌓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전날 이번 개정안을 강력히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도마에 올렸다.

송 대표가 “전언(傳言) 정치하고, 의혹 제기하면 고발하고, 언론 재갈물리기의 대표적인 사람이 윤석열 본인”이라고 포문을 열자 “윤석열 후보의 언론 재갈 물리기는 착한 재갈 물리기냐”(윤호중 원내대표),“아직 낯술이 깨지 않아 아무말이나 하고 있는 것 같다”(김용민 최고위원),“가짜뉴스 살포 전에 언론중재법 개정안부터 읽어보라”(김영배 최고위원)는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아당 탓, 언론 탓은 4·15 총선에서 거여(巨與)로 거듭난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감행에 앞서 되풀이해 온 공식이다. 총선 3개월만에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관련 법안을 단독 처리할 때도 민주당에선 “어렵게 문을 연 임시국회가 통합당의 발목잡기에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박성준 대변인)는 등의 야당 탓이 쏟아졌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해 말 공수처장 추천 절차에 뒀던 야당의 비토권(veto·거부권)을 지우는 핵심인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때부터는 ‘야당 배제=국민의 뜻’이라는 논리가 일상화됐다. 당시 친문 핵심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80석을 만들어줬는데 검찰 개혁 하나 제대로 못 하냐는 지지자들의 열망이 크다”(친문 핵심 의원)고 말했다.

올 1월 중대재해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지난달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 주요 제·개정안을 야당 불참 속에 통과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엔 눈감은 채 “국민들이 언론개혁이 필요하다고 준엄하게 명령하고 있다”(김승원 의원) 등의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가 '습관성 날치기'로

4·7 재·보선 참패 후 “쇄신”, “협치”를 다짐한 송영길 지도부가 또 강성 지지층 논리에 매몰돼 “습관적 날치기(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 비난을 자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원 게시판과 친여 성향의 커뮤니티에는 “이런 거 하라고 180석 준 것”이라는 등 극성 지지자들의 압박성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송 대표의 발언을 두고 “(개정안을) 읽어보고도 찬성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고, 읽어보지도 않고 찬성한 것이라면 무책임한 것”이라며 “세뇌된 강성 지지층을 늘 정치적 흥분 상태로 유지해야 해서 매사 개혁 뽕이 필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이날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직접 맞대응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그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언론중재법)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한다고 하면 대환영”이라며 “이번 국회 안에서 이 법을 처리한다는 조건에서 제한된 필리버스터가 (성립)된다면 나부터 나와서 국민들에게 입법 취지를 편집되지 않는 생방송으로 생생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여기서 지도부가 물러서면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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