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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방 크기 줄고 회의실 넓어지고…코로나가 바꾼 오피스 공간

중앙일보

입력

2009년부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황점상 대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2009년부터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황점상 대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기업들은 모든 직원이 매일 사무실에 출근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꼭 만나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코리아 대표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공간 변화에 대해 이같이 말하면서 "사무실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일하는 개인 업무 공간이 아닌, 원하는 시간에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대기업 임원들이 넓은 집무실을 쓰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자기 업무 공간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개인 공간을 줄이는 대신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회의실 같은 기능적인 공간을 더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1917년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C&W는 전 세계 60개국, 400여개의 지사를 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다. C&W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국내에 진출했다. 황 대표는 2009년부터 한국지사를 이끌고 있다. 오피스·물류센터·상가(리테일)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분석하고, 기업의 의뢰를 받아 매각·임대 자문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기업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의 관리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사무실의 활용도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황 대표는 오히려 사무실을 확장하는 기업이 늘었다고 말했다. IT, 제약 등 코로나 수혜 업종 기업을 중심으로 사무실을 새로 짓거나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강남권에 사무실을 확장 이전하고, 주요 권역에 신사옥 건립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구글은 올해 초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을 확장하는 데 70억 달러(약 7조9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비어 있다.뉴스1

한 대기업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비어 있다.뉴스1

황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직원들의 업무 공간의 변화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사무실 면적을 늘리기 어려운 기업들은 공간을 기능적으로 재배치하거나 연관 부서를 모아놓은 거점 오피스를 설치해 활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는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도 가져왔다. 이 시기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건 이커머스(온라인 쇼핑)다. 제품을 보관할 물류센터의 중요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황 대표는 "이커머스 업체가 매출 1조원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물류센터 부지 약 1만5000평이 필요하다"며 "지난 1년간 이커머스 시장 매출은 60조~70조원가량 늘었다.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100만평 이상의 부지가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대 이커머스의 성장은 반대로 오프라인 상권의 몰락을 가져왔다. 지난해부터 강남역, 명동, 가로수길 등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핵심 상권에도 공실이 부쩍 늘었다. 지난달 말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분기(4~6월)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명동의 100평 이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역대 최대인 43.3%를 기록했다. 대형 매장의 공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코로나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에 상점 중에 문을 닫은 곳이 많다. 뉴스1

코로나 여파로 서울 중구 명동에 상점 중에 문을 닫은 곳이 많다. 뉴스1

황 대표는 "특히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관광 수요가 줄어든 명동, 남대문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이 지역은 화장품 가게가 30%에 달할 정도로 지난 10여년간 관광객 중심 상권으로 서서히 변화했는데, 코로나가 끝나지 않는다면 살아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홍대에 오프라인 매장을 낸 것처럼, 앞으로 대형 상권들은 체험과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황 대표는 "임대료 양극화도 심해져 주요 상권의 메인 거리와 골목의 임대료 차이가 더 벌어졌다"며 "고정 임대료 대신 매출에 따라 임대료가 결정되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 코로나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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