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권 존중' 말 뒤집는 탈레반 "남녀공학은 사회악, 없애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가니스탄 카불 소재 공원의 텐트 안에서 타카르주 출신의 한 학교 여교사(왼쪽 두번째)가 부르카를 입은 채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카불 소재 공원의 텐트 안에서 타카르주 출신의 한 학교 여교사(왼쪽 두번째)가 부르카를 입은 채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새 정부 수립에 앞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가 될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프간 현지매체 카아마 뉴스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남녀공학을 금지하는 첫 ‘파트와(Fatwa·이슬람 학자들의 율법 해석)’를 발표했다.

매체는 서부 헤라트 지역에서 이날 탈레반 고위 관리들이 대학교수와 사립 교육기관 소유주 등을 만나 3시간에 걸친 회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탈레반의 고등교육 최고책임자 물라 파리드는 “별다른 대안과 정당성이 없다면 남녀공학 교육은 종료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덕망있는 남자 교수나 여교수가 여학생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또 이 자리에서 탈레반 관리가 “(남녀공학은)사회의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사회에서 파트와는 지역에 따라 현행법보다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고 한다.

카아마 뉴스에 따르면 헤라트 지역의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에는 약 4만명의 학생과 2000명의 교수진이 있다. 탈레반의 파트와에 따라 향후 국공립 대학은 남녀공학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립대는 지금도 여학생 비율이 높지 않아 수천 명의 여학생들이 고등교육을 받지 못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22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고 지나가는 여성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22일(현지시간) 부르카를 입고 지나가는 여성들. [AP=연합뉴스]

한편 인도 매체 리퍼블릭월드는 아프간 중부 가즈니 지역을 관리하는 탈레반 관계자들이 최근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악 송출을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리퍼블릭월드에 따르면 가즈니 지역 방송국을 점거한 탈레반은 ‘오락 수단’에 따른 음악을 금지하고,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여성 근로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탈레반은 앞서 칸다하르 등 주요 지역을 점거하면서 방송국부터 장악했다.

탈레반 스스로 “수도까지 점령할 생각은 없었다”고 밝힌 카불 시내는 일주일째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카불에서 시중은행과 환전소 역할을 하는 '사라이 샤자다'가 폐쇄됐고, 이에 주민들은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은행이 문을 닫으며 월말 급여 지급은 지연되고, 시장 물가는 벌써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카아마 뉴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도 “탈레반의 급습으로 달러 현금 수송이 중단됐다”며 “아프간 시중에 달러는 제로(0)에 가깝다”고 밝혔다. 달러가 귀해지며 아프간에서 고강도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