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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ON] 이성윤의 檢 도발 "자신감 없는 공소장…공모 밝히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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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고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날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재판을 진행한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라 이 고검장은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았다. 뉴스1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고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이날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재판을 진행한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기일이라 이 고검장은 재판에 직접 출석하지는 않았다. 뉴스1

헌정 사상 초유의 ‘피고인 서울고검장’의 재판이 23일 시작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긴급 출국금지(출금) 사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된 이성윤(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고검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이 고검장은 준비기일엔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김학의 불법 출금 ‘검사 내전’ ②

대신 이 고검장 변호인인 이광범(61·13기) LKB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가 나섰습니다. 재판에서 검찰 측의 PPT 발표를 문제 삼는가 하면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공유하며 검찰이 제시한 공소사실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광범 변호사는 진보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그가 이끄는 LKB앤파트너스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의 사건 변론을 도맡아 왔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무죄 확정),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징역 2년 확정) 그리고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입시비리의혹 사건(1심 진행 중) 등이 LKB가 맡은 대표적인 사건입니다.

이성윤 측 "출금·수사에 개입 안 해…무고 증명할 것"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가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중앙지법 기자단에 이 고검장 측 입장문이 공유됐습니다.

변호인단은 입장문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문제점은 공판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므로, 미리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미 공소장이 유출돼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어느 일방의 주장만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어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공소사실의 문제를 지적하겠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 고검장 측은 "공소장에 따르더라도 김학의 전 차관 출금 과정에 개입은 이 고검장과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고검장은 안양지청의 수사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행위가 아닌 부분도 마치 피고인의 행위인 것처럼 또는 피고인이 공모해서 한 것처럼 적시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고검장은 관련 규정에 따라 적법한 보고절차를 거쳐 업무를 처리했으므로 안양지청의 수사에 개입할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부연하자면 이른바 ‘이성윤 공소장(公訴狀) 유출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공수처는 석 달째 진상조사만 진행 중인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공소장 언론 공개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서 불법 행위가 개입된 게 있는지 우선 법무부 자체 조사 결과를 참고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공소장 공개 자체가 형법상 피의사실공표나 공무상 비밀누설 등에 해당 안 돼 법리 논란도 벌어진 상황이기 때문이죠.

공수처는 지난 4월 이 고검장을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면담 조사하면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으로 번진 바 있습니다. 이 고검장은 기소 전 본인의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었죠.

檢-이 고검장 측, 공소 사실 PPT 발표에도 신경전

이성윤 서울고검장 변호인단의 박재형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성윤 서울고검장 변호인단의 박재형 변호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이 고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첫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고검장 측은 재판 도중에도 검찰에 각을 세우며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검찰이 파워포인트(PPT) 화면을 통해 공소사실을 설명하려 하자 변호인은 ‘공소장 일본주의(一本主義)’를 위반될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했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할 때는 법관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정해진 양식의 서류 외에는 다른 증거 등의 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칙입니다.

이에 검찰은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할 우려가 있는 부분은 제거했고 공소사실은 이미 다 공개됐다”며 “재판장이 결정한다면 어떤 방식도 상관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재판부는 “(변호인 주장에 대해) 다른 재판에서는 들어본 적 없는 생경한 주장”이라며 검찰이 준비한 대로 진행하되 진행 과정에서 변호인이 반박할 내용이 있을 때마다 지적하는 방식으로 심리를 이어갔습니다.

檢 "이성윤 수사외압" vs. 이성윤 측 "공소사실 불명확"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JTBC 캡처]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JTBC 캡처]

검찰은 이 고검장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시절인 2019년 4~7월 부서 직원들을 통해 안양지청 수사팀의 김학의 불법 긴급 출금 수사를 막기 위해 안양지청 간부 검사들에게 수사 외압을 넣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안양지청의 수사는 그해 7월 초 멈췄었죠.

이에 맞서 이광범 변호사는 "공소사실이 불명확하거나 길게 작성된 자체가 자신감 없는 공소장"이라며 "핵심은 몇 가지 안 되는데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고검장 측은 공소장에 등장하는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이 사건의 공범인지 여부를 명확히 해달라고 검찰을 압박했습니다. 변호인은 "당시 안양지청장 등 피고인 외 여러 사람이 (공소사실에) 등장한다"며 "그러면 그 사람들하고 공모해서 (범행을) 했다는 것인지, 관계없이 단독범행을 했다는 것인지 기소 전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변호인들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소장 구조 자체로 누가 공범인지, 누구에게까지 직권을 남용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며 "공소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공소사실에 대한 변호인단의 구체적인 입장은 다음 공판준비기일인 9월 6일 밝히기로 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준비기일에 증인신문을 비롯한 증거조사 계획도 세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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