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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한국과 경협 희망…합법적 정부로 인정 받기 원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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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 연합뉴스

탈레반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인 압둘 카하르 발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한국 등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연합뉴스가 23일 보도했다.

탈레반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카하르발키는 이날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인터뷰에서 새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밝히며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발키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발키는 지난 17일 무자히드 대변인의 첫 공식 기자회견 때 바로 옆에 동석하기도 했다. 앞서 연합뉴스는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정부 항복을 받아내자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수하일 샤힌을 통해 공식 입장을 물은 바 있다.

발키는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정부가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과의 경제 교류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발키는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최근 CNN방송은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 구리, 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가 1조 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2007년 아프간 주둔 한국군 고(故)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이 가운데 2명을 살해한 사건에 대해서는 “자결권에 따라 우리 권리를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출국을 제한당하고 안전을 위협받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며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하지만,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북한과 교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으며, ‘손목 절단 등 잔혹한 형벌 체계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우리의 법은 성스러운 종교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탈레반 측의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부 입장 등을 묻는 질의에 “우리는 아프가니스탄 내부 정세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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