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싱얼커, 논란 딛고 ‘반짝’ 인기 이어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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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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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커머스 매출 1억 위안(181억 200만 원) 돌파, 총판매량 60만 개

중국 토종 브랜드 리닝(李寧·LINING), 안타(安踏·ANTA) 등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 스포츠 업체가 지난달 ‘반짝’ 호황을 누렸다. 바로 2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훙싱얼커(鴻星爾剋)의 이야기다.

훙싱얼커가 깜짝 인기를 누린 이유는 홍수로 막대한 피해를 당한 허난(河南)성 이재민에게 5000만 위안(90억 7050만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에 감동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 ‘돈쭐(‘돈+혼쭐’의 합성어)’ 행렬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진 소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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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착한 소비’는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실직 후 딸 생일을 맞은 한부모 가정 아빠에게 공짜 피자를 선물한 인천의 한 피자 가게에 대한 사연이 보도됐다. 이후 사연에 감동받은 사회 곳곳에서 ‘돈쭐’ 성원이 이어져 연일 화제였다.

문제는 이러한 소비 행렬을 지속해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다. 올해 초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공짜 치킨을 준 한국 마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주문이 밀려들자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영업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훙싱얼커는 어떨까?

돈쭐 맞은 훙싱얼커에 의문을 제기한 네티즌도 많았다. 일부 네티즌은 훙싱얼커의 재무 데이터를 사례로 들며 “곧 파산할 수준의 재무 상태 속에서 어떻게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기부 논란을 주장하는 이들과 훙싱얼커를 지지하는 네티즌 사이 논쟁이 과열 양상을 띠자, 훙싱얼커는 “기부한 것은 현금이 아닌 물자”라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 소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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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만 399억 원 적자?

훙싱얼커의 기부 논란 중심에는 “훙싱얼커가 2020년 2억 2000만 위안(399억 140만 원)의 적자를 냈다”는 소문이 자리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훙싱얼커는 지난 한 해 전체 재무 상황을 공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훙싱얼커가 공개한 2020년 상반기 재무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60만 위안(1억 882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훙싱얼커의 2010~2020년 상반기 재무현황. (단위: 만 위안) [사진 NetEase]

훙싱얼커의 2010~2020년 상반기 재무현황. (단위: 만 위안) [사진 NetEase]

싱가포르 증시에서 퇴출 당했던 2010년에는 약 16억 9천만 위안(3057억 7170만 원)의 역대 최고치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으나, 이 수치는 9년 후 296만 위안(5억 3555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게다가 훙싱얼커는 수년째 푸젠(福建)성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20년 10월 푸젠성 상공업연합회가 발표한 ‘2020 푸젠성 100대 민영기업’ ‘2020 푸젠성 50대 민영 제조업체’에도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푸젠성 상공업연합회에 따르면 2018, 2019년 훙싱얼커의 매출은 모두 20억 위안(3620억 8000만 원)을 넘어서며 중국 스포츠 브랜드 중 중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넘어야 할 산 많아…

훙싱얼커도 한 때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 신발의 수도’라 불리는 푸젠성 진장(晋江)에서 2000년 설립된 훙싱얼커는 대부분 신발 브랜드의 시작과 같이 파운드리 업체로 출발했다.

이후 파운드리 업체의 한계를 체감하고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특히 테니스 분야를 공략했다. 유명 테니스 대회와 제휴해 이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훙싱얼커 테니스화 광고 포스터. [사진 소후닷컴]

훙싱얼커 테니스화 광고 포스터. [사진 소후닷컴]

훙싱얼커는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중 처음으로 해외 상장에 성공한 브랜드다. 2005년 싱가포르에 진출해 현지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훙싱얼커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안타, 터부(特步), 피커(匹克·PEAK) 등 모두 2007년이 되어서야 홍콩 증시에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당시 훙싱얼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훙싱얼커의 호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장 5년 만에 재무 조작을 이유로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그동안 다른 중국 토종 브랜드는 ‘애국 소비 성장’에 힘입어 빠르게 발전했다. 2019년 훙싱얼커의 매출은 28억 4300만 위안(5148억 6730만 원)으로 같은 해 터부가 기록한 매출(81억 8300만 위안)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으며, 안타 매출(339억 2800만 위안)과 비교해서는 10%도 채 미치지 못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2009~2020년 중국 주요 스포츠웨어 브랜드 매출 비교. 빨간색이 훙싱얼커, 하늘색이 안타, 노란색이 리닝, 파란색이 터부, 주황색이 360도(361°). (단위: 억 위안) [사진 NetEase]

2009~2020년 중국 주요 스포츠웨어 브랜드 매출 비교. 빨간색이 훙싱얼커, 하늘색이 안타, 노란색이 리닝, 파란색이 터부, 주황색이 360도(361°). (단위: 억 위안) [사진 NetEase]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안타 매출은 358% 증가한 반면, 훙싱얼커는 17% 증가한 데 그쳤다. 2004년 안타의 매출(3억 1200만 위안, 565억 1880만 원)이 훙싱얼커(6억 7000만 위안, 1213억 7050만 원)의 반도 채 되지 않은 것에 비하면, 안타는 지난 10년간 놀랄만한 성장세를 기록한 셈이다.

궈신(國信)증권이 정리한 ‘2021년 톈마오(天貓) 6·18 쇼핑 축제 기간 스포츠웨어 브랜드 매출액 순위’를 살펴보면 안타, 리닝, 피커, 터부, 361도(361°)가 차례로 상위권을 차지했다. 훙싱얼커는 순위에서 한참 밀려난 것이다.

안타와 리닝은 중국 국내 시장에서 파이를 넓히며 스포츠 업계 대기업으로 성장했으며, 각종 글로벌 브랜드도 규모가 큰 중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허쥔(和君)컨설턴트의 왕청즈(王承志)는 훙싱얼커가 중국 최초의 해외 상장 스포츠 브랜드임에도 불구, 시장 포지셔닝 및 마케팅 전략에 실패해 다른 브랜드에 밀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훙싱얼커 제품 광고 포스터. [사진 소후닷컴]

훙싱얼커 제품 광고 포스터. [사진 소후닷컴]

촌스러운 디자인도 훙싱얼커가 그간 적자에 시달렸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게다가 훙싱얼커는 해외 브랜드 제품을 모방했던 사건으로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안타와 리닝이 2008년 이후 매년 매출의 약 2%를 디자인 개발에 힘쓰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2021년 7월 30일까지 훙싱얼커의 특허 수는 겨우 53개로 터부(756개), 안타(904개)와 비교하면 이들 업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특히 2018년부터 ‘중국리닝’ 시리즈를 앞세워 ‘국조(國潮) 브랜드’로 이름을 알린 리닝은 이와 관련된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워 소비자의 ‘애국’ 감성을 자극했다. 리닝 역시 해외 브랜드에 밀려 2012~2014년 적자를 기록했으나 이후 ▲빅데이터센터 설립 ▲적자 점포 폐쇄 ▲연구개발 투자 등 적극적인 변화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리닝과 함께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안타는 휠라(FILA)의 중국 지역 상표권과 운영권을 인수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기부 사건, 터닝 포인트 될까

이번 기부 사건 이후 훙싱얼커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징둥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훙싱얼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2배 늘었다. 다만 안타와 리닝과 달리 일시적인 ‘돈쭐’ 세례로 수혜를 본 것일 뿐,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 등 문제는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 속 훙싱얼커의 흑자 전환 성공 여부가 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훙싱얼커가 매출 호조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훙싱얼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훙싱얼커 운동화는 저렴한 편이다. 400위안(7만 원)을 넘는 제품 라인이 거의 없다. ‘가성비’를 내세워 ‘착한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도 적자 타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장이(張毅) 아이미디어컨설턴트 CEO도 중국 현지 매체인 시대주보(時代周報)와의 인터뷰를 통해 “훙싱얼커가 이번 상황을 기회 삼아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하침시장(下沈市場·중국 3, 4선 도시 및 농촌 지역을 뜻하는 신조어)’을 노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렴한 가격으로 3, 4선 도시를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장 CEO는 “업계 상위권을 쟁탈하기 위해서는 1, 2선 도시 소비자 역시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왕 컨설턴트도 훙싱얼커가 기존 제품의 뒤떨어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제품 개발 ▲브랜드 마케팅 등 역량 재고에 주력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모바일 인터넷 발전으로 소도시 청년들도 소비습관이 많이 바뀌었다며, 이들 역시 대도시 소비자처럼 각 브랜드 파워를 비교해 구매한다고 부연했다.

과연 훙싱얼커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슬로건대로 ‘투 비 넘버 원(To be No.1)’을 달성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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