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속옷 색을 규정하는 등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서울 시내 학교의 학칙이 폐기된다. 서울시교육청은 비슷한 사례를 더 찾아 바로잡을 계획이다.
23일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31개 중·고등학교에 대한 특별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컨설팅 대상 학교는 학칙으로 여학생의 속옷 색깔이나 머리 모양 등을 규정한 곳이다. 31곳 모두 여자 중·고등학교다.
지난 5월 청소년단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는 여러 중·고교에서 여학생의 복장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학칙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가 받은 학생 제보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의 한 중학교는 머리끈과 양말·가방의 색을 단색으로 제한하고 있다. 한 여고는 이른바 '똥머리'(머리를 묶어서 위로 올리는 형태)를 금지한다.
여학생의 속옷을 규제하는 학칙도 있다. 문장길 서울시의회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시내 여중 44개교 중 9곳, 여고 85개교 중 22곳이 속옷의 색이나 무늬를 금지하고 있다. 관악구 한 여고는 여학생은 누드톤이나 파스텔톤의 속옷만 입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학칙은 상위 법령인 조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10일 서울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 중 '학생의 복장을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학칙으로 복장을 제한할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청소년단체의 문제 제기 이후 개선을 약속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월부터 한 달여 간 해당 학교에 대한 컨설팅을 시행했다. 서울교육청은 31개 여학교 가운데 6곳은 현재 해당 규정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25곳은 해당 규정을 수정·폐기하는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 짓기로 했다.
서울교육청은 1차 컨설팅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남녀 공학 학교에 대한 컨설팅을 지난 16일 시작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들도 속옷·양말 등에 대한 학칙을 갖고 있다. 다음 달 10일까지 컨설팅을 진행하고 해당 규정을 수정·폐기하도록 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