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있지만, 높은 수출 상승세가 이번 달 중순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 등에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더 큰 폭으로 올라서다. 원자재 가격 오름세가 지속하면 한 달 전체 무역수지 연속 흑자 기록도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322억 달러(약 37조886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일)과 비교해 이번 달 중순(15일)은 조업일수가 하루 더 많아서 일평균 수출액으로 하면 31.5% 증가했다. 반면 이달 초순 수입액은 358억 달러(약 42조 122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52.1%(122억5000만 달러) 늘었다.
수출액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더 많이 늘면서 무역수지도 35억1300만 달러(약 4조 1312억원) 적자를 봤다. 수입액 증가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15개월 연속 무역흑자 기록도 깨질 수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는 데다 환율까지 평가절하되고 있어 수입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실제 전체 한 달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달에도 20일까지 이번 달과 비슷한 규모의 적자(36억800만 달러)를 기록하다 한 달 전체 실적에선 흑자를 기록했다.
이달 중순 수입액을 보면 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관련된 품목이 많았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 영향에 원유(90.3%·47억2300만 달러)와 석유제품(200.4%·17억3400만 달러) 수입이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에 가스(198.2%·17억2700만 달러) 수입도 두 배 가까운 상승을 보였다. 최근 업황 호조에 관련 투자가 늘고 있는 반도체(17.3%·36억3600만 달러)·기계류(11.7%·14억5500만 달러)·반도체 제조 장비(48.9%·10억1000만 달러) 수입도 많았다.
수출도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제품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주요 수출품인 D램 가격 상승에 힘입은 반도체(39.8%·68억1100만 달러)는 물론 지난해 기저효과에 승용차(37.0%·14억4700만 달러)·자동차 부품(31.8%·9억5200만 달러) 수출도 높은 증세를 보였다. 또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업황 호조에 힘입어 석유제품(55.3%·20억5100만 달러)과 철강제품(57.2%·27억4800만 달러)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주요교역국 중 중국(37.3%)·미국(50.1%)·유럽연합(42.7%)·베트남(12.9%)·일본(49.0%)·대만(60.7%) 등에서 수출이 지난해보다 늘었다. 수입액은 중국(40.7%)·미국(60.3%)·유럽연합(40.4%)·일본(27.1%) 순으로 많았다. 또 주요 원자재 생산국인 호주(150.7%)와 사우디아라비아(138.5%) 수입도 큰 폭 증가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