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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7:00

업데이트 2021.09.03 09:44

팩플레터 126호, 2021. 08. 10

Today's Topic
일의 미래, 재택근무?

팩플레터 126호

팩플레터 126호

안녕하세요, 여러분! 팩플레터 박수련입니다. 며칠 새 바람이 한결 시원해졌어요. 이렇게 가을이 오는 걸까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저희는 지난주 재정비를 마치고 ‘화목금 팩플 리듬’으로 무사히 복귀했습니다.

8월.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전국 곳곳이 피서객으로 넘쳤을텐데요. 올 8월은 코로나 1년차이던 지난해보다도 더 썰렁한 것 같아요. 수도권은 8월말까지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되면서, 기업들도 사무실 재개(reopen) 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워졌고요. 휴가지에도, 도심에도 사람이 적습니다. 미국도 다시 비상이고요.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던 빅테크 기업들이 델타 변이 확산세로 재택근무를 잇따라 연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화요팩플에선 박민제·유부혁 기자'Future of Work & Workplace를 분석해봤어요. 코로나19가 일과 일터의 미래를 완전히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Work From Home(재택근무) 혹은 Remote Work(원격근무)가 표준이 된다면, 회사와 나의 관계는 어떻게 바뀔까요? 이 지점에서 여러분이 챙겨보시면 좋을 논점들을 목차 4번에서 짚었습니다. 설문에선 재택근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재택근무, 코로나19가 끝나도 계속하고 싶으신가요?" 금요 언박싱 레터에서 설문 결과를 분석해드리겠습니다.

🧾 목차
1. 뉴노멀의 노멀化

2. ‘재며’들었다
3. “재택아, 내 마음 나도 몰라!”
4. 재택이 초래할 불평등 ‘시한폭탄’
5. Future of Work : 하이브리드

1. 뉴노멀의 노멀化

2년째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19 위협은 원격(재택)근무를 ‘빼박’ 상시체제로 만드는 중.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자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던 미국 빅테크도 ‘델타 변이’ 변수로, 다시 복귀 시점을 늦추고 있다. 이쯤되면 재택은뉴노멀 아닌 그냥 ‘노멀’.

● 미국은 ‘연기 또 연기’ : 구글은 본사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 시점을 9월 1일에서 10월 18일로 미뤘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예방접종을 마치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애플·페이스북도 10월로 연기했고, 아마존은 아예 내년 1월로 미뤘다. 고객사와 대면 여부가 중요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투자은행들은  9월 복귀를 원하지만 역시 델타변이가 변수.
● 한국은 ‘알 수 없는 미래’: 백신 접종률이 낮은 한국 기업들은 복귀 시점조차 못 잡고 있다. 삼성·SK·LG등 대기업 대부분 정부의 방역 단계에 따라 1~2주 단위로 근무형태를 조정.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중 91.5%가 재택근무(사무직 기준)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2일 아예 “올해 말까지 재택근무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카카오도 지난해 7·11월 출근 체제로 일시 전환했던 때를 제외하곤 전사 재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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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며’들었다

재택근무? 프리랜서 혹은 IT 기업 직원들이나 가능한 거 아니었나. 보통 회사원들에겐 들어는 봤어도 본 적은 없는 ‘신화 속 동물’이나 마찬가지였는데⋯.코로나가 이 허들을 와르르 무너뜨렸다. 2019년 8월까지만 해도 9만 5000명이던 재택·원격 근무자는 1년만에 5배 가량 늘어 50만 3000명(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한국갤럽의 지난 3월 설문조사(직장인 1204명)에선 최근 1년새 재택근무 해본 이들(응답자의 30%)의 83%가 코로나19 이후 처음 재택근무해봤다고 답했다. ‘재택, 어디까지 해봤니?’

① 메타버스로 이주 : 프롭테크 플랫폼 직방은 아예 방을 빼버렸다. 서울 서초동에 있던 본사 사무실 임대기간이 지난 6월 종료되자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버린 것. 대신 직원 300여명은 직방이 만든 가상공간 메타폴리스로 출근한다. 메타폴리스에 만든 30층짜리 빌딩 중 4,5층이 직방 사무실. 원래 쓰던 오프라인 사무실과 같은 모양의 빌딩, 같은 층이다.

② 전국 어디서나 재택 : 메신저 라인 운영사 라인플러스는 지난달부터 ‘하이브리드 1.0’ 근무체제를 시작했다. 시범기간은 1년. 완전 재택부터 주 N회 재택까지 선택할 수 있고 근무지역은 제주, 강릉 등 전국 어디든 원하는 곳에서 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리조트 근무’의 현생 버전.

③ “집에서 사무용품 쓰세요” :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은 재택근무 첫달 직원들에게 사무용품 구입비로 30만원까지 지원중. 이와 별도로 인터넷통신 요금, 냉난방비 지원 명목으로도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④ 집과 회사 사이, 거점오피스 :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들은 거점 오피스를 주로 활용. 현대차 그룹은 지난 6월부터  서울과 경기 지역에 ‘H-Work Station’ 8곳을 마련했다. 직원들이 출근지를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SK텔레콤도 지난해 4월부터 서울 을지로, 종로, 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스타트업 직방의 가상 사무공간 메타폴리스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 직방]

스타트업 직방의 가상 사무공간 메타폴리스에서 직원들이 회의를 진행 중이다. [사진 직방]

3. “재택아, 내 마음 나도 몰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3월 31개국 직장인 3만 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73%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유연한 근무 원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같은 조사에서 67%는 “코로나19 이후엔 대면 접촉을 더 많이 갖고 싶다”고 응답한 것. 꿈만 같던 재택,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는 아이러니. 팩플이 재택근무 해본 직장인 10명에게 들어봤다. 재택의 명과 암.

① “재택아, 사랑해”
● 통근시간 58분 →1분: 재택근무 제1의 장점은 ‘출퇴근 해방’. 한국은 일 평균 통근시간이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화장할 필요 없고, 아침도 편히 먹으면서 오늘 할 일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다.”(IT 기업 30대 디자이너)
● 시간의 주인은 ‘나야 나’ : 아침형·저녁형 따질 것 없이 누구나 다 ‘9 to 6’에 맞추는 게 직장인의 운명이려니 했는데, 재택근무가 그걸 바꿔버렸다. 낮12시 땡하면 무조건 밥먹던 시절이여, 안녕. 회식은 줄고(76%), 가족과 보낼 시간(48%)이 늘었다(한국 갤럽, 직장인조사 2021). “집안 일, 자녀돌봄 등 연차·반차를 내야 했던 일을 짬짬이 해결할 수 있어 좋다.”(스타트업 40대 팀장)
● ‘상사 울렁증’ 자연치료: 대면이 줄어드니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줄고, 불필요한 회의는 사라진다. ‘상사 울렁증’도 재택이라면 자연치유 가능하다. “욕 먹을 때 얼굴 보지 않아도 되는게 가장 큰 혜택”(이커머스기업 40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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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재택아, 헤어져”

● 랜선에 가려지는 진심 : 모니터로 보면 안 보이는 게 많다. 미묘한 표정, 현장의 온도, 비언어 제스처는 랜선 앞에서 멈추기 일쑤. 회사 휴게실에서 만난 동료와의 스몰 토크(small talk)는 창의의 원천 아니었던가. “재택근무 오래하다 보니 이름만 아는 사람들과 일하는 기분. 소외감이 크다”(스타트업 30대 마케터)
● 메신저 딜레이, 비효율 : 옆자리라면 1분 안에 끝날 일, 재택에선 메신저 보내놓고 일단 기다려야 한다. “회사에 전화 문화가 없다 보니 메신저로만 소통한다. 여기저기서 답신이 잘 안오면 결국 화상회의를 잡게 되는데 1분이면 해결될 일이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회의로 둔갑한다” (대형 IT기업 30대 개발자)
● “내 근무를 입증하라?” : 상사 눈엔 안 보이니, 내가 집에서 열일하고 있다고 입증해야하는 ‘근무 증명 노동’이 등장했다. 수시로 결과물을 공유해 나의 존재를 동료들에게 확인시키려는 초조함도 커진다고. “평사원 입장에선 내 성과를 계속 노출하지 않으면 ‘집에서 논다’는 오해받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을 느낀다.”(IT 대기업 20대 직원)
● 일과 가정, 밸런스? 짬뽕! : 재택의 세계에선 사는 곳이 곧 일하는 곳이요, 그곳이 곧 회사렷다. 언제부터 퇴근인지 물리적 심리적 경계선이 흐릿해져 더 힘들다고. “퇴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퇴근후에도 같은 곳에 있다 보니 오히려 워라밸이 무너진다.”(이커머스기업 40대 팀장)

4. 재택이 초래할, 불평등 시한폭탄

재택의 일상화는 기업 문화, 인사관리 체계도 흔들고 있는데. 기대와 우려 속에 새로운 쟁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등장.

① 불평등 재택 :재택, 하란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지난해 연봉 2만 달러 이상 직장인 2500명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집에 업무용 방을 가진 사람은 49.4%, 침실서 일한다는 사람은 26.3%였다. 24.4%는 공유 공간에서 일한다고.
● 한국도 마찬가지. 재택 애로사항 1,2위는 배우자·자녀·반려동물 등 가족과 인터넷 환경이었다.(한국갤럽, 직장인조사 2021)
●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연구보고서 〈재택근무는 어떻게 작동하나〉에서  “소득 높은 직원이 재택근무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고,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은 뒤쳐지고 있다”며 “불평등 시한폭탄이 재깍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② 재택 역차별 :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재택의 시대엔 ‘승진’이 멀어질 수도.
● 9 to 6 출퇴근제 기반이던 회사는 재택근무자들에 대한 평가가 새로운 도전. 재택근무시 리더십을 교육받을 기회도, 발휘할 기회도 줄어들기 쉽다.
● 니콜라스 블룸 교수가 2014년 중국 여행업체 씨트립에서 9개월간 1000명 직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재택근무자 생산성은 13% 더 높아졌다. 하지만 사무실서 일한 동료 대비 승진율은 50% 이하였다.
● 페이스북은 지난해 재택근무자의 연봉을 조정하겠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실상 연봉 삭감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빅테크의 정책은 타 기업의 재택근무자 평가/보상의 가이드라인이 되기도.

뉴욕타임스는 “재택근무자는 (회사에서) 잊혀질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편견은 직장을 보다 다양하고 포용적으로 만드는 데 새로운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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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성과 평가는요? : 자율 존중, 그러나 관리는 더 촘촘.
● IT기업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이직이 자유로운 문화라 재택근무자에 대한 평가 고민은 덜한 편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은 평가에 변화를 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다만, 성과 관리 방식은 더 촘촘해지는 추세다.
● 라인플러스는 지난해 8월부터 상시 성과관리 시스템 ‘P토크’를 추가했다. 기존엔 연1회 평가였지만, 재택근무 확산후 개개인이 자기주도적으로 목표를 관리하고, 팀장과 팀원들이 피드백을 상시 주고 받게 바꿨다. 출시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게임회사들도 비슷. 국내 중견게임사 인사실장은 “몇 달 주기로 달성 목표(마일스톤)를 점검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라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④ 근로 시간은요? : 국내에선 재택근무자의 근로시간 측정 문제도 핫이슈
● 지난달부터 5~49인 규모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로제가 적용됐다. 온라인 출근도장이 필요해졌다는데, 보통은 ‘사내 전산망 접속=근로 시작’으로 친다. 하지만 중간에 딴짓은 어떻게? 일부 기업은 사내 전산망으로 마우스 움직임을 추척해, 마우스 정지 시간이 길거나, 메신저에 응답하는 시간이 늦어지면 직원에 경고한다고.
● 국내 중견 IT 기업 인사 담당자는 “개인의 양심에 맡기지만, 15분 이상 이탈하면 조직장이 근로시간에서 뺀다”며 “하지만 30분 이상 자리 비웠어도 ‘전화 통화하고 왔다’고 하면, 사실 뭐라 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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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uture of Work : 하이브리드

재택,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본 사람은 없다. “평생 재택근무와 연봉 3만 달러(약 3300만원) 인상 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미국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지난 4월 애플·아마존·구글 등 45개 기업 직원 3019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이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64%가 ‘평생 재택근무’를 택했다.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한 산업일수록 재택을 기본옵션으로 둬야할 지도. 잡플래닛 김지예 이사는 “기업이 재택근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직원들의 마음만 상한다. 근무 만족도가 떨어지면 인재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의 미래’는 재택과 출근을 섞는 ‘하이브리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앞서가는 기업들은 지금.

① 문화를 바꾸고 : MS
'생산성 제고’의 달인 MS 365를 보자. 제라드 스파타로 MS 365 부사장은 지난 3월 회사 블로그에 “미래의 일은 ‘하이브리드’”라고 진단. MS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업무시간의 최대 50%까지 재택근무할 수 있게 했다. ‘본 투비 하이브리드’를 위해 기업문화 변화를 강조한다. 직원을 믿고 자율시간을 주는 대신 성과를 중시하는 방향이다. 이를 위해 팀장이 팀원과 3~4개월마다 목표를 같이 세우고 진척도를 점검한다고. 근무 시간 외에 이메일 보내면 “꼭 지금 보내야하냐”고 AI가 경고문을 띄운다. 박상준 MS코리아 이사는 “직원을 신뢰한다면 재택근무에 대한 우려는 체계적인 성과 관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신사옥 이미지. [사진 네이버]

네이버의 신사옥 이미지. [사진 네이버]

② 사무실도 바꾸고 : 네이버
네이버가 올해 말 완공할 제2 사옥에는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출근자를 위해 중대형 병원 수준 방역 안정성을 확보했다. 층마다 독립적 외조기(내외부 공기순환장치)를 설치해 공기가 섞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사내 식당·카페는 비대면으로 주문하고, 택배·도시락은 로봇이 배달한다. ‘돈 터치’도 핵심. 화장실 문은 자동문, 엘리베이터도 개인 스마트폰으로 호출한다. 재택 근무자와 협업을 고려해 1인 화상 회의실을 층층이 배치했다. 박태준 인천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방역과 업무 효율을 고려한 미래형 사무공간”이라고 평가했다.

③ 팀장 교육, 새로 한다 : NHN
NHN은 지난해 5월부터 ‘수요 오피스’를 시행 중이다. 매주 수요일 전 직원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제도. 자회사 NHN소프트는 한 발 더 나갔다. 지난해부터 회사 근무는 주8시간만, 그외엔 모두가 재택근무하는 ‘오피스 프리(Office Free)’다. 핵심은 중간관리자 교육. 백승욱 NHN 인사팀장은 “자율적으로 일하려면 조직장이 적재적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 그는 “만나서 해야 할 일, 각자 해야 할 일의 가르마를 잘 타고 서로 꼭 지켜야 할 그라운드 룰을 만들고 부서원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것 모두 중간관리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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