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원 "탄광 근무 26년 뒤 백혈병으로 사망, 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탄광 근무를 그만둔 지 26년 뒤 백혈병을 진단받아 결국 사망한 근로자가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 유환우)는 1978~1991년 한 광업소 등에서 분진 작업에 종사한 이후 2017년 9월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 A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 등을 지급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탄광 근무 이후 2015년부터 3가지 질병에 걸렸다. 그는 2015년 11월 전립선암을 진단받았고, 1년 10개월 뒤에는 만성폐쇄성 폐 질환을 진단받았다. A씨는 폐 질환과 관련해 2017년 2월 최초로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이후 2017년 6월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고 3개월간 치료하던 중 사망했다. A씨의 직접 사인은 골수성백혈병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년 2월 망인이 된 A씨가 장해등급 제3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업무상 질병을 인정했다.

유족 측은 “A씨가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려 전립선암에 대해 수술을 하지 못하고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 방사선 치료로 급성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기 때문에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과거 탄광에서 수행한 업무와 골수성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A씨의 백혈병 발병의 원인이 방사선 치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유족 측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돼 소송을 진행했다.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는 폐 기능 불량으로 전립선 적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부득이 방사선 치료로 선회했다고 볼 수 있다”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 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 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돼 사망한 경우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