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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자녀교육, 아빠에 달렸다···갈매기 33%도 그래서 이혼" [오밥뉴스]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6:00

업데이트 2021.08.31 17:25

부모의 길을 묻습니다.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는 부모가 무엇인지 모르고 부모의 삶을 시작합니다. 우리의 부모가 그랬듯,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일에 허덕여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부모되기는 나,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랑할 것인가, 과연 우리는 이 엄청난 작업을 평생에 걸쳐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며 답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오밥뉴스는 걱정 많은 대한민국 부모들을 위해 매주 월요일 ‘미래부모를 말하다’를 전해드립니다. 이번 편은 진화생물학자 최재천(67)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이야깁니다.

“미래부모 되기 참 쉽죠 잉~”

영화 '인터스텔라'가 구현한 블랙홀이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이었듯 최 교수의 연구실도 벽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오래된 책 냄새가 최 교수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웃음소리와 뒤섞여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처럼 느끼게 했다. 우상조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가 구현한 블랙홀이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이었듯 최 교수의 연구실도 벽면이 책으로 둘러싸인 고요하고 아늑한 공간이었다. 오래된 책 냄새가 최 교수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웃음소리와 뒤섞여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처럼 느끼게 했다. 우상조 기자

자연계를 연구하는 최 교수는 글 잘 쓰는 학자로 유명하다. 깊이 탐구해 얻어낸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특유의 통찰력 덕분에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미래로 가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 또 부모의 길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는 자녀교육의 핵심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에게 달려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아이들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인 ‘육감’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이래라 저래라 하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최고의 자녀교육… ‘내 아이를 믿어라’

최 교수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연사 중 한 명이다. 그가 강연에서 "자녀보다 키 큰 부모는 손을 들라"고 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에게 미래 준비를 맡겨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자답게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반드시 낫다"며 "(생존 문제에 있어) 아이들은 동물적인 육감이 있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은 그의 강연에 환호한다고 한다. 우상조 기자

최 교수는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연사 중 한 명이다. 그가 강연에서 "자녀보다 키 큰 부모는 손을 들라"고 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에게 미래 준비를 맡겨야 한다는 그의 지론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자답게 "자녀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반드시 낫다"며 "(생존 문제에 있어) 아이들은 동물적인 육감이 있다"고 확신한다. 아이들은 그의 강연에 환호한다고 한다. 우상조 기자

그가 학부모 대상 강연에서 자주 하는 비유는 바로 “자녀보다 키 큰 부모가 있느냐”는 것이다. 키를 비유로 미래에 대한 눈을 묻는 것이다. 그는 반문했다. “자, 내 아이가 나중에 어떤 일을 했으면 좋겠다, 계획을 세우시려면 적어도 20년 후는 내다보셔야 해요. 그 아이가 공부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가 20년, 그 후 아이가 그걸로 먹고 사는 시기가 또 20년. 총 40년 후를 내다보고 아이를 끌고 가셔야 하는데 이게 가능하십니까?”

그는 부모들에게 ‘내려놓을 것’을 당부했다. “저는 미래 예측도 하고,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이걸 관찰하고 사는 사람이잖아요. 몇 십 년 동안 계속해서 권좌를 누린 (산업, 학문) 분야는 없어요. 다 바뀌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알아요. 그걸 조리 있게 설명하는 아이가 있을 거고, 설명은 못하는데 끌리는 아이도 있고. 그 아이들의 육감이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이들이 모바일 게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의 활용이나 이해도가 높은 것에 대해서도 새 시대에 대한 적응력이라는 점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하다못해 인터넷 검색도 잘하고요. 아이들은 문제가 없어요. 자기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구상도 있고,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동물적인 감각도 있다고 저는 믿어요.”

그는 말한다. “세대는 반드시 더 나아지게 돼 있습니다.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반드시 우수해요. 그러지 않았으면 세상은 벌써 멸망했겠죠. 역사가 증명해왔잖아요. 우리 아이들은 우리보다 훨씬 낫습니다.” 내 아이를 믿어주는 것, 최 교수가 전하는 자녀교육 최고의 팁이다.

딴짓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라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수학적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최 교수. "대한민국 아이들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관 같은 세계의 인재가 나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그는 믿는다. 우상조 기자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수학적 마인드'를 키우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는 최 교수. "대한민국 아이들은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관 같은 세계의 인재가 나오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그는 믿는다. 우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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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리나라의 교육, 입시제도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옥스퍼드, 캠브리지대 학생들도 못 풀 (수능) 문제를 풀라는 게 말이 될까요. 최소한만 가르쳐야 합니다. 읽기, 쓰기가 그런 것일 수 있고요. 아이들 각자가 관심 갖는 분야로 딴짓 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줘야 해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여러 사람이 각기 다른 재능을 펼치며 살아가는 나라가 막강한 힘이 되는 겁니다.”

그는 최근 세계에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준 BTS(방탄소년단)와 배우 윤여정을 예로 들었다. 4차 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인데, 미래를 예측하고 모두가 비슷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최 교수의 인생 여정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 한국 과학계에선 ‘동물’에 관한 연구는 유망한 분야는 아니었다.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인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에도 대학원생들이 모두 개미를 연구할 때 그는 ‘민벌레’를 연구하겠다고 졸랐다. 생물학적 진화과정을 보기 위해 개미보다 앞선 민벌레를 연구할 심산이었다.

“2017년에 해외에서 곤충학 서적 편찬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어요. 민벌레 연구를 그만둔 지 10년인데, 제게 그 부분을 써달라고 연락이 왔더라고요. 고사하다가 결국 하게 됐는데 100여 편의 최신 논문을 다시 읽으며 정리했어요. 모두가 세계 권위자로 동물들을 한 챕터씩 쓰는데 저는 겨우 화석 50여종이 발견된 분야에서 ‘세계 일인자’ 소리를 듣는 거죠. 일인자라는 거 ‘참 쉽죠 잉~’하는 우스갯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최재천 교수가 전하는 자녀교육 TIP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6일 서울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6일 서울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우상조 기자

 갈매기 부부처럼 양육 반반씩

최 교수는 자녀교육의 핵심은 ‘자녀’가 아니라 ‘부모’에게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보고 자라는 부모가 어떤 사람이냐가 중요하다는 것. “자연계 동물 부모들은 가르치지 않거든요. 배움은 있는데 가르침은 없어요. 단지 보여주죠.”

‘보여주는 것’은 자녀교육의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부모교육의 핵심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에서 최 교수는 아빠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자녀양육에서 남자와 여자, 아빠와 엄마의 역할이 선천적으로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 교수는 갈매기를 예로 들어 ‘반반육아’를 주장했다. 그는 양육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동물도 이혼을 한다고 말했다.

“새는 번갈아가며 앉아요. 암수가 시간을 재면 거의 똑같이 알을 품어요. 한때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갈매기 부부의 이혼율이 3분의 1이었어요. 왜 이혼을 할까요. 갈매기가 둥지를 트고 알을 키울 때, 한 마리는 둥지에 있고 한 마리는 물고기를 잡아오며 서로 교대를 해요. 그런데 이 교대 시간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 해에는 다른 짝을 찾더라고요. 저 놈이랑 내년에 또 애 키울 생각하니 끔찍하다 뭐 이런 거죠.”

양육은 아빠들의 권리, 빼앗기지 말아야

그는 아빠가 얼마나 양육과 교육에 힘쓰느냐가 아이의 성장, 나아가 가족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은 주로 엄마가 하고, 아빠는 거들고 도와주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그거 동의 못해요. 교육은 아빠 엄마가 공히 공동 작업을 해야 하는 거예요. 남편들이 적당히 끼어들어서 도와주는 걸로 하면 안 되고요. ‘내 일’이어야 해요.아빠가 양육에 적극 참여한 집에서 자식이 잘못 되는 경우 별로 없다고들 하잖아요.”

최 교수는 자신의 과거 육아 경험도 얘기했다. “저는 도와준 게 아니라,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거든요.” 최 교수는 미국 미시건대에서 강의할 때 아이를 돌봐줄 베이비시터가 늦으면 아이를 데리고 강의실에 가서 강의를 하곤 했다. 동료들은 그를 보며, 하버드대 더들리 허슈바크(Dudley Herschbach・198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교수가 강의실 한 쪽 구석에 아이를 데리고 와서 강의한 모습에 빗대 “노벨상감”이라고 추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그는 맞벌이 아내와 아이를 번갈아 돌보며 학교로 데려오는 일이 많았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나 동료 교수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 ‘아내도 없나’, ‘프로페셔널리즘이 결여됐다’는 강의평가도 있었다. 그럼에도 최 교수는 아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소중한 선물로 기억하고 있다.

“동물로 태어나서 자기 새끼 키우는 일이 제일 재미있는 일이에요. 대한민국 아빠들은 당연히 주어진 권리를 빼앗긴 줄도 모르고 일벌레로 살고 있어요. 그러면 안 됩니다.” 명절에 소외되는 아버지, 돈 버는 기계로 취급받는 아버지라는 지난 세대 아버지들의 슬픈 자화상을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자녀와의 시간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부모 속 터지는 마음, 이해해요

지난 7월 초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시대의 석학인 그에게 '21세기 부모의 길'을 물었다. 우상조 기자

지난 7월 초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종합과학관 연구실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만났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시대의 석학인 그에게 '21세기 부모의 길'을 물었다. 우상조 기자

최 교수는 부모로서 자식을 지켜본다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한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딘 아들에 대한 그의 심정도 다른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아휴 그러니까, 강의는 ‘자녀들의 아름다운 방황을 관찰하며 부모님은 따뜻한 방목을 하시라’ 해놓고, 내 아들이 그러니 참 힘들더이다. 내가 막상 당하니까 솔직히 쉽지 않아요. 부모님들 속 터지는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최 교수의 아들은 대학졸업 후 8년째 스타트업 창업에 도전 중이다. 이마저도 2전 3기, 두 번 실패 후 세 번째 도전이다. 아들이 선택한 일을 응원하지만 잘 되는지 늘 노심초사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아들을 믿는다. 어떤 일을 하든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스스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도 아들에게 실망하고 여느 부모들처럼 고성을 치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의 아들이 대학 때 일이다. 아내와 함께 아들을 보러 미국까지 갔지만 저녁이면 나가버리는 아들에게 그는 서운함과 걱정이 앞섰다. 이역만리를 달려온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듯이 타인에게도 무심한 아이가 아닐까도 싶었다. “비가 쏟아지는 길거리에서 아들과 얘길하다가, 제가 화가 나서 ‘이기적인 놈’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했어요.”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흑인촌에서 ‘방과후 학교’를 짓고 교육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그의 마음은 걱정에서 안도로 변했다. “부모가 그렇게 나쁘게 살지 않았다면 아이가 그걸 보고 자기가 해야 하는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생태환경운동과 소외지역 학교 강연 등을 해오던 그이기에 자신의 신념과 노력이 아들에게도 전해졌을 거라는 믿음일 것이다.

최재천 교수는 지금?

최 교수가 요즘 자주 하는 말은 “‘좋아요’를 눌러주세요”다. 유튜브 채널 ‘아마존’을 열고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올리면, 그가 답을 올려주는 ‘내공왕’ 프로그램도 있다. ‘중학생인데 자식을 꼭 낳아야 하나요’ , ‘인간처럼 자살을 하는 동물도 있나요’ 등 자연생태계 질문 외에 기상천외한 인생 질문에도 석학의 재치 있는 답을 들려준다. 수익은 최 교수가 운영하는 생명다양성 재단의 생태 환경 연구 등 공익 활동에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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