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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영화도 한다고? 스튜디오N, 존재의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6:00

업데이트 2021.09.03 09:39

팩플레터 127호, 2021.08.12

Today's Interview
네이버가 영화도 한다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 오늘은 ‘목요 팩플’ 인터뷰와 함께 인사드려요. 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웹소설 시장서 플랫폼 경쟁을 한다는 얘기, 이젠 뉴스도 아니죠.😆 두 회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도 ‘IP 명가’ 타이틀을 향해 뛰고 있습니다.

특히,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요즘 영상 콘텐츠의 IP 보고인데요. 웹툰이나 웹소설 원작을 활용해 영화·드라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이들 플랫폼 기업은 좀 다르게 일합니다.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N’이 대표적이에요. 스스로를 브릿지 컴퍼니(bridge company)로 정의하는 이곳은 ‘일이 되게 만드는’ 회사입니다. 일을 어떻게 하길래 그럴까요. 스튜디오N의 권미경 대표를 김정민 기자가 만났습니다. 충무로 큰손이던 그가 왜 네이버웹툰의 시너지 조율사가 되었는지, 들어보시죠.😃

팩플레터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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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영화를 한다. 드라마, 애니메이션도 만든다. 직접은 아니다. 늘 그랬듯, 연결할 뿐이다. IP(지식 재산)를 팔고 싶은 쪽과, IP를 사고 싶은 쪽을.

네이버웹툰의 5000여 IP를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공연 제작사와 연결하는 브릿지 컴퍼니, 스튜디오N의 이야기다. 스튜디오N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2018년 8월 설립됐다. 자본금은 모두 네이버웹툰이 댔다.

스튜디오N을 이끄는 이는 권미경(49) 대표. CJ ENM 한국영화사업본부장과 월트디즈니코리아를 거친 영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CJ 재직 시절 명량(2014), 국제시장(2015), 베테랑(2015), 아가씨(2016) 등 흥행작의 투자·마케팅·배급을 총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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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천만 영화 말고 좋은 영화 만들어줘”

권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물리학과를 졸업했지만, ‘광고’와 ‘영화’에 매료돼 반평생을 콘텐츠 업계에서 보냈다. 대학교 광고 동아리를 시작으로 사회생활 첫 10년은 광고를 만들었다.

꽤 잘나가는 광고 기획자였던 그는, 2005년 비행기 사고가 날 뻔하면서 인생의 첫번째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된다.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그토록 사랑하던 영화쪽 일을 못 해본 게 너무 후회됐다”고. 살아남은 그는 그 길로 CJ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파라마운트사 영화 배급을 맡으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이후 디즈니코리아에서 마블 영화를, 다시 CJ ENM에서 여러 천만 영화를 담당하며 국내외에 ‘인적 네트워크’를 다졌다. 지금은 막역한 사이가 된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를 처음 만난 것도 이즈음이다.

스튜디오N은 “투자·배급사로서 남이 차려온 밥상을 품평하던 입장에서, 상 차리는 입장으로 바뀐” 그의 두번째 터닝포인트다.

CJ 임원을 그만두고 네이버 계열사로 왔다. 왜?
“쉬고 싶어서 퇴사했다. 그 소식을 들은 김준구 대표가 조언을 구하고 싶다며 밥 먹자더라. ‘웹툰 IP를 외부에 팔았더니 그들이 프리미엄 붙여 되팔고, 수확 없이 판권 만료되고, 원작의 가치를 오히려 깎아내리는 작품이 나오고 아주 고민이 많다’면서. 별 생각 없이 ‘그런 불상사 없게 중간에서 조율해주는 브릿지 컴퍼니 같은 걸 해보면 어때’ 던졌는데, 그날 저녁에 전화가 왔다. “누나, 아까 얘기한 거 누나가 와서 해주면 안 돼?” 생각도 못한 제안이었다.”
그걸 수락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오퍼가 왔었다. 그런데 ‘천만 영화 말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김 대표 말에 마음이 움직이더라. CJ에선 올해 천만 영화 2개 나오면, 다음 해엔 3개 만들어야 해서 스트레스였는데…(웃음). 나중에 보니 밥 먹자는 것부터 다 김 대표 큰 그림이었다. 당했다.”

충무로의 중개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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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N, 3주년이 됐다.  
“3년 동안 조직을 세팅하고 IP를 기획·개발하면서 웹툰 원작 드라마 5편을 공개했다. tvN ‘쌉니다 천리마마트’⋅‘여신강림’, 넷플릭스 ‘스위트홈’, JTBC ‘알고 있지만’, OCN ‘타인은 지옥이다’ 등이다. 지금은 소속 콘텐츠 PD 12명과 80여 편의 작품을 준비 중이다.”
12명이 80여 편을?
“스튜디오N은 100% 공동제작 시스템이다. 우리 PD는 IP를 발굴해 작품을 기획하고,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써줄 작가를 찾는 것까지 기본으로 한다. 그렇게 작가 96명과 계약했다. PD 1명이 본인 취향껏 골라잡은 6~7개 IP를 맡고 있다. 이후 각색, 캐스팅, 제작, 편성, 마케팅 과정에서 파트너사와 협업 범위는 프로젝트마다 ‘케바케’다.”
어떻게 ‘케바케’인가.
“파트너 제작사가 유명 작가나 연출을 데리고 있으면 글 작업부터 맡기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가 글, 캐스팅, 편성까지 다 하고 제작만 의뢰하기도 하고. 아주 유연하다.”
직접 할 수도 있을 텐데, 왜 공동으로 제작하나.
“콘텐츠는 물과 같다. 담는 그릇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꾼다. 특히 슈퍼 IP는 무궁무진하게 확장할 수 있는데 우리가 영화 제작사나 드라마 제작사로 정체성을 제한하면 창작에도 한계가 생긴다. IP 하나를 360도 뜯어보며 영화로 만들지, 드라마로 만들지, 그 둘도 아닌 다른 무언가로 만들지 진득하게 고민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 후는 각 분야 전문가와 협업하면 된다. 그 편이 시너지도 좋다. 경험상 콘텐츠는 한 사람보다 두 사람, 두 사람보다 세 사람 머리에서 재밌는 게 더 많이 나온다.”
수익을 생각하면 기획부터 제작까지 다 하는 게 낫지 않나.
“큰 수익이 목표가 아니다. 좋은 작품으로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나는 게 목표다.”
네이버가 영화, 드라마도 한다는 것에 기존 업계 반응은 어땠나.
“환영받았다. IP 하나 개발하는 데 2억~3억 원이 든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웹툰 판권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거나 개발할 여력이 없다. 그 과정도 만만찮다. 작가 고용, 캐스팅, 제작까지 장거리 경주를 해야 하는데, 그걸 우리가 나눠 부담하고 돈도 우리가 쓰겠다는 거라서.”
현재 매출은 어느 정도?
“처음 회사 만들 때 3년은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때까진 돈 쓰기만 할 거라고. 3년 채웠으니 이제 돈을 벌 때다. 내년 매출은 수백 억 정도로 예상한다. 잘나가는 중소 규모 제작사 수준이다.”

“No Rules Rules”

스튜디오N이 다른 제작사들과 다른 점은 ‘룰’이 없다는 것. 영상 매체, 포맷, 길이, 플랫폼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마음껏 상상하고 기획한다. 연간 매출 목표도, 채워야 하는 작품 개수도 없다. “룰은 창작을 방해하고, 확장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라고.

‘슈퍼 IP’,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슈퍼 IP는 OSMU(원 소스 멀티 유즈)가 기본이다. 고정 관념과 부딪히며 고민해야 한다.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 극장용 애니, TV 애니, 뮤지컬 뭐든 될 수 있는 훌륭한 IP인데, 우리가 드라마만 하는 조직이었다면 포맷 하나에 갇혔을 것 아닌가. 우리 회사 슬로건은 ‘재밌으면 하고, 재미 없으면 하지 말자’다. 직원들에게 ‘새로워? 안 해본 거야?’를 가장 많이 물어본다. 우리가 재밌고 새로워야, 보는 사람도 재밌고 새로울 테니까.”
콘텐츠는 재미만 있으면 되나.
“재미가 기본이다. 사람들 보라고 만드는 건데, 재미 없으면 외면 당한다. 남의 돈 쓸 거면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
기획 중인 작품에 새로운 도전도 있나.
“네이버 웹툰·웹소설이 아닌 외부 IP도 재밌으면 한다. 영화로 준비 중인 일본 추리소설 원작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가 그렇다. 드라마가 웹툰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배우 김다미와 최우식이 캐스팅된 ‘그 해 우리는’은 12월에 드라마가 나오는데, 그 프리퀄 버전을 가을부터 웹툰으로 연재한다.”
팩플레터 1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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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핫한, IP 시장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본사를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옮겼다. 시장 규모만 연 1000조원대인 미국 콘텐츠 시장의 자본과 문화, 네트워크를 흡수해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이 되기 위해서다. 그 일환으로 네이버는 올해 1월 미국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6억 달러(약 6600억원)에 샀다. 왓패드 스튜디오와 네이버웹툰 미국 조직이 통합된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는 스튜디오N과는 별개로 90여 개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의 글로벌 IP 시장 전략에서 스튜디오N의 역할은 뭔가.
“네이버는 플랫폼,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플랫폼인데 스튜디오N은 완전히 콘텐츠 중심 조직이다. 당장의 수익화나, 회사의 주가를 부양하라는 요구가 없단 뜻이다. 우리 역할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재밌어 할 ‘한국어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다. 한국향 짙은 ‘기생충’, ‘미나리’의 성공을 보면 시대도 잘 만났다. 라인업 중에 글로벌 흥행(‘스위트홈’, 전세계 2200만 가구 시청)이 이미 나오기도 했고. 열심히 하면 글로벌 회사가 되지 않을까.”
글로벌 IP 발굴은 안 하나.
“영어 콘텐츠 제작은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가 하고 있다. 왓패드 IP, 네이버웹툰 현지 IP를 영상이나 출판물로 만든다. 왓패드와는 이메일로 프로젝트 상황을 공유하고, 정기 화상회의를 통해 교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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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업은 수익을 못 내는 경우도 많은데. IP 시장은 무섭게 큰다. 왜일까.
“예나 지금이나 콘텐츠업은 똘똘한 몇 개가 실패한 여럿을 커버하는 시장이다. IP 시장이 커지는 건, ‘대박 아니면 쪽박’의 도박 대신 ‘검증된 원작’이 주는 안정감과 연쇄 효과 때문인 것 같다. 영상이 성공하면 원작 웹툰·웹소설을 다시 찾는 사람들이 생기고, 조회수가 많으면 큰 수익이 돌아오고. 좋은 IP 하나가 시장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
3년새 체감한 시장의 변화가 있나.
“웹툰의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다. 3년 전엔 웹툰·웹소설로 작품한다고 하면 ‘그런 것도 있냐’, ‘그게 되겠냐’고들 했다. 소위 ‘인문학적 가벼움’ 때문이라나. 지금은 유명 감독들이 찾아와서 ‘좋은 거 하나 추천해줘’ 한다. 배우들이 ‘이 작품 미리 찜하겠다’며 먼저 연락오기도 하고. 도서 원작을 웹툰·웹소설이 대체하는 수준까지 온 것 같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슈퍼 IP’ 개발을 내걸었다. 경쟁사의 움직임, 어떻게 보나.
“카카오엔터는 상장 계획, 기업가치 등 명확한 목표를 정해놓고 조직 전체가 그걸 맞추기 위해 달린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재밌는 작품, 좋은 작품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카카오엔터는) 규모 면에서나 자체 채널을 갖고 있다는 면에서 스튜디오N과 직접 경쟁관계가 아니기도 하고.”
그래도 기업은 가치를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조직이다. 스튜디오N의 목표는?
“재밌고 좋은 작품이라는 기본에 충실한다. 좋은 콘텐츠를 계속 내면 잘 하는 회사가 될 거고, 잘 하는 회사가 되면 주변에서 가만히 안 놔둘 거고, 그러면 그때 큰 그림도 생기고 전략도 붙고 돈도 따라온다. 근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럼 스튜디오N의 경쟁사는 어디인가.
마블! 영화쟁이들이야 다들 ‘한국의 마블’이 목표이긴 하지만(웃음). CJ와 디즈니에서 마블을 한국 담당자로서 오래 지켜봤다. 네이버웹툰이 그 정도 토양은 된다고 생각한다. 마블의 고향도 만화이고.”

경쟁사를 묻는 질문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블’을 불렀다. 스튜디오N 출범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마블이 될 수 있을까’란 기자의 마지막 질문에 “이제 막 신장개업한 회사”라며 멋쩍어한 지 정확히 3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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