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리셋 코리아

군대 성 비위 신고하는 스마트폰 앱 구축하자

중앙일보

입력 2021.08.23 01:37

업데이트 2021.08.23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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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진형 예비역 해군 제독(소장)·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위원

김진형 예비역 해군 제독(소장)·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위원

군대에서 성 기강 문란은 개인뿐 아니라 부대 전투력에 치명적 문제를 만든다. 사회 곳곳에서도 성 관련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군대의 성 관련 사건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적에 대한 증오심보다 나를 괴롭힌 상급자에 대한 증오심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성 군기가 바로 서야 하는 것은 성 기강 문란이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전투력을 약화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대에서 성 문제는 일반 사회보다도 더욱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

군대의 성 군기 문제는 왜 은폐되는 것일까. 군대는 철저한 위계질서로 상급자 요구를 하급자가 거부하기 쉽지 않다. 특히 여군의 경우 더욱 난처한 입장에 처하기 쉽다. 진급·보직과 연관된 상하 관계 속에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또 집단생활 속에서 잘못된 소문으로 인해 본인 신상에 나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고민도 하게 되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자들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은폐·축소 또는 상하 간에 책임을 미루는 행동으로 부대가 분열되기도 한다.

상급자의 어설픈 교육, 사태 악화
국방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해야

성 군기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먼저 성 군기와 관련된 교육 체계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 군대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교육은 실효성이 떨어진다. 형식적으로 하는 교육이 아닌 철저하고 세심한 교육이 필요하다. 성 군기 교육은 군대를 시작하는 최초 단계, 즉 양성 교육에서부터 전문가에 의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부대 단위로 이루어지는 집단 교육도 중요하지만, 소수 인원이 근무하는 말단 부대 장병들에 대한 교육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 최근 공군·해군에서 발생한 사건도 말단 부대에서 발생하였다. 부대 지휘관, 상급자들에 의한 어설픈 교육은 최근 22사단 사례에서 보듯 문제를 악화시킨다. 지휘관들조차도 법과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 단순한 상식으로 교육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신뢰할 수 있는 신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군대 신고 체계를 신뢰하는 장병은 거의 없다. 신고 때문에 본인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과 중간 과정에서 신고가 묵살되거나 왜곡되는 것에 대한 불신도 매우 크다. 공군·해군 여군 부사관 사망 사건에서도 신고 체계와 처리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금 군대는 병사들까지도 스마트폰을 손에 쥔 시대다. 성 군기나 장병 인권 관련 신고 플랫폼, 즉 스마트폰에 신고 앱(App)을 설치하여 본인이 직접 책임 있는 기관(각 군 본부나 국방부)으로 신고하는 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장병의 성 문제나 인권 문제는 철저히 개인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조직에서 조치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사건 은폐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줘야 한다. 지휘관들은 성 군기 관련 문제가 생기면 부대 관리 소홀에 대한 처벌과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걱정을 먼저 하게 된다. 그래서 사건 은폐·축소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지금처럼 문제가 생기면 지휘관부터 먼저 처벌하는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성 관련 사고가 발생하였더라도 사전에 정상적 교육과 예방 조치가 있었다면 해당 지휘관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정상적인 지휘 활동이 있었음에도 발생하는 문제는 철저히 개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까지 군대에서는 성 기강뿐 아니라 장병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는 새로운 방안을 적용해 봐야 한다. 군대의 성 기강 강화는 개인의 소중한 인권을 보장하며, 강한 군대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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