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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재발성 방광염 환자, 항생제 남용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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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김아람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김아람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바야흐로 ‘방광염’의 계절이다. 이맘때면 내 진료실은 방광염 증상으로 찾아오는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성부터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까지 여성 환자들로 가득 찬다. 방광염은 항생제를 맞으면 낫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만 방광염을 경험해 본 환자나 그 가족은 다르다. 고통이 상상 이상이어서 응급실에 실려 오는 일이 흔하고, 재발성 방광염 환자들의 고통은 그들을 우울증에 빠뜨리고 삶을 포기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또 심각한 문제는 이 환자들의 소변균 배양 검사에서 일반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 검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의 칼럼] 김아람 건국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어떤 환자는 한 번만 증상이 생기고 끝인데, 어떤 환자는 왜 재발하는 것일까. 재발성 방광염은 최신 개념으로, 급성 방광염과는 다른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자는 저널에 리뷰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을 통해 최근 연구되고 있는 재발성 방광염의 발생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문헌 연구를 진행했다. 주목할 만한 원인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방광에 침투한 대장균은 방광 내벽 세포를 파괴한다. 이로 인해 환자는 심한 자극 증상을 느끼고 소변 색이 탁해지기도 하며 심하면 혈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재발성 방광염 환자의 방광 조직을 분석하면 조직 깊숙이 침투해 있는 병원균이 관찰되고 이 균들이 보호막을 형성한 것이 관찰됐다. 또한 이 병원균들은 활성 상태가 아닌 숙면 상태를 하고 있어 몸의 면역 시스템에 인지되지 않고 항생제 공격에도 죽지 않는 놀랍고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보고됐다. 그람 음성 병원균 세포벽 구성 성분 중 하나인 리포다당류(LPS)는 항생제 치료로 제거되지 않으므로 남아 있는 LPS가 지속적인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이 시대는 감염병과의 전쟁으로 정지해 있다. 감염병은 항생제 치료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재발하는 방광염은 항생제 사용이 잦고 증상이 심해 남용의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암으로 죽는 환자보다 항생제 내성으로 죽는 환자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런데도 방광염을 감기처럼 대하고, 항생제를 마구 처방하고, 집에 있는 항생제를 먹고 지나가도 되는 것일까. 뜨거운 방광염의 계절에 많은 재발성 방광염 환자들을 만나며 오늘도 연구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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