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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이 독 됐나, HMM 사상 첫 파업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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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HMM(옛 현대상선) 해원노조(선원노조)가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 결과는 23일 나온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HMM(옛 현대상선) 해원노조(선원노조)가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 결과는 23일 나온다. 사진은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뉴스1]

노조, 파업 찬반투표 오늘 결과
급여 25% 인상, 성과급 1200% 요구
사측과 임협 결렬, 산은은 뒷짐
선박 부족, 운임 급등 속 수출 악재
MSC “연봉 2배”…단체 이직설도

HMM(옛 현대상선) 근로자들이 창사 이후 첫 파업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인다.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진행한 임금협상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HMM 해원노조(선원노조)는 22일 조합원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한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는 23일 나온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주 조정회의에서 HMM 노사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 중지’를 결정했다.

HMM 사측은 임금협상 수정안에서 임금 8% 인상과 격려금 300%, 생산성 장려금 200% 지급을 제안했다. 교통비 5만~10만원 인상과 복지 포인트 50만원가량 지급 등도 수정안에 담았다. 노조는 급여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HMM은 지난해까지 해상 직원은 6년간, 육상 직원은 8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HMM이 코스피 시장에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직원 평균 급여는 3435만원이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6870만원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지난 1분기에 이어 지난 2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매출액·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물류난이 장기화하면서 해상 운임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HMM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1조38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901%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1조193억원이었다.

HMM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지분율 24.96%)이다. 사측은 산은에서 3조원 넘는 공적자금을 받은 상황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산은은 HMM의 임금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사측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임금 인상률 8%는 그동안 직원들의 노고와 채권단 관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며 “교통비, 복지 포인트를 포함하면 실질적인 임금인상률은 약 10.6%”라고 말했다.

국내 수출입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컨테이너 선박 부족과 운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글로벌 15개 항로의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주 4340.18을 기록했다. 일주일 전과 비교하면 58.65포인트 올랐다. 15주 연속 상승세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닝보항의 부분 폐쇄 등으로 물류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SCFI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HMM 선원들이 단체로 이직할 가능성도 회사 안팎에서 제기된다.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이 많이 나오면 HMM 해원노조는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해운사인 MSC로 옮겨가기 위해서다. MSC는 대형 컨테이너선 탑승 경력이 있는 한국인 선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일부 HMM 선원에게는 개별적으로 입사 지원서를 전달했다. 익명을 원한 HMM 관계자는 “(MSC가 이직자에게) 현 급여의 두 배 넘는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사측과 막판 협상을 벌일 여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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