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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김대건 200주년, 한반도 화해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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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현지시간) 유흥식 대주교의 주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한국어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연합뉴스]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현지시간) 유흥식 대주교의 주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한국어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연합뉴스]

바티칸서 탄생 기념 미사 열려
교황청장관 부임 유흥식 대주교
한국어로 1시간 첫 공식 미사 진행
“교황 방북으로 평화 밑거름 되길”

한국인 최초의 천주교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세계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현지시간) 봉헌됐다. 성직자와 평신도 등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미사는 이달 초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새로 부임한 유흥식 대주교의 주례로 진행됐다.

유 대주교는 ‘성 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강론을 통해 “지금부터 200년 전 바로 오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충청도 내포 지방 시골 작은 마을 솔뫼에서 탄생하셨다”며 그 생애를 소개했다. 유 대주교는 “성 김대건 신부님은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해 인간의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주셨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며, 모든 이를 형제자매로 받아들였다. 엄격한 유교적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김대건 신부는 1821년 8월 21일 지금의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1845년 중국 상하이에서 한국인 최초로 사제품을 받았다. 사목 활동을 하다 체포돼 이듬해 9월16일 처형됐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시절인 1984년 성인품에 올랐다. 그 삶과 업적을 기려 한국 천주교회는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선포하고, 유네스코는 김 신부를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강론에서 유 대주교는 김 신부의 보편적 인류애를 강조한 데 이어 지금의 현실과 관련해 “코로나 19가 국경도 그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이에게 퍼져나간다면 이를 극복할 치료약 또한 모든 장벽을 뛰어넘는 형제애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상황도 언급했다. “남북 통신선이 복구됐다가 멈추는 등 남과 북, 북미 관계가 살얼음을 걷는 상황”이라며 “이런 때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하셔서 남북과 북미 등 새로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리자”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사에 기념 메시지를 보내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기쁨의 날, 저의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에게 닿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교황은 김 신부를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며, 한국 백성들이 박해와 고통을 겪었던 어려운 시기에도 지칠 줄 모르고 복음을 전하던 사도”라고 표현했다. 이어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아낌없는 마음으로 지원해주신 한국 교회 공동체 전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대전교구에서 시작된 백신 나눔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돼 지금까지 500만 달러 넘게 모금됐다.

교황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서 ‘한 국가의 사회적 평화 건설에는 끝이 없다. 이는 모든 이의 노력이 필요한 쉼 없는 과업’이라고 언급한 내용을 다시 전하며 “모든 분이 더 밝은 미래를 위한 상호 존중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해나가시기를 격려하며, 한반도에서의 화해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사람이 앞으로도 계속 평화의 선한 장인(匠人)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는 한국어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어로 미사가 열린 것은 2015년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미사는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대주교가 현지에서 주례한 첫 공식 미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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