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한미군 “난민 수용 요청 땐 검토” 송영길 “적절한지 의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한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극적으로 탈출해 미국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9개월짜리 딸 등 가족을 만나 감격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아프가니스탄 남성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극적으로 탈출해 미국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에 도착한 9개월짜리 딸 등 가족을 만나 감격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외신 “카타르·독일 등 미군기지 포화
미국, 난민 수송에 민항기 18대 동원”
한국 국방부 “미군 요청 아직 없어”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피란민을 임시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 미군기지가 아프간에서 온 피란민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 미군기지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미국 내 장소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 등 군 기지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기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현재 다음 주까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간 피란민 수용을 위해 뉴저지주에 있는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합동기지를 비롯해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군 기지를 준비하고 있다. 이 기지에는 텐트촌이 들어서고 있으며 의료품, 음식, 물, 화장실, 조명설비 등이 갖춰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프간 탈출 대란이 벌어진 데다 피란민의 수용을 놓고 다른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지자 미국 정부가 자국과 해외에 있는 미군 시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DC 외곽에 위치한 덜레스 국제공항이 아프간 난민을 받고 관련 업무를 처리할 중심 공항이 될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아프간 피란민 수용 검토 미군기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프간 피란민 수용 검토 미군기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 국방부는 22일 아프간 피란민 수송을 위해 민간 항공기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존 커비 대변인은 피란민들을 돕기 위해 민간 예비항공대를 편성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아메리칸, 델타, 하와이안, 유나이티드항공 등 민간 항공사 소송 18대의 비행기가 포함됐다. 커비 대변인은 이들 항공기가 직접 카불로 들어가지 않고 아프간을 빠져나와 유럽과 중동 등 미군기지로 이송된 피란민들을 수송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 한 주간 미국인 2500명 등 모두 1만7000명을 카불에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프간 피란민 주한미군 기지 수용 방안에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22일 “아직 협조 요청이 들어온 게 없다”며 “요청이 있으면 그때 상황을 볼 것”이라고만 말했다. 주한미군의 리 피터스(대령) 대변인도 “현재까지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만약 지시가 내려지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송 대표는 이날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과연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수송상의 문제를 생각하면 인접 국가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는 아프간 현지에서 정부가 벌인 재건사업에 참여했던 아프간인에 대해선 국내로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현지의 병원과 학교 건설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엔지니어 등 아프간인이 약 400명”이라며 “그분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그렇고 나라마다 아프간 재건 과정에서 자국 프로젝트에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각자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도 선진국이 된 만큼 그런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