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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허용, 카페는 되고 집은 안 돼? 뒤죽박죽 방역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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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23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된다. 사진은 휴일인 22일 서울 명동의 모습. [연합뉴스]

오늘(23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 식당과 카페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단축된다. 사진은 휴일인 22일 서울 명동의 모습. [연합뉴스]

분가 자녀, 접종 끝낸 부모집 못 가
전문가 “식당보다 집이 더 위험한가”

저녁손님 거의 3040, 접종 완료 적어
자영업자들 “인센티브 실효성 없다”

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2주 연장하면서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인센티브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접종 완료자를 포함하면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에서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됐지만 집에서는 안 된다. 이를 두고 탁상행정식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접종 완료율이 낮은 데다 완료자 상당수가 고령층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0일 거리두기 단계를 다음 달 5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하면서 접종자 인센티브를 일부 부활했다. 접종 완료자 2명이 포함되면 오후 6시 이후 4명까지 만날 수 있게 했다. 다만 식당과 카페로 한정하면서 영업 제한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겼다.

정부는 식당·카페의 경제적 어려움과 접종 효과를 고려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식당·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 대다수가 30·40대인데 젊은 층의 접종 완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손님이 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영업시간은 줄어 고통만 가중될 것이란 게 이들 주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완료율이 고작 20%대이고 대부분 고령자다. 이 외에 요양시설 노인과 사회필수인력, 의료진 등인데 이들이 오후 6시 넘어 얼마나 식당·카페에 가겠느냐”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접종 완료자는 22일 기준 누적 1156만2518명으로 전체 인구의 22.5%에 그친다. 완료자 절반가량(약 46%)은 60세 이상 고령자다. 20~40대 비율은 16.5%(18일 0시 기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젊은 층에는 상당수 얀센 접종자가 포함됐을 건데, 얀센 접종자 돌파감염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센티브라기보다 위험에 빠뜨리는 조처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당·카페 운영시간 단축 효과도 의문이란 지적이 있다. 김 교수는 “노래방·PC방 등은 그대로 두고 식당·카페만 단축 운영하는데 형평성이 맞지 않고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9월 말 정도에는 거의 50%까지 접종 완료자가 늘어 현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정집 등에선 완료자를 포함한 4명이 모일 수 없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로 사는 직장인 자녀가 오후 6시 이후 접종 완료자인 부모와 식당에선 만날 수 있지만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다중이 모이는 식당·카페보다 4인이 모이는 가정집이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센티브를 주려면 가족끼리 만나는 걸 먼저 해줘야 도리가 아니겠냐”며 “무슨 효과가 있겠으며 원칙도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손영래 반장은 “집에서 (모임을) 허용하게 되면 고령층 부모 방문이 활성화되고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22일 한국신용데이터 따르면 이달 둘째 주(9~15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서울 도심과 상업지역인 중구와 서초구 등 11개 구의 오후 6시 이후 매출은 40% 이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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