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의 힘' 임희정, 하이원에서 '대세' 박민지 꺾고 우승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17:36

업데이트 2021.08.22 17:44

임희정. [사진 KLPGA]

임희정. [사진 KLPGA]

대세 박민지(22)도 강원도에서는 안 됐다. 임희정(21)이 22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 골프장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역전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4언더파 68타, 합계 11언더파로 박민지, 오지현, 김재희, 허다빈에 한 타 앞섰다.

임희정은 대회장인 정선에 인접한 태백 출신이다. 춘천에서 태어나 어머니 박보영(55)씨의 고향인 태백으로 이사해 황지 초등학교와 정선 사북중을 졸업했다.

임희정의 어머니는 볼링 코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볼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실내 연습장에서 골프를 접했다. 임희정은 “볼링공은 너무 무거웠다”고 했다. 그즈음 하이원 골프장에서 머리를 올렸는데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임희정이 다시 골프장에 가는 데 4년이 걸렸다.

산골 태백에 좋은 코치가 없었다. 동영상으로 골프를 배웠다. 코스 공략은 동네 스크린 골프장에서 준비했다. 좋은 선생님과 만날 기회가 일 년에 한 번 있었다. ‘지역 유망주 원포인트 레슨’이다. 그는 “평소에 궁금한 걸 적어놨다가 몰아서 물어봤다”고 말했다. 임희정은 중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이 됐다.

임희정이 프로가 되어 첫 우승을 한 곳이 하이원이다. 2019년 대회에서 4타 차 우승을 했다. 갑상샘암을 투병한 엄마가 대회장에 나와 힘이 되어 줬다. 기세를 탄 임희정은 그해 신인으로 3승을 거뒀다. 지난해 임희정은 2년 차 징크스에 빠졌다.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하이원 여자오픈이 열렸다면 사정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이 대회는 코로나 19 때문에 취소됐다. 임희정은 자신이 첫 라운드를 했고, 첫 우승을 한 하이원에서 673일 만에 통산 4승을 거뒀다. 임희정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우승컵을 지켰으며 프로가 된 후 이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임희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첫해 3승 후 우승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처음 우승했던 곳에서 다시 우승하게 되어 기쁘다. 지난해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는데 올해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노력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임희정의 스윙은 동료들이 가장 닮고 싶어 하는 스윙으로 꼽혔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그 스윙을 바꿨다. 그는 "지금 실력으로도 투어에서 경기할 수는 있지만, 더 발전하고 싶고, 더 오래 골프를 하고 싶어서 변화를 택했다"고 말했다.

임희정 별명은 사막여우다. 웃는 얼굴과 눈매가 닮았다며 친구들이 붙여줬다. 생텍쥐페리 소설 『어린왕자』에서 사막여우는 현명함을 상징한다. 임희정은 책을 팬들이 보내줘 읽었다. 책에서 사막여우는 “장미를 소중하게 만든 건 네가 그 장미를 위해 소비한 시간이다”라고 말한다. 임희정은 스윙에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한 선수로 꼽힌다. 연습그린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선수도 임희정이다.

대세 박민지는 4라운드 3타를 줄였지만, 퍼트가 살짝살짝 빗나가 11번 홀 이후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린 이가영은 4라운드 2타를 잃어 공동 6위로 밀렸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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