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부모와 식당 되고, 집은 안돼…또 산으로 간 방역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17:08

업데이트 2021.08.22 18:25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처를 2주 연장하면서 접종자 인센티브를 내놨는데, 이게 논란에 휩싸였다. 접종 완료자를 포함하면 오후 6시 이후 식당·카페에서 최대 4명까지 모일 수 있게 됐지만 집에서는 안 된다. 이를 두고 탁상행정식 방역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접종 완료율이 낮은 데다 접종 완료자 상당수가 고령층이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20일 현행 거리두기 단계를 내달 5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발표하면서 접종자 인센티브를 일부 부활했다. 백신 접종을 권장 횟수만큼 완료한 뒤 면역형성 기간인 14일 지난 완료자 2명이 포함되면 오후 6~9시 최대 4명까지 만날 수 있게 허용했다. 다만 식당과 카페로 한정하면서 영업 제한시간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겼다. 강화, 완화책을 동시에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12일 서울 양천구 관계자가 한 식당에서 오후 6시 이후 2명 이상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서울 양천구 관계자가 한 식당에서 오후 6시 이후 2명 이상 사적모임을 제한하는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식당·카페의 경제적 어려움과 예방접종 효과를 고려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설명했다. 운영 시간 단축 조처에 따른 피해를 일정 부분 보상하기 위해 비교적 감염 위험이 떨어지는 접종 완료자에 한해 제한을 일부 푼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식당·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용자 대다수가 30·40대인데 젊은층의 접종 완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손님이 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영업시간은 줄어 고통만 가중될 것이란 게 이들 주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접종 완료율이 고작 20%대이고 대부분 고령자이다. 이외 요양시설 노인과 사회필수인력, 의료진 등인데 이들이 오후 6시 넘어 얼마나 식당·카페에 가겠느냐. 식당에 득이 될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접종 완료자는 22일 기준 누적 1156만2518명으로 전체 인구의 22.5%에 그친다. 완료자 절반가량(약 46%)은 60세 이상 고령자이다. 상반기 이미 접종을 완료한 75세 이상과 최근 2차 접종이 시작된 60~74세 등이다. 김우주 교수는 “젊은 층에는 상당수 얀센 접종자가 포함됐을 건데, 얀센 접종자 돌파감염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센티브라기보다 위험에 빠뜨리는 조처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식당·카페 운영 시간 단축 효과도 의문이란 지적이 있다. 김우주 교수는 “오후 9시부터 10시 사이 코로나19 위험도가 더 커진다는 근거가 어디 있냐”며 “노래방·PC방 등은 그대로 두고 식당·카페만 단축 운영하는 데 형평성이 맞지 않고 자영업자를 더 힘들게 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는 첫날인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 18시 이후 2명 까지만 모임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우상조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는 첫날인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카페에 18시 이후 2명 까지만 모임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우상조 기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과 관련 “2차 접종자의 숫자가 작은 편이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면 9월 말 정도에는 거의 50%까지 예방접종 완료자가 증가하게 돼 현장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식당·카페에만 운영 시간을 단축하는 데 대해선 “현재 (집단감염의) 3분의 1이 식당·카페에서 발생한다”며 “마시고 먹을 때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일반 가정집 등에선 완료자를 포함한 4명이 모일 수 없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로 사는 직장인 자녀가 오후 6시 이후 접종 완료자인 부모님과 식당에선 만날 수 있지만 집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아무리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처라고 하지만 다중이 모이는 식당·카페보다 4인이 모이는 가정집이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인가”라고 적었다. 김우주 교수도 “식당·카페가 감염 위험도가 높을 수 있다. 근거를 기반으로 조처한 것이라기보다 뭔가 해야 하니 궁여지책으로 수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센티브를 주려면 가족끼리 만나는 걸 먼저 해줘야 도리가 아니겠냐”며 “무슨 효과가 있겠으며 원칙도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손영래 반장은 이와 관련 “집에서 (모임을) 허용하게 되면 고령층 부모 방문이 매우 활성화된다”며 “접종률 진행 상황을 볼 때 멀리 떨어져 있는 부모님들을 방문하는 것을 활성화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또 “식사만 하고 올 일도 별로 없고 아무래도 장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며 “앞으로 방역 상황을 더 지켜보고 예방접종자의 예외 확대 여부는 검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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