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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한미군 기지에 아프간 난민 받는다? 軍 "아직 요청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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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하면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주민들이 아프간 탈출을 위해 카불공항으로 몰려든 모습. [트위터 캡처]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하면서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도 카불 주민들이 아프간 탈출을 위해 카불공항으로 몰려든 모습. [트위터 캡처]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가니스탄(아프간) 피란민을 임시로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위치한 미군기지가 아프간에서 온 피란민으로 포화 상태에 이르자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해외 미군기지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미국 내 장소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과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 등 군 기지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에 있는 미군 기지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난민 포화로 해외 미군기지 검토 

미 국방부는 아프간 피란민 수용을 위해 뉴저지주에 있는 맥과이어·딕스·레이크허스트 합동기지를 비롯해 최소한 한 곳 이상의 군 기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카불에서 아프간 탈출 대란이 벌어진 데다 피란민 수용을 놓고 다른 국가들의 경계심이 커짐에 따라 미국 정부가 자국과 해외에 있는 미군 시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아프간 피란민 수용 검토 미군기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프간 피란민 수용 검토 미군기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와 관련 워싱턴DC 외곽에 위치한 덜레스 국제공항이 아프간 난민을 받고 관련 업무를 처리할 중심 공항이 될 전망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수만 명의 아프간 난민 수송을 위해 미국 주요 항공사에도 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WSJ는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백악관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베를린 공수작전을 계기로 1952년 만들어진 민간예비항공운항(CRAF)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피란민 수송에 최대 5개 항공사에서 약 20대의 민간 항공기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아프간 피란민들이 다음 주까지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뉴저지 기지에는 텐트촌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엔 의료품, 음식, 물, 화장실, 조명설비 등이 갖춰지고 있다.

주한미군 "지시 오면 한국과 협의" 

아프간 난민의 한국 내 미군기지 수용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직 미군 요청이 들어온 게 없어 특별한 입장은 없다"며 "관련해 협조 요청이 있으면 그때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리 피터스 대변인(대령)도 "현재까지 임시숙소나 다른 지원을 제공하라는 임무 지시를 하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만약 임무 수행 지시가 내려지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리스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설치한 길이 40㎞ 규모의 장벽의 모습. [AFP=연합뉴스]

그리스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터키와의 국경에 설치한 길이 40㎞ 규모의 장벽의 모습. [AFP=연합뉴스]

아프간 난민 문제는 이미 일부 국가에선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난민 겪은 그리스 '국경 장벽' 

영국 BBC방송은 이날 그리스 정부가 아프간 난민 급증을 우려해 터키와 맞닿은 국경에 40㎞ 규모의 장벽과 감시시스템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미칼리스 크리소코이디스 그리스 시민보호부 장관은 장벽이 세워진 에브로스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 국경은 차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앞서 자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아프간 사람들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노티스 미타라키 그리스 이주정책부 장관은 지난 17일 "그리스는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아프간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리스가 난민에 이같이 민감한 이유는 시리아 난민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이 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으로 향하며 거치는 대표적인 피란 루트다. 2015년 시리아 내전이 촉발된 뒤 100만 명 이상의 난민이 터키에서 그리스를 거쳐 EU로 넘어갔다. 당시의 난민 중 6만명이 아직 그리스에 남아 있다.

터키 대통령도 "난민 불가" 

터키 역시 ‘난민 수용 불가’를 공식 선언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9일 연설에서 "터키는 유럽의 난민 창고가 될 의무도, 책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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