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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의 저주인가…항저우시 당서기 돌연 긴급체포 당해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9년 11월 11일 심야에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행사를 시찰한 저우장융(오른쪽 두번째) 당시 항저우 당서기가 마윈(오른쪽 첫번째) 알리바바 창업자와 함께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2019년 11월 11일 심야에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열린 ‘11·11 글로벌 쇼핑 페스티벌’ 행사를 시찰한 저우장융(오른쪽 두번째) 당시 항저우 당서기가 마윈(오른쪽 첫번째) 알리바바 창업자와 함께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웨이보 캡처]

“시대가 당신을 버릴 때가 오면, 말 한마디도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해 4월 저우장융(周江勇·54) 중국 항저우(杭州)시 당 서기가 한 말이다. 당시 방역 회의에서 시 산하 간부에게 한 치의 허점도 용납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는데 이게 자신의 현실이 됐다. 저우장융 서기는 21일 밤 중국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심각한 기율 위반 통지로 작별 인사조차 없이 사라졌다. 기율위가 저우 서기의 구체적인 낙마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서 각종 억측이 쏟아지고 있다.

저우장융 ‘기율위반’ 혐의 체포

우선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 연루설이다. 지난 2019년 11월 11일 자정, 저우장융 서기는 타오바오(陶寶) 11·11 쇼핑 페스티벌 종료 행사 현장을 방문했다. 저우 서기는 이 자리에서 “11·11 쇼핑 페스티벌은 알리바바의 영광이자 항저우의 영광”이라고 극찬했다. 앞선 2019년 9월에는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의장에게 “공훈 항저우인” 명예 증서를 수여했다. 수여식에서 마윈은 “항저우 정부와 알리바바는 완전히 새로운 정부와 기업 관계를 대표한다”며 “이는 일종의 가족관계”라고 각별한 사이를 과시했다.

낙마한 저우장융 항저우 당서기 [웨이보 캡처]

낙마한 저우장융 항저우 당서기 [웨이보 캡처]

마윈에 '공훈' 수여 유착설 

알리바바의 황금기는 지난해 막을 내렸다. 마윈이 중국의 금융 감독기관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 직후 당국은 알리바바 산하 앤트 그룹의 기업 공개를 중단시켰다. 올해 4월 10일에는 182억2800만 위안(약 3조1111억원)의 반(反)독점법 위반 벌금까지 부과했다. 사흘 뒤인 13일 위안자쥔(袁家軍·59) 저장(浙江)성 당서기가 성 상무위원회를 소집해 플랫폼 경제에 대한 엄격한 감독을 요구하며 마윈 때리기를 주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2일 “항저우 서기 낙마는 마윈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저우 서기와 마윈의 밀착을 낙마 이유로 꼽았다.

내년 당대회 앞둔 솎아내기  

중국 정치권 수뇌부가 바뀌는 내년 가을 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고강도 정치 사정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청년보의 SNS 매체인 정즈젠(政治見)은 22일 “19대 이후 저장성의 첫 호랑이 낙마”란 제목으로 저우장융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항저우 공산당 위원회의 기관지 항주일보는 22일 전날 밤 소집된 저장성과 항저우시 당 위원회 상무위 회의를 1면 머리기사로 전했다. 신문은 “회의에서 ‘1인자’와 지도부에 대한 감독 강화를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1인자’에 대한 감독 강화는 지난 6월 2일 인민일보가 게재한 방침이다.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한편 월권과 권력 남용을 경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저우 서기의 낙마로 중국 정치권에서는 안전지대가 사라졌다는 게 현실로 확인됐다. 저우장융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지난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당 서기로 근무한 저장성 출신의 젊은 정치인이었다. 시 주석의 저장 시절 부하 그룹을 일컫는 ‘즈장신쥔(之江新軍)’이라는 조어까지 있었다. 하지만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저장성은 더는 중국 정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풀이했다.

중국 네티즌들도 항저우발 ‘호랑이’ 낙마에 큰 관심을 보였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21일 밤부터 “#항저우 서기 저우장융 조사#” 검색어 해시태그가 하룻밤 만에 6억2000만 클릭을 기록했다. 네티즌들은 댓글에 낙마 이유에 대한 각종 억측과 소문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기율위 발표에 따르면 저우장융은 1992년 입당했다. 닝보(寧波)시 공청단으로 정계에 입문해 닝보시 인현(鄞縣), 샹산(象山)현 서기를 역임했다. 이후 저우산(舟山) 시장과 원저우(溫州) 서기를 거쳐 2018년 쉬리이 서기의 뒤를 이어 항저우 서기로 승진해 중앙 진출을 노리다가 이번에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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