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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 유럽 꼴찌권 루마니아, 한국에 스왑 제안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0년 3월 한국이 루마니아에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방호복을 지원했는데,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소속 수송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해 있는 모습. 뉴스1

2020년 3월 한국이 루마니아에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방호복을 지원했는데,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소속 수송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해 있는 모습. 뉴스1

정부가 루마니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왑(Swap·교환)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21일 오후 11시께 보건복지부·외교부 출입기자단에게이같은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 보냈다. 정부는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지난해 3월 루마니아 정부에 진단키트 등 방역 장비를 지원하면서 신뢰를 쌓아왔다"며 "무상 공여는 사실이 아니며, 스왑(교환) 차원에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오 무렵 "루마니아가 한국에 45만회 분의 백신을 기부한다"는 보도가 나온 지 11시간만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루마니아에서 먼저 스왑 제안이 왔다"며 "접종률이 낮은데, 백신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런 제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왑 대상 백신의 유효기간이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루마니아와 스왑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이스라엘과 스왑을 했고, 미국에서 기부를 받았다. 백신이 풍부하고 접종률이 매우 높은 나라들이다. 반면 루마니아는 백신 접종률이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22일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접종 완료율(19일 기준)은 인구의 26.17%이다. 1차 접종만 하고 2차를 맞지 않은 인구가 0.63%이다. 접종 완료율이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맨 뒤(불가리아, 17.3%)에서 두 번째다.

한국은 접종 완료율(22일 0시 기준)이 22.5%다. 1차 접종률은 50.4%로 루마니아의 약 2배에 달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루마니아의 접종률은 4월까지 올라가다 5월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해 6월 이후에는 정체 상태다.

루마니아는 EU 회원국이어서 EU가 백신을 일괄적으로 구매해 인구에 비례해 배분한다. EU는 미국·이스라엘 등에 이어 백신을 많이 확보했다. 따라서 루마니아도 적지 않은 백신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루마니아 국민의 백신 접종 거부 성향이 강하다. 올 3월에는 백신 접종 의무화 추진에 반대해 3000여명이 수도 부쿠레슈티의 의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EU옵저버에 따르면 저조한 접종률의 첫째 원인은 오랜 정치 불신 때문이다. 또 백신 안전성 등에 대한 불신, 서툰 방역 정책 등이 한몫했다.

낮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루마니아는 EU 회원국 중에서 처음으로 방역 규제를 철폐하고 완화 정책을 도입했다. 총리와 대통령이 백신 접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바이러스가 잘 통제되고 있다"고 수차례 공언했다고 한다. 이런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민이 백신을 맞지 않게 돼 백신이 남아돌고, 유효기간이 다가오면서 기부하거나 스왑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가격 인상, 델타 변이 유행을 우려한다. 양쪽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한국은 2008년 9월 버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루마니아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다. 지난해 9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루마니아 재외공관장 화상회의 특별 세션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응 협력을 협의했다.

루마니아는 남는 백신이 버리지 않으려고 최근 아일랜드에 70만회 분을 판매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아일랜드의 접종 완료율은 성인의 73.8%에 달하며 유럽에서 가장 높다. 이에 앞서 루마니아는 덴마크에 110만회 분을 팔았다. 또 몰도바·세르비아·우크라이나에 50만 회분을 기부했다. 베트남에도 10만회 분을 기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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