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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처에서 빛난 K리그 베테랑의 힘

중앙일보

입력

후반기에 접어든 K리그1에선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후반기에 접어든 K리그1에선 베테랑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베테랑의 힘'.

양동현 승리 위해 통큰 PK 양보 #전북 파상공세 버텨낸 권순형

프로축구 K리그1 26라운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2021시즌 후반기 승부처가 될만한 경기에서 노장들의 활약의 돋보였다. 21일 수원FC-제주 유나이티드전은 원래 리그 득점 선두를 다투는 라스(수원FC)와 주민규(제주·이상 13골)의 맞대결이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승부는 다른 선수의 활약으로 갈렸다. 수원FC 35세 공격수 양동현이다. 후반 21분 양동현이 상대 페널티박스에서 날카로운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다 상대 수비수의 반칙을 유도했다. 페널티킥이 주어졌는데, 양동현은 라스에게 양보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보통 스트라이커가 페널티킥을 얻어낼 경우 직접 차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양동현은 K리그 통한 98골을 기록 중이었다. 100골까지 두 골 남았다. 현역 최다 골 기록 보유자다. 페널티킥이 욕심 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팀을 생각했다.

양동현은 "라스가 최근 3경기 골이 없었다. 득점 경쟁을 벌이는 주민규가 보는 앞에서 골을 넣게 해 라스의 기를 살리고 싶었다. 전성기 땐 나도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라스가 골을 넣어줄 선수다"라고 페널티킥 양보 이유를 밝혔다. 올 시즌 5골을 기록 중인 양동현은 골 욕심보다는 라스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은 양동현, 박주호, 정동호 등 베테랑을 신뢰한 덕분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경기하고 있다. 라스는 페널티킥을 성공했고, 수원FC는 1-0으로 이겼다. 젊은 선수 기용을 선호하는 남기일 감독으로선 베테랑의 부재가 아쉬운 경기였다.

성남FC-전북 현대전에선 35세 미드필더의 활약이 돋보였다. 성남은 리그 2위 전북을 맞아 주전 상당수를 제외한 1.5군을 내보냈다. 빡빡한 일정을 치러야 하는 성남 김남일 감독은 전력 차가 큰 전북을 상대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쪽을 택했다. 게다가 전북은 선두 울산 현대와 2점 차라서 성남을 꺾고 선두를 탈환하는 데 총력을 펼칠 전망이었다.

하지만 전북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권순형이 전북 공격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도록 경기를 조율했다. 안정감 있는 패스로 볼을 돌리다가, 빈 틈이 보이면 순식간에 전방 패스를 찔렀다. 후반 1분 페널티아크 왼쪽 프리킥 찬스에선 직접 키커로 나서서 노련미 넘치는 킥을 선보이기도 했다. 킥 타이밍에 맞춰 상대 수비벽이 뛰어오르자, 상대 수비 발 밑으로 빠지는 낮고 빠른 슈팅으로 허를 찔렀다. 슈팅은 왼쪽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시즌 4번째 출전인 권순형은 후반 막판 다리에 쥐고 나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출전이 많지 않아 경기 체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이후 교체됐지만, 경기 후 김남일 감독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김 감독은 "전북이 객관적 전력에서 크게 앞서는데, (권)순형이가 미드필더로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노장의 투혼에 후한 점수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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