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에 제동을 거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이 거세지며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NH농협은행은 11월까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대출 빙하기에 직면한 답답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쉬운 대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다.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개인 간 거래)다.
P2P는 투자자의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중간에서 예대차익과 수수료로 이익을 낸다. 투자자(채권자)들은 차주로부터 이자를 받는다. 그동안 파산과 ‘먹튀’ 논란 등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도 받았지만 지난 6월 피플펀드·8퍼센트·렌딧이, 지난달에는 윙크스톤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로 정식 등록을 마치며 금융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제 P2P사는 기존 금융사처럼 영업 행위와 자기자본 요건, 소비자 보호 의무 등 규제를 받는다. 안전장치를 갖추고 출범한 P2P가 대출이나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P2P는 1·2금융권과 달리 아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미 대출을 받았더라도 신용도와 소득 수준에 따라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그런 만큼 업체 대출을 고민한다면 업체마다 다른 주력 상품과 금리를 꼼꼼히 비교하는 것이 우선이다.
다만 P2P 업체의 금리는 1금융권에 비해 월등히 높다. P2P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연 7~10%, 개인 신용대출 금리가 연 5~20%다.
P2P 이용해 똑똑하게 대출받는 법
누적대출액 기준 업계 1위인 피플펀드는 전체 대출에서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전체 누적 대출액(1조1370억원) 중 비중이 주담대(28%), 개인대출(16%), 부동산 PF(14%) 순이다.
P2P사는 주담대 사용처를 사업자금과 생활자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신규 주택 구매 목적의 주담대는 취급하지 않는다. P2P 주담대 평균 액수는 1~2억원 선이지만 서울 역세권 아파트 등 담보 가치가 높아 추가로 5~6억원의 고액 대출이 나온 사례도 있다. 서울에 10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차주가 기존 은행권 주담대 3억원에 더해 P2P대출을 추가로 받고 싶다면 최대 5억원까지(LTV 80%) 한도가 나온다.
8퍼센트와 렌딧의 주력 상품은 개인신용대출이다. 두 회사의 개인 신용 누적대출액은 2000억원대로 금리 연 4.5~20%에 최대한도는 5000만원이다. 평균적으로 1000만원~2000만원 정도를 연 10~11% 금리에 빌려 간다. 고객들의 신용등급은 4~7등급 사이다. 저축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낮은 이자로 갈아타려는 대환대출 수요가 많다.
소상공인 전문 P2P도 있다. 윙크스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인테리어 비용 등을 대출해주는 사업자 특화 P2P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일반 자영업보다 폐업률이 낮다는 점에 착안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쇼핑몰 판매자에 특화한 중금리 신용대출을 출시했고 하반기에 패션‧유통‧모빌리티 분야 소상공인 대상의 신용 대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권오형 윙크스톤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차입자의 금융정보뿐만 아니라 판매실적과 반품률, 소비자리뷰 등 비금융정보를 심사하고 정산 대금은 투자금을 상환하는데 먼저 쓰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주 100명에 분산투자…원금 보장 안 돼
투자자 입장에서도 P2P업체의 상품이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 주담대가 그렇다. 아파트는 환금성이 뛰어나 채무자가 돈을 못 갚더라도 담보인 아파트를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윤 피플펀드 대표는 “아파트 담보투자는 지난 2년 7개월 동안 평균 수익률 8%(세전)를 기록했다”며 “선순위 대출을 포함해 LTV를 70%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시세의 80% 정도 가격에 경매로 담보를 처분해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투자자(채권자가) 직접 차주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차주의 직장과 기존 대출, 상환 능력 등급, 예상 수익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분산 투자도 가능하다. P2P사들의 채권당 최소 투자금액은 5000원~1만원 선이다. 100만원이 있으면 100명의 차주에게 1만원을 빌려주는 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분산투자 채권 수가 100개 이상일 때 원금손실률이 확연히 낮아지고 같은 투자금액이라도 더 많은 채권에 분산할수록 10원 단위 세금 절사 혜택으로 인해 절세효과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온라인연계투자 상품은 예금처럼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므로 소액 분산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예·적금대비 3~5배 정도의 수익률(약 5%)을 목표로 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