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보다 '다음 댓글' 봤다···집권말 靑 귀 기울인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2021.08.22 05:00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도 주로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상당수의 국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내 양대 포털사이트로 불리는 ‘네이버’와 ‘다음’ 중 다음에서 형성되는 여론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마치며 비대면 참석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마치며 비대면 참석자들에게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네이버 댓글은 보수 성향의 여론이 많고, 다음은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이용자들의 여론이 형성될 때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향이 있다”며 “공약했던 사안들을 마무리해야 하는 집권 말로 갈수록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반대층보다는 지지층의 여론을 보다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같은 기사에 대해서도 네이버와 다음 댓글 반응은 반대 방향으로 나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두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지난해 1월 리얼미터가 포털 사이트의 뉴스 이용률을 조사했더니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이 41.6%를 기록했고, 다음은 22.8%로 나왔다.

네이버 뉴스 이용률은 모든 지역과 연령, 성, 직업에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특히 20대 남성과 학생에서 60%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그리고 야당 지지 성향,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층의 네이버 이용률이 다음 이용률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다음은 전체 이용률에서는 네이버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지만, 유독 진보층과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층,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네이버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수준을 보였다. 여권에 대한 지지층들이 다음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댓글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재’가 5일 서초구 대검찰청 앞과 서초역 일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 조국 수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제8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 문화재’가 5일 서초구 대검찰청 앞과 서초역 일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검찰 개혁, 조국 수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SBS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 함께 네이버와 다음의 댓글 성향을 분석한 결과도 이와 유사했다.

네이버 댓글 4100만개 중 진보 성향은 41.1%, 보수 성향은 58.9%로 나타났다. 다음 댓글 2600만개는 진보 성향이 72.1%로 압도적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댓글 여론은 목소리가 큰 소수의 여론이 과잉 대표된다는 점이 분명이 있다”며 “그렇지만 특정 사안에 대한 진영별 여론의 방향을 확인하는 매우 기초적인 참고 자료로 삼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특정 사안에 대해 네이버와 다음에서 여론이 모두 부정적일 경우에 대해서는 정책 대응 등에 실제 반영했던 적도 있다”며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의 모니터링 결과 민감한 정치 사안 등에 대해서는 두 포털사이트의 여론이 엇갈렸지만, 부동산 폭등 상황에 대해서는 진영과 무관하게 부정적 여론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민감한 정책 결정에 대해 대부분 침묵하거나 야권의 사과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양대 포털에서 동시에 부정 여론이 터져나왔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만은 수차례 공개 사과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정권 후반 핵심 지지층의 호응을 근거로 언론중재법 강행하는 등의 모습은 전형적으로 자신의 진영을 강화시키는 정치”라며 “이는 내년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협치를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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