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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이것은 쇼핑인가 예능인가, 라이브쇼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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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123호, 2021. 07. 27 

Today's Topic 쇼핑의 ‘넥스트 레벨’

123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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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팩플레터 박수련입니다.  🙋
오늘은 요즘 커머스의 대세라는‘라이브 쇼핑’, 일명 ‘라방’ 시장을 분석했습니다.
커머스가 테크기업들의 격전지가 된 지 이미 오래인데요. 그 중에서도 라방은 기술과 콘텐츠 결합의 끝판왕입니다. 모객 능력있는 인플루언서들이 지금 이시간에도 소비자들의 손바닥 위에서 더 싸고 더 재밌게 물건을 팔고 있습니다. 이게 쇼핑인지 예능인지 모를 콘텐츠도 나날이 늘고 있고요.

TV홈쇼핑이 쇼호스트의 시대를 열었다면, 실시간 스트리밍 라방은 개인 인플루언서와 창작자 시대를 재확인하는 공간인 것 같아요. 개인 브랜드가 탄탄한 창작자라면 유튜브 광고수익 외에 수입원이 하나 더 생긴 거죠. 그런 점에서 라방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생태계를 키우는 면이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 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있고요. 세계 2위라는 한국 라방의 세계를 김정민・정원엽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누가누가 잘하는지, 플랫폼별 특징은 뭐가 다른지 한번 살펴보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

🧾 목차

1. 라이브 쇼핑, 로켓이 되다
2. 이커머스, 문법이 바뀐다
3. 이제 시작, 충만한 잠재력
4. 누가 누가 잘하나
5. 넘어야 할 산
6. 앞으로는

1. 라이브 쇼핑, 로켓이 되다

2016년 중국에서 시작된라이브 쇼핑, 일명 라방(라이브 방송). 2021년 한국 이커머스 대세로 자리잡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은 물론, 쿠팡·티몬·11번가 등 온라인 마켓, 신세계·롯데 등 유통 대기업, 배달의민족·무신사 등 버티컬 플랫폼까지 ‘라방’을 키운다.

● 한국 라방의 원조, 그립: 2018년 네이버·카카오 출신들이 창업한 스타트업그립’(Grip). TV 홈쇼핑을 모바일로 옮겨 SNS의 실시간 소통 기능을 더했다. 간편한 결제는 덤. 현재 그립에선 매일 700~800개, 많을 땐 1000개 이상 방송이 진행된다.
● 플랫폼 뛰어들고: 시장의 싹이 보이자, 앱 사용자 수 기준 국내 톱4인 카카오·네이버·쿠팡·배달의민족도 라방에 뛰어들었다. 최근 2~3년새 일이다. 4대 라방의 평균 시청자는 각 5~10만명.
● 시장도 커지고: 한국은 중국에 이은세계 2위 라방 시장. 라방 거래액은 지난해 4000억원에서 올해 3조원으로 늘어날 전망. 2023년엔 10조원, 2030년엔 30조원대로 커진다(교보증권 리서치센터).
● 근데 라방, 누가 써: 핵심 소비층은 MZ세대. 이들은 동영상 라이브, 실시간 채팅, 원클릭 결제에 모두 익숙하다. 박수하 네이버 라이브커머스기획운영팀 리더는 “그중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와 경제력을 모두 갖춘 35~44세가 주 사용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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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커머스, 문법이 바뀐다

국내 라방 거래액 3조원, 이게 커 보여도 이커머스 전체(2020년 160조원 추정)를 놓고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 그러나 영향력만큼은 ‘괴물 신인’ 급이다. 2년 만에 기존 이커머스 문법을 흔들고 있으니.

① 쌍방향, 솔직함과 진정성
● 라이브는 거짓말 못하지: “뒤집어서 안감 보여주세요”란 채팅이 올라오면, 바로 옷을 뒤집어 보여주는 맛. 필요한 정보가 담긴 링크도 바로 제공한다. 시청자 반응에 따라, 질문에 따라 즉석에서 콘티가 휙휙 바뀐다. 마치 오프라인 매장 판매원과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비대면의 한계’가 사라지는 중.
● 생생한 앞광고: 사장님이 직접 배추밭에서 라이브 하고, 수산시장의 새우가 팔딱 뛴다. NG도 상관 없다. ‘뒷광고 논란’ 걱정 없고, 날것의 현장감은 진정성으로 사용자에 어필.

② 팬덤 커머스
● 스타 탄생: 라방 진행자, 즉 ‘커머스 크리에이터’들의 시대가 열렸다. 뷰티·먹방·IT 등 버티컬 인플루언서들이 물 만난 셈. 시청자와 쌍방 소통에 능하고, 전문 분야에 대한 실시간 질문에도 척척 답하기 때문. 뷰티 크리에이터 기획사(MCN) ‘레페리’는 올 상반기 소속 크리에이터의 라방 진행 횟수가 작년 하반기 대비 1300% 늘었고, 라방 관련 매출도 1848% 증가했다고 밝혔다.
● 억대 매출: 개그맨 유상무는 최근 ‘그립’ 라방에서 위닉스 제습기 4억원 어치를, 크리에이터 김해나는 네이버 라방에서 랑콤 화장품 1억 4000만원어치를 팔았다. 박수하 네이버 리더는 “라방을 주력 채널로 활동하는 온라인 판매자가 생겨나고 있다”며 “콧대 높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라방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팬덤 경제: 크리에이터들은 라방 진행 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라방 본방’을 홍보한다. 이들의 팬덤은 자연히 라방 소비자로 전이. 뷰티 유튜버 ‘씬님(구독자 153만명)’은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레깅스를 네이버 라방에서 1시간 만에 1억원어치 팔았다. 플랫폼들도 ‘팬덤 커머스’ 파워를 잘 알기에, 크리에이터 육성과 상품 공동 제작 등에 적극적.

③ 콘텐츠 커머스
● IP 부자, 여기도 써먹네: 네이버는 인기 웹툰 ‘여신강림’ IP를 활용한 화장품 라방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도 자사 웹툰·드라마 IP를 커머스에 활용하려 한다. 심윤보 카카오쇼핑라이브 콘텐츠 파트장은 “콘텐츠에서 시작해 커머스로 유입되는 형태를 중시한다”고 했다.
● ‘발견’은 곧 구매: 드라마에 나온 그 옷, 예능에 나온 그 음식, 친구 SNS에서 본 그 소품이 아른거리는 법. 라방형 ‘커머스 예능’이 뜨는 이유다. 네이버(리코의 도전), 이베이코리아(장사의 신동), 그립(폐업요정), 티몬(쇼트리트파이터) 등이 만드는 ‘5시간 연속 현대백화점 털기’, ‘소고기vs돼지고기 여러분의 선택은?’ 등은 라방이라 가능한 콘텐츠.

3. 이제 시작, 충만한 잠재력 

네이버·카카오 라방 담당자들은 “올 하반기엔 사용자와 거래액이 J커브를 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한익 전 티몬 대표가 라방 플랫폼 회사 RXC를 창업하자마자 200억원을 투자받은 것도, 라방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짐작할 만한 대목.

① 영상 시대, 테크기업의 쇼핑 무기
TV 시대가 저문 지금은 유튜브와 OTT의 시대. 5G 기술은 ‘라이브’ 스트리밍을 대중화했다. “모바일 영상을 미루는 건 커머스 기업엔 위험 요인(심윤보 파트장)”일 정도.
네이버·카카오는 일찍부터 네이버TV나 V라이브, 카카오TV 같은 영상 플랫폼과 인프라를 구축했다. 특히 네이버는 브랜드 스토어(=백화점), 장보기(=대형마트), 스마트 스토어(=오픈마켓), 라이브 커머스(=홈쇼핑)를 통해 ‘이커머스 세트플레이’ 중. 카카오는 커머스 자회사를 본사에 합치고, 올 3월엔 카톡 안에 ‘쇼핑 탭’을 신설하며 카톡 효과 극대화에 나섰다.

② 확실한 숫자, 수수료 경쟁력
설명은 오프라인만큼 자세하고, 결제는 모바일만큼 간단하며, 생방송 중에는 더 싸게 판다. 이렇다 보니 라방의 평균구매전환율(방문자가 구매하는 비율)은 5~8%, 기존 이커머스 평균보다 적게는 5배, 많게는 30배 수준. 유명인이 방송하면 20%까지 치솟기도. 홈쇼핑에 익숙한 중장년층도 최근 라방에 유입 중.
플랫폼이 떼가는 중개 수수료율도 아직은 낮은 편. 기존 홈쇼핑 수수료가 매출의 30~50%인데 반해, 네이버는 3~6%, 카카오는 10~20% 정도 받는다. 소상공인(SME)들이 ‘우리도 라방 한 번 해볼까’ 할 수 있는 배경. ‘낮은 수수료→판매자 유입→시장규모 확대’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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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누가 누가 잘하나

현재 1위는 시장 점유율 10%대의 네이버. 하지만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춘추 전국 시대. 크게 3개 진영으로 나뉘는데.

👉 1진영: “다 판다” 네이버・카카오・쿠팡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 등 가장 플레이어가 많은 종합 이커머스 진영. 눈에 띄는 3곳은.
● 판 까는 네이버: 도전만화’, ‘스마트스토어’ 식으로 라방을 운영한다. 네이버가 동영상 제작 툴을 제공하면, 소상공인이 알아서 라방을 만들어 올린다. 네이버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콘텐츠가 넘쳐나는 구조. 브랜드와 소상공인의 라방이 하루 500회 정도 진행되며, 인기 방송의 시청 수는 50만 회도 거뜬.
● 관리하는 카카오: 양보다 질. 카카오 제작진이 직접 만들어하루 1~2회 방송한다. 방송당 평균 시청 수는 14만회. 올해부터 외부 브랜드가 제작한 방송도 조금씩 송출 중. 하루 10회 정도 내보내는 게 올해 목표다.
● 뿌리는 쿠팡: ‘쿠팡 라이브’를 시범운영 중인데, 프리랜서 라이더를 쓰는 ‘쿠팡이츠와 비슷한 방식. 일반인도 판매자 대신 라방을 진행할 수 있고, 판매 수익의 5%를 가져간다. 다만, 시청 수는 아직 5만회 아래가 대부분.

👉 2진영: “한 놈만 판다” 배민・무신사
올해 새롭게 부상한 버티컬 라방. 사내에 전문 스튜디오와 제작진을 두고, 플랫폼의 색깔을 라방에 입힌다.
● ‘맛잘알’ 배민: 올해 3월 배달앱 최초로푸드 특화’ 라방을 시작했다. 방송당 평균 시청 수 6만회. 고기 굽는 소리, 음식 씹는 소리 등 먹방·쿡방의 표현법과 쿠폰 이벤트를 잘 버무렸다.
● ‘옷잘알’ 무신사: 올해 1월부터 패션 매거진 에디터, 모델, 인플루언서 등패션 피플들 데리고 무신사 라이브 중. 시청자들과 ‘패션 꿀팁’ 주고받으며 소통해 12회 방송 평균 구매전환율이 7%로 높은 편(최고 14%). 지난 5월 반스 방송은 1시간 매출 5억원을 달성하기도.

👉 3진영: “우리, 안 죽었다” 유통 대기업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엘라이브), CJ ENM(CJ온스타일), GS샵(샤피라이브), 신세계(신세계TV쇼핑), SSG닷컴(쓱라이브) 등 기존 이커머스·홈쇼핑 강자들도 ‘라방’에 뛰어들었다.
● 책임지는 큐레이션: 장사 하루 이틀 해 봤나. 소비자 대응에 능숙하고, 기존 유통망도 탄탄하다. MD가 큐레이션한 제품을 내세우고, 젊은 쇼호스트를 채용해 MZ세대 공략에 나섰다. ‘조선호텔 숙박 패키지(신세계)’, ‘이마트 피코크의 한우 선물세트(SSG)’, ‘롯데자이언츠 구단 청백전 생중계(롯데)’ 같은 계열사 상품 활용도. 그러나 평균 시청 수는 1만 회 수준으로, 아직 IT기업들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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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넘어야 할 산

● 규제 공백: TV 홈쇼핑은 방송 전파를 사용하기에, 정부 허가제 사업이며 방송발전기금도 낸다(영업이익의 13%). 반면 라방은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3월 보고서 통해 라이브 쇼핑의 규제 공백을 지적했다. ▶︎이용자 보호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고 ▶︎허위·과대 광고 심의기관이 없으며 ▶︎플랫폼이 소비자 분쟁 해결에 책임을 안 진다는 것. 아직 통합 제재 수단이 없어, 소관 부처가 제각각 보는 중. 지난 22일 식약처는 정부 최초로 라방 플랫폼 6개사 식품 방송 21건의 허위·과대 광고를 적발했다.

● 수수료 안 오를까: 판매자 입장에선 저렴한 수수료가 라방의 매력. 하지만 계속 이렇게 쌀까. 특히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압도적 플랫폼이 생긴다면, 수수료는 오를 수 있다.

● 해외 빅테크: 아마존, 11번가와 손잡고 곧 한국에 상륙한다. 2019년 아마존라이브로 이미 라방에 참전했다. 페이스북은 ‘샵스’와 인스타그램을 앞세웠고, 틱톡 역시 라방 기능을 추가했다. 유튜브는 2019년 미국에서 ‘쇼핑 익스텐션’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인도의 라이브 쇼핑 스타트업 ‘심심’을 인수(금액 비공개).

6. 앞으로는

① 시장의 진화
● 중국 다음 한국: 160조짜리 한국 이커머스에서 라방의 비중은 1.9% 수준. 중국 이커머스 시장(1760조원)에선 이 비율이 8.8%다(이베스트투자증권).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라방 경험률은 30.5%인데, 중국에선 70% 이상(DMC미디어). 한국 라방의 성장 잠재력이 크단 얘기.
● 몸 푸는 미국: 미국 라방은 스타트업들이 뷰티·아동·인테리어 같은 특화 시장을 이끌고, 거인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뛰어든 상태. 그런데 소비자가 느리다.마크 코헨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교수는 테크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미국인들은 스마트폰 앱으로 라이브 쇼핑을 하는 데 큰 관심이 없다”며 “무작정 영상만 만들 게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긴밀하게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② 포맷의 진화
● 팬덤이 미는 ‘콘텐츠 라방’: 라방은 이미 예능과 결합했다. 미국 스타트업 ‘토크숍라이브’에서는 30년 경력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가르치며 기타를 팔고, 미용사가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며 샴푸를 팔기도 한다. 자연히 라방 진행자의 팬덤 파워도 커지는 추세. 배민 쇼핑라이브 담당자는슈퍼 팬덤을 가진 판매자나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크 완전체 ‘메타버스형 라방’: 눈앞에 상품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증강현실(AR) 쇼핑, 가상화폐로 물건을 사는 메타버스가 라방의 종착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 익스플로러(아마존의 가상 세계여행 서비스)’ 같은 가상 제품과 서비스도 팔릴 수 있다.

팩플서베이

라이브 쇼핑, 해본 적 있으세요? (응답기한 만료)
👉설문 결과 분석은 '팩플언박싱' 메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팩플팀이 추천하는 자료 

1. 이베스트투자증권, #살아있다: 라이브 커머스 👉PDF 보기
오린아 애널리스트가 지난해 9월 한국과 중국의 라이브 커머스 시장 전반을 두루 분석하고 숫자를 매긴 산업 보고서입니다. 양국 주요 플레이어들과 시장규모, 전망 등을 구조적으로 뜯어봅니다.

2. KISA 리포트, 국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시장 진단 👉보고서 보기
올해 3월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기고한 라이브 커머스 시장 분석 보고서입니다. 커머스 발전사를 간략히 서술하고, 국내 라방 플레이어들을 유형별로 분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