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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니 잼 바를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18:10

업데이트 2021.08.21 19:14

팩플레터 116호, 2021. 07.08 

Today's Interview  알파고, 니 잼 바를 수 있나?

116호 팩플레터

116호 팩플레터

안녕하세요, 여러분! 🙆 ‘목요 팩플’ 인터뷰입니다.
오늘은로봇 박사님의 얘길 전해드릴게요. 딱 일주일 전, 저희가 ‘배민 배달로봇의 아부지’를 소개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생각보다 빨리 길거리에서 로봇을 만날 수도 있겠다며 놀라워하셨습니다. 피드백 주신 구독자님들, 감사합니다ㅎㅎ

오늘은 인간처럼 관절을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는 프론티어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4족 보행 로봇으로 유명한 김상배 MIT 교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김 교수는 네이버와 로봇 연구개발을 함께 하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네이버에게 온·오프라인 시장 구분이 의미없어졌듯, 네이버의 빅픽쳐(오늘 인터뷰에 나옵니다)를 생각하면 하드웨어 로봇 개발은 너무 당연한 투자입니다. 박민제 기자가 김 교수를 만나고 왔는데요. 그가 개발한 4족 보행로봇 ‘미니 치타’도 함께 만났다고 합니다. 생각보다 꽤 귀여웠다네요?! 요즘 로봇 청소기가 인기라던데, 4족보행 로봇 한마리씩 집에 들여놓을 날도 곧 올까요? 함께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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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최근 수년간 로봇 연구에 공 들이고 있다. 분기점은 사내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를 분사시킨 2017년. 그후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네이버로봇팔(앰비덱스 AMBIDEX)과실내 주행 로봇(어라운드G)을 공개했다. 다시 2년이 지난 2021년, 네이버가 올해 말 완공할 제2 사옥은 로봇 친화 빌딩이다. 자율주행 수하물 배달 로봇 어라운드D가 100대 이상 배치될 예정이다. 네이버는 로봇 관련 특허 237건을 출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네이버가 하드웨어 로봇에 공 들이는 이유, 네이버 서비스를 오프라인에 심겠다는 의지에서 나온다. 로봇은 온라인 강자 네이버의 오프라인 선발대인 셈. 김상배(46)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기계공학부 교수는 네이버의 ‘로봇 트랜스포메이션’에 가장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연구자다. 2012년부터 MIT 생체 모방 로봇(인간·곤충·동물의 특성을 딴 로봇) 연구소장으로 일하는 그는 논문 피인용 건수가 9000건이 넘는다. 2018년 네이버랩스와 공동으로 4족 보행 로봇 미니 치타를 개발했으며 이듬해 네이버랩스 테크컨설턴트(고문)로 합류했다.

배달 로봇, 바리스타 로봇 등 일상에서 로봇의 존재감이 커지는 시대에 김 교수는 로봇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연구 자문을 위해 한국에 온 김 교수를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랩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김상배 MIT교수와 네이버랩스가 공동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미니치타. 지난 6월 네이버랩스 본사에서 직접 본 미니 치타는 실제 동물 치타처럼 가볍고 날쎈 몸놀림을 자랑했다. 사진 박민제 기자

실험실・공장 밖은 위험해

배달·서빙 등 실생활 서비스형 로봇이 늘고 있다. 현재 기술수준을 진단하자면.
“로봇의 여러 기능은 크게 ‘이동’과 ‘일을 한다’로 나뉜다. 이동 기술은 상당히 성숙했다. 평평한 곳에서 자율주행하는 로봇은 이미 많이 쓰인다. 네이버의 ‘어라운드D’만 봐도 2차원 카메라 센서로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잘 간다. 하지만 일, 즉 사람이 손을 써야 하는 분야는 아직 발달이 더디다. 서비스 측면에선 (로봇이) 이동 후 일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게 아직 안 된다.”
자동차 제조 공장에선 이미 로봇 손을 쓰지 않나.
“공장은 실생활 환경이 아니다. 변수가 적고 정형화돼 있다. 공장에선 위치를 제어하고 일을 반복해서 시키면 된다. 하지만 같은 공장이어도, 케이블 끼우는 건 로봇이 하기 어렵다. 케이블마다 모양이 제각각이라서다. 사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공장 내 로봇은 1970년대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미니 치타’는 백덤블링을 한다. ‘알파고’는 인간 바둑기사를 이겼다. 그래도 부족한가.
“로봇도 그렇고 AI도 그렇고,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다. 로봇을 ‘의인화’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큰 오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4족 보행 로봇이 체조선수들이나 하는 백덤블링을 가뿐하게 할 때 다들 섬뜩함과 놀라움을 느낀다. ‘보통 사람들은 잘 못하는 어려운 일(동작)을 해내는 로봇이니 사람이 쉽게 하는 일쯤은 당연히 다 잘하겠지’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런데 아니다.AI와 로봇은 딱 그것만 잘하는 것이다.
116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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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 잘하다니?
“알파고가 바둑을 잘 두지만 그건 수십년간 바둑기사가 쌓은 철학적 깊이까지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냥 숫자만 계산해 이기는 답을 내는, 고도로 발달된 계산기인 것이다. 미니 치타를 개발할 때 백덤블링보다 더 어려웠던 건 따로 있었다.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잘 걷게 만들기, 이게 진짜 어렵다. 걸을 땐 방향을 갑자기 비튼다든지 흙바닥에서 갑자기 미끄러운 바닥을 걸어야 한다든지, 오만가지 변수가 생긴다. 상황에 맞게 로봇이 다리를 다르게 움직이도록 해야 했다.”
사람에겐 쉬운데 로봇한텐 어려운 일, 또 뭐가 있나.
“사람 말을 사람처럼 알아듣는 로봇은 아직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언어가 생각보다 굉장히 모호하기 때문이다. ‘빵에 잼을 바르다’라는 표현을 사람은 바로 알아 듣는다. 그런데 로봇은 아니다. 로봇에겐 병에서 얼마만큼의 잼을 퍼서 빵에 어느 정도 두께로 바를지까지 정량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인간이 쓰는 동사의 90% 이상이 로봇에겐 어렵다. 닦다, 정리하다, 설거지하다 같은 말이 로봇에겐 너무나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바둑·체스 잘 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로봇, 하나를 보면 하나만 안다

로봇이 잼바르기 잘하려면, 인간은 뭘 연구해야 하나.
“요즘 우리 연구실에선 인간의 손을 주목하고 있다. 사람은 손으로 복잡한 많은 일을 해낸다. 우리는 그중 하나라도 로봇이 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주머니에서 열쇠 꺼내세요’란 명령을 로봇이 실행하려면 한두 페이지 이상 코드를 써야한다. 주머니를 찾아서 적당하게 벌리고, 거기에 손을 넣어, 열쇠를 찾고, 그걸 잘 집은 후, 주머니 밖으로 꺼내기까지. 이렇게 쪼개진 단계마다 로봇이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프로그램 구조를 짜고 있다.”
로봇의 발전이 사실은 소프트웨어에 달렸단 얘긴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도 역량의 95%를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하드웨어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미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영역은 소프트웨어다. 아이폰을 보자. 초기엔 카메라 등 하드웨어 기술이 중요했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개발이 핵심이다.”
네이버도 소프트웨어 기업인데, 로봇에 열심이다.
“(네이버를 지켜보니) 제조업 회사들과는 마인드가 다르더라. 당장 로봇 만들어 팔겠다는 게 아니고, 데이터와 기술 차원에서 로봇에 투자해왔다. 로봇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드웨어와 결합해 다방면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그림을 그린다. 테슬라가 딱 그렇다. 전기차 하드웨어도 훌륭하게 잘 만들었지만 그 안에서 구동되는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단한 거다. 로봇은 일종의 알고리즘을 시험해보는 플랫폼이다. 이걸 이해하는 네이버는 10~20년 길게 보고 로봇을 한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1~2년 내 성과가 나오길 바라는 편인데⋯.”
 네이버는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클라우드 기반 로봇 엠비덱스를 공개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왼쪽)가 엠비덱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박민제 기자

네이버는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서 클라우드 기반 로봇 엠비덱스를 공개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왼쪽)가 엠비덱스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박민제 기자

두발과 네발 사이, 로봇의 길

김 교수는 2006년 스탠포드 박사 과정 재학시절 스티키봇(Stickybot)을 개발했다. 실제 도마뱀 움직임에 착안해 유리벽을 수직으로 기어 오르는 로봇이었다. 스티키봇은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최고의 발명품’ 44개 중 하나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이후 MIT에서 치타의 운동능력을 갖춘 4족 보행 로봇 ‘치타 시리즈’를 개발해왔다. 김 교수의 치타 시리즈는 현대차가 지난해 말 인수한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과 유사하다. 비슷한 시기(2012~2013년)에 나왔지만 치타는 전기모터 방식, 보스턴 다이나믹스는 엔진·유압방식을 택한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전기모터를 쓰면 엔진·유압보다 효율이 좋고 가격도 싸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을 상상한다. 왜 동물을 모방한 4족 보행을 택했나.
“내가 동물을 좋아한다. 역동적으로 빨리 뛰는 치타에 매료됐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치타 시리즈를 개발했다. 2족 로봇과 4족 로봇은 장점이 각각 다르다. 2족은 같은 크기 로봇 대비 차지하는 공간이 적고, 높은 곳에서 작업이 가능하다. 반면 4족은 운동능력이 뛰어나고 안정적이다. 건설 현장처럼 울퉁불퉁하거나 엘리베이터 없이 계단만 있는 환경에서도 쓸 수 있다. 바퀴로 다닐 수 없는 곳도 마음대로 다니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도 실생활에선 사람같이 생긴 로봇을 더 필요로 하지 않을까.
“로봇이 꼭 사람 모양일 필요는 없다. 용도가 중요하다. 사람과 하나도 닮지 않은 로봇 청소기를 많은 가정에서 쓰는 걸 보시라.”

인간과 로봇 협업해야 

 네이버 제2사옥에는 수하물 배달로봇 어라운드D(오른쪽) 100여 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 박민제 기자

네이버 제2사옥에는 수하물 배달로봇 어라운드D(오른쪽) 100여 대가 배치될 예정이다. 사진 박민제 기자

언제쯤 실생활 로봇이 나오나.
모든 일을 도와주는 로봇이 가까운 시일 안에 나오긴 힘들다. 완성도가 99%까지 올라도, 실험실 밖으로 못 내보낸다. 같은 행동 100번 중에 1번은 사고가 난다는 얘긴데, 어떻게 내보내나. 로봇 청소기가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로봇이 실수해도 되니까’라는 우스개가 있다. 로봇이 청소 좀 못하면 속은 좀 터지겠지만, 누군가 다치진 않는다.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도 문제 없이 작동하는 로봇은 아직은 어렵다.”
그럼 로봇은 쓸모 없는 것 아닌가.
“AI, 로봇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그러나인간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은 쓸모가 무궁무진하다. 노인 돌봄을 보자. 지금은 사람이 하루종일 노인 옆에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그 일 말고는 못 한다. 그런데 로봇을 각 가정에 배치해놓고 누군가 원격으로 제어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불을 개거나 커피를 타주는 일을 로봇에게 원격으로 시키면 된다. 즉 로봇·컴퓨터가 잘하는 일과 사람이 잘하는 일 사이에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게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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