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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의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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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114호, 2021. 07. 02 

Today's Topic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의장님

114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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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 오늘은 금요일! 팩플 설문 언박싱 보는 날입니다. 지난 화요일에 드린 '의장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레터를 작성한 심서현ㆍ김정민 기자의 취재후기를 먼저 전합니다.

최근 분당 정자동을 자주 갔습니다.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 취재 때문이었죠. 업무 스트레스와 임원의 괴롭힘, 핵심 경영진의 가해자 비호가 얽힌 이 사건은 네이버의 경영, 나아가 한국의 신(新) 주류가 된 IT기업 전반의 지배 구조에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서 만난 네이버 노조는 "이해진과 그의 사람들(C레벨 4명)이 네이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업무를 진행해보면, 창업자가 보고를 받은 뒤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사회 일원이 아니며 지분도 적은(3.73%) 이해진 GIO를 '네이버 총수'로 지정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이유도 실질적 지배력이었습니다.

창업자들이 경영 일선을 떠나는 것, 한편으론 타당합니다. 창업자가 잘 하는 건 말 그대로 '업을 일으키는' 건데, 관리자로 살고 싶지 않겠죠. 투자자와 주주들을 위해서 그렇게 한다고도 말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건 결국 회사 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리는 건데, 그걸 위해서라도 창업자가 신사업이나 글로벌 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는 거죠.

그래서 팩플 독자님들의 생각이 궁금했고, 설문에서 여쭤봤습니다. 결과는 함께 확인해 보죠.

참, 팩플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어요. 바로 귀로 듣는 팩플! 지난 121호 '의장님,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필자들의 대화 식으로 풀어봤습니다. 파일럿 콘텐츠이니 여러분의 솔직한 피드백을 기다리겠습니다💌! 꼭이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바로 재생됩니다.

114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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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8%가 부정적으로, 43.2%는 긍정적으로 보셨습니다. 각각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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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으로 보신 분들의 과반 이상인 57.7%가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목적 같아서'라고 답했습니다. 경영책임자는 단어 그대로 수많은 '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안 좋은 사건이 터지면 법원이나 국회, 각종 청문회에도 불려다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불명예일 수 있죠. 책임을 피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응답은 '어차피 뒤에서 경영에 관여할 것 같아서(40.8%)'였습니다. 실제로 올초 네이버가 직원 보상을 놓고 한동안 갈등을 겪었지만 경영진은 새로운 안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이해진 GIO가 사내 메일을 보내 직원을 달래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죠. "각사 사업 방향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너무 급하게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후유증이 염려된다"고 말입니다. 그 후 네이버 이사회는 '전 직원에 10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지급'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다들 창업자를 바라보나 봅니다.

창업자가 기업에 강한 심리적 소유감을 갖는 것은 보편적 현상이며 존중받을 이유가 있습니다. 문제는 책임도 지느냐죠.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팩플에 "창업자는 가까운 사람을 선임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 관여하려는 경향이 큰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음으로, 창업자가 사내이사를 맡지 않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신 분들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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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8%가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하셨습니다. 창업해서 성공하는 것과, 수천 명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 필요한 일이죠.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기능적 분리로 보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많이 꼽힌 건 '국내 규제가 많아서 나라도 그렇게 할 듯(20.4%)'이었습니다. 부정적 이유로 꼽아주셨던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아서'의 반대 급부랄까요. 재계에서는 국내 기업 CEO에게 적용되는 형사처벌 항목이 2200여개에 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신 선택으로 보입니다.

네이버와 쿠팡 창업자가 국내 경영직을 내려놓으며 내세운 이유는 '글로벌 경영 등 큰 그림을 그리려고'였는데요. 정확히 그 이유로 찬성표를 던지신 분은 13.0%였습니다.

※ 팩플레터는 이렇게 운영되고 있어요.
💌화요일, 이슈견적서 FACTPL_Explain이 담긴 레터를 발송합니다.
💌목요일, 팩플의 인터뷰와 칼럼이 담긴 FACTPL_View를 드립니다.
💌금요일, 화요일 레터의 설문 결과를 공개하는FACTPL_Unboxing을 보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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