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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코인에 놀란 가슴, CBDC 처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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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102호, 2021. 06. 04 

Today's Topic 코인에 놀란 가슴, CBDC 처방전?

102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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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국가코인(Govcoin)이 온다’설문결과를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이번 레터를 작성한 정원엽 기자의 취재후기를 먼저 전해드립니다.

요즘 '현금💸만 받는다'는 가게, 많이 줄었죠.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오프라인 결제가 다 되는 OOO페이가 늘어나면서는 신용카드 지갑도 잘 안갖고 다니게 됩니다. 2018년 가계지출 중 현금 사용 비중은 19.8%까지 떨어졌으니, '캐쉬리스(Cashless)' 현금없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OOO페이가 주도한 간편결제 시장이 급성장했습니다. 2016년 11조원이던 간편결제 거래액은 2019년 120조원을 넘었고, 올해는 200조원을 돌파할 전망입니다. 간편송금 역시 빠르게 컸죠. 대표주자인 토스(Toss)의 월 간편송금액은 최근 5조원을 넘었답니다. 암호화폐는 또 어떻고요. 올 1분기만 약 30조원이 국내 4개 암호화폐 주요거래소에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제 더이상 '디지털 화폐'가 낯설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한국은행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달 24일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계획을 발표하며 "지급결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때를 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한은이 무조건 CBDC로 갈 것이다"고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취재중에 연결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CBDC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지금과 별반 달라질 게 없을 수도 있고, 반대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과 각종 페이·핀테크 업체 전부를 대체할 수도 있다"며 "한국은행으로서도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교수님 한 분은 "규칙을 정하는 심판(한국은행)이 경기(은행업)에 뛰어 든단 얘긴데, 이래도 되는건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세는 거스르기 어렵습니다. 중국에 이어 미국이 CBDC로 가는 길을 선언했고, 다른 국가들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언젠가 "돈" 하면 더이상 '신사임당'이나 '세종대왕'을 떠올리지 않고, "지갑" 하면 한국은행표 전자지갑을 먼저 떠올릴 세대가 나오겠지요. 다른 독자 분들의 생각은 어땠을지, 설문결과를 보러 가시죠.

'코인 보고 놀란 가슴, CBDCV로 달래나?' 설문 결과 

지난 팩플레터(2021.06.01)에선, 한국은행의 CBDC 발행에 대한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102호 팩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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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자의 80.2%가 CBDC 도입을 찬성하셨어요. 반대는 19.8%에 불과했습니다. 그렇게 답하신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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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가 '암호화폐 등에 대응하는 안정된 디지털 화폐가 필요해서'라는 답을 골라 주셨습니다. 아무래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천당과 지옥으로 몰아넣는 암호화폐의 투기성을 우려한 판단으로 보여집니다.

21.4%는 '지하경제 양성화, 공정한 세금 납부가 가능해서'라고 하셨습니다. 거래원장이 남는 특성상 디지털현금인 CBDC는 거래를 더 투명하게 추적하고 과세할 수 있죠.  세금걷기 힘든 지하경제 규모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0%(IMF, 2015년 기준), 약 360조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20%는 '효과적인 재정·통화 정책 집행이 가능하니까'라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각국은 경기부양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죠. CBDC는 개인 전자지갑에 재난지원금을 바로 보내줄 수 있고, 사용처를 한정하는 등 디지털화폐의 특징을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 17.1%는 '금융 수수료 등 중개·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라고 답하셨습니다. 은행을 포함시키는 CBDC 모델(2 tier)도 있긴 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CBDC를 발행하고, 소액결제용으로 유통시킬 경우 각종 금융비용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번엔 CBDC 도입을 반대(19.8%)하신 분들의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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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에 반대하신 분들은 '정부'에 정보나 권력이 집중되는 걸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37.5%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집중되는 등 감시사회의 우려가 커서'라고 답하셨고, 31.2%는 '정부에 금융권력이 더 집중되는 것 같아서'라고 반대하신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탈중앙 철학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과, 한군데에 정보와 권력을 집중시키는 중앙은행의 CBDC는 어색한 조합이긴 합니다. 민간 연구기관에선 중국의 CBDC 추진을 보며 자칫 '시민 감시와 통제'로 악용될 가능성도 우려합니다.

이어 12.5%는 '민간 금융산업이나 암호화폐의 혁신성을 죽일 것 같아서'라고 답해주셨습니다. CBDC가 민간 금융산업과 공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국가 주도 사업인 만큼 유관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규제가 만들어지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밖에 6.2%는 '디지털 격차로 인한 금융 소외 심화'를 꼽아주셨고, 기타 의견 중엔 'CBDC 사업에 협력한 사기업이 금융권력을 쥘 가능성'을 우려하신 의견도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북의 디엠(Diem)  같은 빅테크 플랫폼의 통화·금융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여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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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은 팽팽했는데요. 55.8%는 '성공할 수 있다'고 보셨고, 44.2%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답하셨습니다.

페이스북은 세계 최대 기술기업이자, 30억명 이상의 사용자 네트워크를 구축한 빅테크 플랫폼입니다. 기술적으로 보나 규모로 보면 글로벌 디지털 화폐를 성공시킬 역량이 충분하단 평가가 많죠. 그렇기에 CBDC에 적극적인 '중국'과 '페이스북'을 CBDC의 미래를 결정할 양대 변수로 꼽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국가와 기업의 생각이 같기란 쉽지 않죠. 디엠은 전신인 리브라 프로젝트 때 부터 각국 정부의 견제를 받아왔습니다. 달러 패권을 놓을 수 없는 미국 정부가  '페이스북 제국의 화폐' 디엠 통용을 가만 두고 볼지, 이런 견제를 뚫고 민간기업의 글로벌 디지털 화폐가 성공할지 저도 귀추가 궁금합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꾸준히 팔로업 해볼게요. 😉

설문 결과, 오늘도 흥미로우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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