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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aS 밥상에 숟가락은 몇 개?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15:00

팩플레터 79호, 2021. 04. 13 

Today's Topic K모빌리티, 특이점(singularity)이 왔다

팩플레터 79호

팩플레터 79호

안녕하세요. 팩플레터 박수련입니다. 🙋
지난해 9월 초 ‘타다금지법 6개월, 뭐 타세요?’라는 레터를 드렸었죠. 이번 레터를 준비하며 그때 드린 ‘설문 언박싱’ 레터를 다시 열어 봤어요. 당시 팩플 구독자님들한테 ‘(정부가 ‘더 많은 타다가 나올 수 있다’고 한) 플랫폼 운송 서비스 얼마나 기대하시는지’ 물었는데요. 56%가 ‘별로 기대가 안 된다’고 했었어요. 그 예감이 맞았습니다😂. 2021년 4월, 눈길을 확 끄는 플랫폼 운송 서비스는 보이지 않습니다.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잘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죠. 그래야 소비자와 기업, 구직자 모두 더 많은 선택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 박민제·김정민 기자가 분석한 거대 플랫폼들의 모빌리티 구상이 재밌고 유익하면서도, 목차 5번에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이제 이 시장의 문은 닫힌 건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엔 여러분이 어떤 플랫폼 유형에 더 높은 점수를 주실지, 훗날 이 설문 결과를 다시 열어보면 어떨지 기대됩니다. 오늘도 감사해요! 😀

🧾 목차

1. K모빌리티, 시즌3 STAR
2. 주연 : 카카오모빌리티의 인피니티 스톤
3. 주연을 노리는 조연 : 우티와 타다
4. 언더커버 : 네이버의 모빌리티 본색
5. 그러나 '새로운 피'는 없다

1. K모빌리티, 시즌3 START 

말 많고 탈 많은 한국 모빌리티 산업 ‘시즌3’가 개막했다. 2013년 우버의 한국 진출 이후 IT기술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과 전통 운송산업 대표주자 택시업계 간 끈질긴 힘겨루기 끝에 맞이한 새로운 국면. 전통 산업과 상생+운송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란 난제(難題)를 풀 해법, 이번엔 찾을 수 있을까.

시즌 1 모빌리티 〈 택시 : 우버는 2013년 차량 30여 대로 서울서 영업 개시. 앱으로 호출하면 자차 또는 렌터카를 몰고 나와 태워주던 서비스. 택시업계는 ‘불법 택시’라며 민원을 제기했고 서울시는 우버를 고발. 2018년 법원은 여객자동차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버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택시의 KO승.

시즌 2 모빌리티 ≦ 택시 : 쏘카·VCNC는 2018년 렌터카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를 시작. 11인승 승합차를 대여하면 기사를 알선해 줄 수 있다는 당시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예외조항 활용. 불친절하고 승차거부가 많던 택시에 대한 불만 해결하며 1년 반 만에 사용자 170만명을 확보했다. ‘택시 외 탈 것’ 시장의 가능성을 국내에서 처음 입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법 개정으로 서비스 중단. 택시의 판정승.

시즌 3 모빌리티 ≧(?) 택시 : 모빌리티 혁신의 지향점은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Mobility as a Service). 앱 하나로 모든 이동을 해결하는 통합 서비스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제도권에 끌어들인 개정 여객자동차법을 8일부터 시행. 그러나 현재로선 모빌리티 플랫폼에 택시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지 회의적인 상황. 경쟁력 있는 MaaS 플랫폼의 탄생은 기존 택시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택시 외 탈 것’ 시장 경쟁이 얼마나 활성화될 지에 달렸다.

2. 주연 : 카카오모빌리티의 인피니티 스톤

빠른 ‘진격전’보단 장시간 기다리며 품을 들이는 ‘진지전’의 대가. 2018년 말 ‘카풀’로 시장을 뒤흔들어볼까 시도했지만,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재빨리 태세를 전환했다. 사실 카카오택시 앱을 내놓은 2015년 이후 모든 시간은 MaaS를 위한 준비나 다름없었다.

마치 어벤져스의 타노스가 6개의 ‘인피티니 스톤’을 차례로 모아 핑거 스냅(손가락을 튕겨)으로 목표를 달성하듯. 이 회사 관계자는 “내 차, 남의 차 가릴 것 없이 사용자에게 필요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촘촘히 채워왔다”며 “카카오T에서 MaaS를 실현할 수 있게 빈틈을 메우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① 남의 차 서비스
중·단거리(택시·전기자전거) : 2014년 6월 카카오 내 꾸려진 ‘탐구생활 TF’가 신규아이템을 택시로 정한 게 카카오T의 시작. 이듬해 서비스 시작 후 5년 만에 기사 23만명, 이용자 2800만명을 확보했다. 걷기 애매한 1~2㎞ 단거리 이동용 전기자전거도 6500대 규모로 서울 송파구 등 9곳에서 서비스 중.
광역(기차·시외버스) : 코레일과 협약을 맺고 올해 1월 기차예약 서비스 출시. 시외버스, 택시 등을 연동해 기차 타기 전과 내린 이후 여정까지 통합 서비스 제공.
자율주행차·렌터카 : 세종시에서 자율주행차 호출 상용 서비스 운영중. 렌터카 중개도 조만간 카카오T에 구현할 계획이다. 지난 3월 렌터카 플랫폼 딜카를 80억원에 인수했다.

② 내 차 서비스
움직이는 차(내비게이션·대리·주차) : 카카오는 2015년 김기사 내비게이션으로 유명한 ‘록앤올’을 626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대리, 2017년 주차를 선보이며 자기 차로 이동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 3종 세트 완성.
멈춰있는 차(내 차 관리) : 올해 확장에 나선 영역. 카카오T 이용자 중 자차 이용자(2000만명 이상)를 겨냥한 서비스다. 방문형 세차·정비, 내차 시세조회와 매매 등. 이를 위해 카카오는 세차·정비업체 13곳, 중고차 매매업체 케이카와 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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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그래서, 카카오T 이제 돈 좀 버나
내리 3년 ‘연매출 2배’ : 536억→1048억→2800억원. 2018년부터 3년간 카카오모빌리티의 연매출(연결기준)은 매년 2배 안팎으로 껑충. 일단 플랫폼에 사람을 모은 뒤 점차 수익모델을 붙이는 전형적인 방식. 수년간 대리기사 중개 수수료 외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다가, 지난해 수수료롤 받는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규모(1만6000대)를 크게 늘리면서 매출도 제이(J)커브를 그렸다.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 지난해 영업손실은 129억으로 2018년 이후 최저.
유료화 시동 걸고 : 지난 3월 택시 기사회원 대상 유료 서비스(프로 멤버십)를 시작. 월 9만9000원에 실시간 콜 수요 지도, 목적지 부스터(원하는 목적지로 가려는 고객의 호출을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 부가정보를 주는 것. “콜(호출) 배분과 관계없다”고 주장하지만 코로나19로 손님찾기 힘든 택시 기사 입장에선 솔깃한 유료상품이란 평가가 나온다. ‘첫달 무료, 6월까지 월5만9000원 할인’ 이벤트로 사흘만에 2만명 기사 가입자를 모았다. 2만명 기준 연매출은 237억원.
글로벌 투자도 받고 : 2017년 텍사스 퍼시픽 그룹(TPG)으로부터 5000억원을 받았다. 올해 2월 칼라일 그룹(2200억원), 3월 구글의 전략적 투자(565억원) 등 누적 7800억원 투자 유치.

🚕진격의 카카오, 뿔난 택시업계💢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택시업계에 ‘유료화’ 카드 2장을 내밀었다. 첫째는 타다 라이트나 우버 등 경쟁 가맹택시 기사가 카카오T 콜을 받으려면 수수료를 내라는 제안. 둘째는 기사에게 필요한 부가 정보를 유료로 주는 ‘프로 멤버십’.

이 때문에 타다 사태 후 잠잠했던 택시업계는 다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국택시운송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는 지난 7일 국토교통부에 공동건의서를 제출했다. 13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국회의원실 주최로 대책 간담회도 연다. 연합회 이양덕 상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2015년 처음 사업할때 유료화는 절대 안하겠다고 했는데 영향력을 키우더니 최근 콜 유료화 수순으로 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시위를 자제하고 있지만 기사들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3. 주연을 노리는 조연 : 우티와 타다

MaaS, 카카오모빌리티만의 꿈은 아니다. 경쟁자들의 전략도 흥미진진.

① 우버와 손잡은 티맵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티맵모빌리티를 분사시켰다.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와 손잡고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를 구축하겠다는 전략. 국내에서 가맹·고급택시만 하던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에 0.5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두 회사의 합작회사 우티에도 1억 달러를 투자.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PEF)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유치했다.

강점 : 두둑한 실탄, 가입자 1850만명인 국내 1위 내비게이션과 글로벌 모빌리티 선두주자의 노하우가 결합했다. 잘 안 될래야 안될 수 없는 조합이라는 평가도. 핵심사업은 플랫폼(주차·광고), 수요응답형 모빌리티(택시호출·대리운전) 등. 현재 1000대 안팎인 우버택시를 상반기 중 ‘우티’로 바꿀 예정.
약점 : 우버와 티맵 모두 수 년간 한국에서 사업했지만, 이렇다 할 성공의 경험이 아직 없다.

② 택시와 화해한 타다
지난해 4월 타다 베이직을 중단한 이후 쏘카·VCNC는 3개의 대안을 들고 나왔다. 대리운전(타다대리)과 중고차 거래(캐스팅), 가맹택시(타다 라이트)다. 특히 타다 택시로 불리는 가맹택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과 경기도 성남 등으로 확장. 운영 차량은 3월말 기준 1300여대로 5개월 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강점 : 타다 베이직 때부터 쌓은 ‘서비스’ 노하우. 이용자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아는걸 서비스에 잘 구현하는 편. 탑승 경험이 좋다는 입소문과 마케팅 덕분에 타다를 그리워하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모여들고 있다. 타다 베이직 중단 당시 170만명이었던 플랫폼 회원 수는 최근 200만명을 돌파.
약점 : 택시업계와 아직 완전히 앙금이 가시지는 않은 상황. 기사 확보 등 확장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 가맹택시가 빠르게 늘었다고는 하나, 카카오 가맹택시(1.6만대)의 10%도 안되는 규모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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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언더커버 : 네이버의 모빌리티 본색

정체를 감췄지만 사실 강력한 MaaS 플랫폼 후보군이다. 네이버는 ‘지도 중심의 MaaS’ 전략을 밀고 있다. 네이버 지도 이용자는 매달 1300만명 이상. 2004년부터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검색 기반 모빌리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해외로 치면 구글맵(Google Map) 모델.

네이버가 MaaS 경쟁에 작심한다면 네이버만큼 판을 뒤흔들 플레이어가 또 있을까. 우승기 네이버 책임리더(네이버지도 총괄)는 “(사용자가)장소를 확인하기 이전 단계부터 이동경로 추천, 예매, 예약 등 여정 전반을 책임지는 플랫폼을 지향한다”며 “이동 수단에 국한되기보다 사용자가 나의 이동을 매니지먼트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금 네이버는···
택시, 대리 등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는다. 카카오모빌리티, 우티 연합, 쏘카·VCNC 등과 가장 큰 차이점. 그러나 이동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네이버에 집약하고 결제·이용후기 등을 연동한 게 특징. 사용자의 이동을 ‘심리스(seamless·끊김없이)’하게 연결하는데 집중.

① 길찾기 : 2011년 1월 네이버가 국내 최초로 선보인 ‘도보 길찾기’에선 일평균 1억건 이상의 검색이 일어난다. 지하상가나 대형몰 등 복잡한 실내 길찾기까지 커버한다. 넓거나 좁은 길 등 도로 특색을 감안해 이용자가 더 편하게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최적경로를 제안한다. 도보 외에도 대중교통, 자전거 등 수단마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강점.

② 주변 추천 : 검색 회사답게, 정보의 연결에 강하다. 네이버의 MaaS는 ‘꼭 필요한 정보’와 ‘더 알면 좋을 정보’를 잘 모아 보여주는 게 주특기. 특정 레스토랑 상호를 검색하면 메뉴, 영업시간, 주차 지원 등 사용자가 궁금해할 법한 정보를 함께 보여주는 식. 2020년 7월부터는 AI 장소추천(에어 스페이스)도 도입. 주변에 갈 만한 곳을 자동으로 추천해 준다.

③ 부족한 건 제휴로 기능 UP : 네이버의 커머스나 물류가 그렇듯, 모빌리티에서도 네이버가 직접 다 할 필요는 없다는 전략. 1월부터 코레일과 협업해 기차예약 서비스를 탑재했고, 버스회사 및 대중교통 티켓 대행사와 제휴도 논의중이다. 전동 킥보드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연동도 검토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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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네이버는···

① 네이버의 전방 주시 : 네이버는 차량 호출, 차량 공유 등 모빌리티 업계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네이버 지도와 시너지 방향을 고민한다는 의미. 우승기 네이버지도 총괄 책임리더는 “검색 결과 보여주기를 넘어서서, 검색의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협업할 계획”이라고 했다.

② 데이터 정교화, 현대차 맞손 :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검색·지도·쇼핑·웹툰·오디오클립 같은 네이버 서비스를 현대·기아차의 커넥티드 카에 연결하는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의 기술력과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네이버지도의 데이터도 정교해질 수 있다.

③ 네이버식 자율주행 ‘공간의 확장’ : 네이버랩스는 ‘이동식 창고’ 개념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백종윤 네이버랩스 자율주행그룹부문장은 “지역 유명 빵집의 상품을 싣고 돌아다니다가, 주문이 오면 빠르게 배송해주는 서비스 등도 가능하다”며 “사람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상점·창고 같은 물리적 공간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 그러나 '새로운 피'는 없다

판을 바꾸는 건 기존 문법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피’. 하지만 모빌리티 판에 새로운 피가 사라졌다. 지난해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법 통과 이후 생긴 변화.

① 타다 학습효과
1년 전 멀쩡하게 잘 운영되던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국회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통과로 불법이 됐다. 타다를 지지했던 스타트업계는 ‘타다를 살리면서 기존 산업도 보호’하는 제3의 길을 찾지 못한 정부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일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으니, 모험에 나서기가 여의치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아이디어나 원천기술 고민 전에 ‘이런 사업을 하면 정부가 제재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타다는 잘 진행되던 서비스도 규제를 만들어 중단시킬 수 있다는 안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② 기울어진 운동장
8일부터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법은 플랫폼 운송 사업을 제도화했다. ‘택시 외 탈 것’을 제도권에 포섭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심사 단계부터 서비스 운영에 이르기까지 각론을 규정한 시행령·행정규칙 곳곳에 스타트업 참여를 어렵게 하는 규제가 포함됐다. 플랫폼 운송을 하겠다는 사업자는 3곳에 불과하다. 반면 택시를 조금 개선한 가맹택시는 현재 9개사 3만 500여 대가 경쟁 중.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신생 플랫폼 운송 사업자는 기존 택시들을 위해 기여금을 내야하는 데다, 정부가 면허를 얼마나 허가해줄지 예측도 어려워 스타트업이 뛰어들기 힘든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팩플서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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