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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우리 동네 골목대장은 네이버? 당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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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76호, 2021. 04. 06 

Today's Topic. 우리 동네에 뭐 먹을 게 있길래

팩플레터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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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팩플레터 박수련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게 한둘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늘었다’고 얘기합니다. 집콕하다 답답하면 동네 마실 나가고, 집-회사(또는 학교)만 오갈 땐 보이지 않았던 골목길 작은 가게들이 눈에 띄고… 그랬던 거죠. 또 네이버에서 가까운 재래시장 꽈배기를 주문해 먹을 수도 있었고, 중고거래 하느라 당근마켓 접속도 여러 번 했었을 거고요. 이런 새로운 습관에 주목한 플랫폼 기업들은 이제 읍면동 단위의 '하이퍼 로컬'에서 경쟁합니다.

오늘 팩플레터에선 로컬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네이버와 당근마켓의 맞대결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어요. 일찌감치 망원동의 진가를 알아봤었다는정원엽 기자김정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얼핏 네이버가 우위일 것 같지만, 동네에서 차근차근 성장한 당근마켓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어딜 더 좋아하고 어딜 더 찾게 될까요?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 목차

1. 로컬이 뜬다, 왜?
2. 골목길서 딱 만났네 : 당근마켓 vs 네이버
3. 로컬 커뮤니티 : 우리 동네서 놀자
4. 로컬 SME : 여기 와서 장사하세요
5. 하이테크 vs 하이터치
6. 뜨거운 하이퍼로컬의 세계

1. 로컬이 뜬다, 왜? 

코로나19 이후 ‘슬세권(슬리퍼 신고 다닐 만한 동네 상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동네서 일하고, 동네 식당서 밥 시켜 먹고, 동네 사람들과 중고거래를 하기 때문. BC카드 빅데이터 센터에 따르면 거주지 500m 이내 결제는 2018년 25.6%에서 지난해(1~3월) 32.9%로 늘었지만, 거주지서 5km 이상 원거리 결제는 38.4%에서 31.4%로 줄었다. “동네소비형 고객이 늘었다”는 분석.

오리지널 동네정보는 ‘사람’ : 우리 동네서 진료 제일 잘 보는 의원은? 밤 늦게까지 여는 약국은? 죽치고 앉아 공부하기 좋은 카페는? 지역 구성원이 아니면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플랫폼이 진짜 정보를 가진 ‘동네 사람’ 모으기에 주목하는 이유.
사람 뒤에 따라오는 ‘데이터’ : 정보를 모으고, 사람을 모은 플랫폼이 얻는 건 데이터다. 이건웅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 단위로 내려갈수록 판매자 정보나 상거래 데이터가 많지 않았다”며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지역 기반 중소사업자들의 거래 데이터가 쌓인다면 플랫폼이 다양한 커머스 전략을 짤 수 있다”고 했다.

2. 골목길서 딱 만났네 : 당근마켓 vs 네이버

1400만명이 쓰는 중고거래 국민앱 당근마켓, 이제부턴 동네와 관련된 거의 모든 정보를 모아놓은 ‘동네판 네이버’가 되려 한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로컬 커머스 잡기에 나섰다. 지역별 중·소상공인(SME)과 콘텐츠를 엮어 네이버 중심의 ‘로컬 커머스 생태계’를 재정비 중.

“우리동네 네이버는 나” 당근마켓 : 전국 6577개 지역에서 월간 1450만명이 쓰는 하이퍼 로컬(지역 밀착) 모델의 대표주자. 거래 지역을 반경 6km로 제한하며 사용자들을 ‘소속감’과 ‘신뢰’라는 무형의 네트워크로 묶었다. 지난해부터 ‘우리 동네 모든 소식’이 오가는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읍면동으로 내려간다” 네이버 : 네이버 사내에 로컬 관련 조직만 4곳. 이중 그룹앤CIC가맡은 네이버카페는 지난해 11월부터 카페 정보를 읍면동 단위(이전까진 광역)로 세분화했다.  네이버카페에서 동네 커뮤니티에 불을 붙이고, 그 동네 SME에게 네이버의 쇼핑·결제 툴을 제공해 네이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전략이다. 당근마켓, 배달의민족, 병원·맛집 앱 등 버티컬 시장도 네이버로 흡수할 기세.
지역·취향·비즈니스 : 〈골목길 자본론〉에서 로컬 경제에 주목한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홍대나 성수동처럼 주민 중심의 취향공동체가 새로운 지역 생활권을 만들고 있다”며 “동네 생활 플랫폼 자리를 차지하면 지역과 상생 명분을  얻으면서도,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데이터 기반 사업 확장도 할 수 있기에 너도나도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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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컬 커뮤니티 : 우리 동네서 놀자

당근마켓과 네이버가 로컬 시장서 충돌하는 지점은 ①커뮤니티②SME다. 콘텐츠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끈끈해지고, 그 커뮤니티는 다시 커머스로, 콘텐츠로 이어지는 선순환. 중고 커머스에서 시작한 당근마켓이 소셜 커뮤니티를 노리는 이유.

① 당근마켓 “우린 쇼핑이 아니라 소셜”
구글스토어에서 당근마켓의 앱 카테고리는? 소셜. 한때는 쿠팡에 이어 일일 이용자 2위(2020년 4월 기준)까지 오른 쇼핑 앱이었지만, 당근마켓은 지난해 9월 카테고리를 ‘소셜’로 옮겼다. 그 직후 ‘동네생활’과 ‘내근처’ 전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근이 노린 건...

온라인 ‘응팔 쌍문동’ : ‘동네생활’ 게시판에 잃어버린 지갑 사진 찍어 올리고, ‘내근처’에선 미용실 할인소식 듣고 예약하기. 당근마켓이 원하는 그림이다. 이기연 당근마켓 PR 매니저는 “동네생활 게시판에 같이 자전거타러 가자거나 밥친구 찾는다는 글이 꽤 올라온다”며 “응팔(응답하라 1988)의 쌍문동 감성이 온라인으로 부활한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당근 하나로 다 돼?” : 이용자 반응도 좋다. 동네생활 게시판 이용자는 월 평균 500만명. 서비스 시작 6개월 만에 네이버카페 MAU(711만)의 70% 수준을 넘었다. 당근마켓의 ‘지역 침투율(거주자 수 대비 이용자 비중, 20~64세 기준)'은 서울 강남구 99.1%, 세종시 95.8%, 제주 88.4%까지. ‘웬만한 정보는 당근으로 다 해결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로컬 플랫폼으로 빠르게 안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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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네이버 “우린 포털 말고 카페”
네이버 카페의 요즘 키워드는? 이웃. 지난해 12월 ‘이웃 서비스’를 출시해 관심지역으로 설정한 읍면동의 중고거래나 인기 카페를 보여주더니, 지난 3월 말엔 사용자가 현 위치 기반으로 ‘이웃 인증’ 후 동네 주민들과 교류할 수 있는 ‘이웃톡’도 출시했다.

맘카페 원조는 네이버! : 사람 많기로는 카페보단 밴드다. 밴드의 월간 앱 이용자는 2010만명(2021년 2월), 카페(711만)의 3배다. 그러나 네이버가 ‘로컬 플랫폼’으로 미는 건 카페다. 네이버 그룹앤 CIC 관계자는 “밴드는 학교, 회사, 동호회 등이 주축인 반면 카페는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형이 많아 카페를 로컬 서비스로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카페는 올해로 출시 18년차.
“당근 카피캣 아냐?” : 네이버 ‘이웃톡’이 나오자, 이용자들 사이에선 “당근마켓 동네생활 게시판과 지나치게 닮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GPS 기반 동네 인증 기술, 동네 수 제한(당근마켓 2개, 네이버 3개), 동네 맛집·병원 추천 등 기획의도가 유사하다. 그러나 네이버는 전면 부인. 원래 ‘지역’에 강한 맘카페 등이 있었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이웃과 소통하려는 이용자 니즈를 반영한 것(김정미 그룹앤 CIC 책임리더)”이란 주장.  당근마켓 측은 “대기업이 로컬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당근마켓의 ‘문화’까지 흉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일단 견제 중.

4. 로컬 SME : 여기 와서 장사하세요

네이버와 당근마켓이 보다 직접 경쟁할 대상은 중소사업자(SME)다. 로컬 생활 플랫폼이 되려면 한쪽엔 소비자(동네주민), 다른 한쪽엔 SME(동네가게)를 충분히 끌어 모아야 한다. 그래야 거래가 일어나고 플랫폼도 돈을 번다.

① 기술·지원 빵빵한 네이버
‘온라인 창업 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네스스)는 올해초 입점업체 42만개, 연간 거래대금 17조원을 돌파했다. 전국의 동네 가게를 빨아들이는 네스스의 진격은 앞으로 계속될 듯. 지난 1일 공개한 CEO 주주서한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년 후 스마트스토어 100만개”를 목표치로 제시했다. 네스스가 늘어나면 네이버엔 뭐가 좋아지나. “스마트스토어를 견인하는 SME와 네이버 플랫폼을 더 잘 연결할수록 네이버도 함께 성장하는 구조(네이버 D커머스 리포트)”라고 네이버 스스로 분석했다.

● 국내 SME는 약 700만 명.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저만치 갔는데, SME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느리다. SME의 29.9%만이 디지털 전환을 준비중이라고(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현황 및 계획 실태조사(2020)). 네이버는 이 지점을 노린다.
네이버의 기술 인프라를 SME와 창작자에게 제공한다, 플랫폼 네이버가 강조하는 상생의 방식. 지난해말 네이버는 “향후 2년간 SME와 창작자를 서로 연결하는 데 18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카페·블로그 등에 흩어진 로컬 콘텐츠를 네이버 ‘스마트 플레이스(네이버 검색·지도 등에 상점 노출)’와 엮고 ▶SME 교육 및 촬영을 지원하는  ‘파트너스퀘어’ 확대 등에 쓸 계획.  SME의 해외 진출 지원도 네이버의 차별화 포인트.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합작 경영 중인 일본 라인-Z홀딩스에 ‘스마트스토어’를 선보여 국내외 SME의 해외 진출을 돕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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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단골·관계 탄탄한 당근마켓
“동네생활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당근마켓서 찾도록 하겠다”는 포부에 SME는 빠져선 안 될 퍼즐이다. 당근마켓 앱의 한가운데 ‘내근처’ 탭을 배치한 것도 그런 이유.

● 당근마켓 ‘내근처’는 구인·구직, 과외, 부동산, 중고차 등 생활정보 게시판이다. 그런데 올해초부터 세탁특공대, MISO(이사), 반려동물 케어 펫트너가 등장했다. 당근하러 앱 열었다가, 세탁 예약하는 흐름이 자연스럽다. 올 2분기 중엔 GS리테일과 손잡고 인근 편의점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 등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당근페이도 나온다 : SME가 당근마켓에 ‘비즈프로필’을 만들면, 채팅·댓글로 단골손님과 대화하고 영업시간도 알릴 수 있다. ‘당근에서 소식 보고 왔다’는 손님에겐 특별 할인도 가능. 김은지 당근마켓 비즈프로필 PM은 “당근마켓은 ‘치킨집 검색’이 아니라, ‘단골 치킨집과 관계’를 맺는 곳이라, 기존 포털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현재 비즈니스모델은 지역광고. 회사 측은 간편결제 당근페이(가칭)도 붙일 준비중이다. 당근마켓서 동네 미용실을 예약하고 동네 식당에서 음식 주문·배달이 가능해질 수도.

5. 하이테크 vs 하이터치

네이버와 당근마켓은 같은 꿈을 꾼다. 지역 중심으로 사람, 정보, 사업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플랫폼. 그러나 가는 길은 다르다. 네이버가 효율성과 편리성을 강조하는 ‘하이테크’라면, 당근마켓은 감성과 체험을 강조하는 ‘하이터치’를 중시한다. 둘 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가 상권의 미래로 꼽은 전략.

동네에서 세계로 : 네이버는 로컬 브랜드가 전국구로, 더 나가 글로벌로 가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한다. 네이버웹툰이 미국과 유럽까지 뻗어간 것처럼, 잘 키운 로컬 브랜드는 곧 네이버의 대표 상품이 된다. 실크로드를 잘 깔아 놓으면, 통행세를 받을 수 있다.
동네는 동네답게 : 당근마켓은 전국구 온라인 판매자나 대기업의 비즈프로필 등록은 받지 않는다. “전국구 가게보다 내 주변 동네가게가 성장하길 바란다. 숨겨진 가게를 발견하고 연결해 단골로 만들어주는 것에 포커스를 둔다”는 것. 퇴근길에 들르거나 만날 수 있는 ‘하이터치’ 지향.
●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근마켓은 처음부터 이웃 간 신뢰를 강조해 성공한 만큼 서비스 확장에서도 공동체·신뢰 같은 무형 자본을 강조하는 게 유리하지만, 네이버는 글로벌향 서비스를 키우는게 핵심인 만큼 지역도 데이터를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 뜨거운 하이퍼로컬의 세계

전국 각지의 OO단길, OO수길의 시대는 이제 한물 간 걸까.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지인 중심 상권에 대한 관심은 뜸해졌다. 대신, 유통·배달·커머스 플랫폼과 지역 콘텐츠·상권이 만나 ‘하이퍼로컬’ 생태계를 만드는 중.

편의점 : 라스트마일을 강조해온 유통업계도 동네에 관심이 많다. 편의점은 ‘생활 밀착형 거점 공간’으로서 공공요금 수납, 배달이나 반값택배, 커피 구독, 지역 세탁소 연계 등 서비스 허브로 거듭나는 중.
배달 : 배달 앱 1위 ‘배달의 민족’은 자사의 B마트를 통해 지역 장보기로 확장 중고, 로컬 푸드를 전국에 배달하기도 한다. 지역 소상공인을 발굴해 스토리를 입히고 전국구로 키워주는, 네이버와 닮았다.
미국서도 넥스트도어 : 지역 기반 SNS 넥스트도어(2008년 창업)는 미국의 동네 플랫폼. 주소 인증을 기반으로, 지역 부동산·행사·분실물 정보·중고거래 등 다양한 교류가 일어난다. 거주지역 이외 정보는 못 보는데, 미국 4가구당 1가구 꼴로 넥스트도어를 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이 회사의 가치는 50억달러(5조 6000억원)에 달한다.

팩플 서베이
"동네 생활 플랫폼, 네이버와 당근마켓 중 누가 더 잘할까요?" (응답기한 만료) 👉설문 결과 분석은 '팩플언박싱' 메뉴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팩플팀이 추천하는 자료
1.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의 ‘D-커머스 리포트’ 👉바로가기
네이버가 2018년부터 온라인 창업과 성장 데이터를 분석 연구해 발간하는 리포트 시리즈. SME를 위한 신기술과 실증 연구 사례 등을 담고 있다. 네이버는 로컬 비즈니스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셨던 분이란면 유용할 듯.

2. 동아비즈니스리뷰(DBR) 당근마켓 케이스 스터디 (2019년 11월, 284호) 👉바로가기
당근마켓의 사업모델 부터 거래 범위 제한의 이유, 지역기반 비즈니스의 특징 등을 충실히 다룬 케이스 스터디. 분석한지 좀 됐지만 당근마켓의 뼈대를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

3.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 저, 알키 👉책 정보 바로가기
모종린 연세대 교수의 책. 〈골목길 자본론〉, 〈인문학,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다〉와 함께 로컬 비즈니스를 다룬 3부작. 코로나 위기 이후 동네 경제의 부상과 향후 로컬의 미래를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