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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 미달 거래소 폐업 D-35…내 코인 어떻게? [똑똑,뉴스룸]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14:00

업데이트 2021.08.2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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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독자 나진원님의 질의를 받아 담당 기자가 심층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다음달 25일 본격 개정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 접수를 하지 못하는 ‘자격 미달’의 거래소가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다음달 25일 본격 개정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 접수를 하지 못하는 ‘자격 미달’의 거래소가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의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9월 25일. 암호화폐 투자자에게는 운명의 날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명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날 본격 시행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 접수하지 못한 ‘자격 미달’의 거래소가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다수 거래소가 문을 닫거나 폐업하면 투자자가 입금한 돈과 암호화폐를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정치권과 업계 등이 신고 유예기간 6개월 연장 등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지만 더욱 짙어지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종말(아포칼립스)’의 그림자에 투자자의 속은 타들어 간다. 이미 혼란과 충격, 피해는 속속 현실화하고 있다.

공무원 김모씨(45)는 노후자금 1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김씨는 2년 전 소규모 거래소에서 암호화폐인 ‘블록메이슨링크’을 무려 1억원어치나 사들였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노후자금으로 모은 돈을 쏟아부었다.

코인값이 오르자 이를 다른 거래소로 옮겨 팔기 위해 기존의 거래소 지갑에서 해당 코인을 꺼내려고 했지만, 거래소 측에서 서버 문제 등의 이유를 들면서 수차례 지연시켰다. 결국 다른 거래소로 옮겨 해당 코인을 비싼 값에 팔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해당 코인이 대부분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기 때문이다.

거래소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진행했지만, 수사는 빨리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해당 거래소는 지난 5월 홈페이지 개편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김씨는 “투자금을 잃고 생활자금조차 부족해 은행에서 1억원가량을 대출할 수밖에 없었다”며 “거래소가 문을 닫아 돈은 고사하고 구입한 암호화폐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을 닫은 거래소에 분통을 터뜨리는 건 김씨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트레이너를 하는 임모씨(30)는 지난 4월 말 암호화폐거래소 ’비트바이 코리아’의 유튜브 광고를 본 뒤 투자를 결정했다. 당초 우량 배당주에 투자하려던 3000만원과 신용대출 1200만원을 받아 거래소에 4300만원을 예치했다. 은행 예금처럼 돈을 넣으면 이자를 준다고 여겨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예치금을 맡긴 지 한 주가 지난 뒤 서버점검을 이유로 출금이 지연되다가 거래소는 돌연 문을 닫아버렸다. 거래소의 텔레그램 운영도 중단됐다. 임씨는 “돈을 통째로 날린 것 같아 눈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이른바 '빅4'로 불리는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도 특금법의 허들을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코인 투자자와 암호화폐 거래소가 결국 종말을 맞을 것인가. 이들의 운명을 예상하려면 그동안의 궤적을 따라 가볼 필요가 있다.

자금 세탁 막는 특금법에 발목 잡히다

지난해 3월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앙포토]

지난해 3월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본회의에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앙포토]

암호화폐 거래소의 위기는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에서 특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국제 기준에 따라 불법자금 세탁과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고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원래는 금융기관 사이의 금융거래에만 적용됐지만,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개정안이 암호화폐 거래까지 포괄하며 사태가 커진 것이다.

다만 암호화폐 거래소에는 6개월의 신고 유예를 해줬다. 그 결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려면 다음달 24일까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두 가지 조건에서 시작된다.

첫 번째 조건은 ISMS(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는 것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정보자산 보호를 위한 관리체계가 적합한지 심사를 요청한 뒤 각종 인증을 받아야 한다. 신청에서 인증서 발급까지 통상 4~6개월이 소요되고, 정보보호조직 구성과 보안체계 구축을 위해 많게는 수억원의 비용이 든다.

두 번째 조건은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서비스다. 암호화폐 거래에 은행의 실명확인을 거친 입출금계좌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자금 세탁 등의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대부분 암호화폐 거래소는 법인계좌 아래 가상의 계좌번호를 만들어 다수의 개인계좌를 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투자금을 관리한다. 이른바 ‘벌집 계좌’라 일컫는 집금계좌 방식으로, 불법자금 입금 시 금융당국의 추적이 어렵고, 개인계좌의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아 대포통장 등으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거래소 검증은 은행 책임?…실명계좌 발급에 난색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암호화폐 거래소가 줄폐업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데는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인 데 있다. 특금법상(제5조2항) 은행이 계좌를 발급해준 거래소의 안정성을 보증해야 하는 ‘연대 책임’ 구조 때문이다. 은행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여부와 고객의 예치금과 자기 재산을 분리 관리 여부, ISMS 인증을 획득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도 은행이 계좌를 내준 거래소의 안정성이 미비하거나 해당 거래소가 자금세탁 등 연루될 경우 은행에 책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을 꺼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암호화폐 자금세탁을 둘러싼 위험부담에다 거래소 검증에 소요되는 비용 및 시간보다 거래소와의 제휴로 얻는 수수료 수익 등의 이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ISMS 인증을 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실명계좌가 없어도 원화로 암호화폐 거래를 하지 않으면 사업을 운영할 수는 있다. 예컨대 비트코인을 이더리움이나 도지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로 사고팔 수는 있다. 이럴 경우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다른 거래소로 암호화폐를 옮기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탓에 사업성이 떨어진다.

해외 거래소 서비스 중단…국내는 줄폐쇄 위험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 자금세탁방지 의무이행 사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 자금세탁방지 의무이행 사항.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암호화폐 거래소의 마지막 날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한 달 정도다. 다음달 25일부터 ISMS 인증과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한 대부분의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현재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발급받은 암호화폐 거래소는 업비트(케이뱅크), 빗썸, 코인원(이상 NH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뿐이다. 추가 계좌 발급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견 거래소 관계자는 “은행과 최선을 다해서 더디게 협상하고 있지만, 다음달까지 실명계좌 발급이 힘들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며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업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탓에 긍정적인 반응을 은행도 관심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부 소규모 거래소는 이미 문을 닫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달빗’과 ‘데이빗’은 지난달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해외 거래소도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를 시작했다. 네이버 일본 계열사인 ‘라인’이 미국에서 운영하는 거래소 ‘비트프론트’는 지난 15일 국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지난 13일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도 원화 매매 서비스와 마케팅을 중단했다.

결국 '빅4 거래소'만 생존?…6개월 신고 유예 연장?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비트코인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결국 국내의 4개 대형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를 제외하고 살아남을 업체는 전무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기준 업비트 한 곳만 금융 당국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 접수를 마친 상황이다. 실명계좌 없이 ISMS 인증을 획득한 일부 거래소가 암호화폐 간 교환 서비스로 전환한 채 은행과의 협상을 이어갈 수 있지만 투자자 혼란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은행의 실명계좌를 발급받고 신고 접수를 마친 대형 거래소조차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가 지난 6월 국내 거래소 25곳을 조사한 결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요건을 충족한 사업자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도 지적 사안을 보완하지 못하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거부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래소 줄폐업 속 투자자 피해가 늘면 책임 공방이 가속화할 수 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금법 시행으로 거래소의 줄폐업보다 억울함과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자의 집단행동으로 해당 사안이 정치권으로 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선 일부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를 추가 유예하는 또 다른 개정안도 등장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 유예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내 코인 지키려면…일단 안전한 거래소로 옮겨야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프론트’는 지난 15일 공지시항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사진 비트프론트 홈페이지 캡쳐]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프론트’는 지난 15일 공지시항을 통해 한국어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사진 비트프론트 홈페이지 캡쳐]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선 가능한 빨리 파산이나 폐업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소로 예치금과 암호화폐를 옮겨야 한다. 홍기훈 교수는 “올해 초부터 계속된 금융 당국의 경고를 무시한 채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에 예치금과 암호화폐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자신이 거래하는 거래소가 서비스 종료를 발표할 경우 자금 출금 방법과 암호화폐 이관 절차 안내에 따라 거래소 계좌에 예치된 돈은 빨리 출금해야 한다. 또한 거래소의 ‘암호화폐 지갑’에 보관된 암호화폐는 다른 거래소로 이관해야 한다. 문을 닫는 거래소 A의 암호화폐 지갑에 들어있는 비트코인을 운영 중인 B 거래소의 지갑으로 이관하는 식이다.

중소 거래소가 돌연 폐쇄를 선언하고 예치금 등을 무작정 반환하지 않아도 피해를 본 투자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에는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예금이나 투자상품처럼 암호화폐를 보호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합법적으로 파산을 선언하더라도 투자자가 암호화폐와 예치금을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거래소 자산 매각 대금을 채무자와 채권자가 나누는 과정에서 선순위 채권자(국세, 지방세, 담보권을 설정한 채권자)에게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일반 채권자’ 신분인 거래소 이용자 몫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서희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서비스 종료 후 예치금을 반환하지 않는 ‘먹튀’를 할 경우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소송을 진행할 수 있지만, 거래소가 파산했을 경우에는 소송이 어려워 예치금이나 암호화폐를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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