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츠랩]물적분할이 불러온 갈등…주주들은 폭발하고…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12:00

업데이트 2021.08.23 16:06

델타 변이에 테이퍼링에 중국 경기둔화까지.. 시장이 너무 가라앉고 있지만 침착하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들여다보기로 합니다. 오늘은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앤츠랩이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그리고 요즘 배터리 부문 물적분할 얘기로 아주 시끄러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배터리 분할, SK이노베이션

나이가 들어가시는 분들은 옛날 석유회사 ‘유공’을 기억하실 겁니다. (유공 축구단도 있었어요.. 대우 로얄즈, 할렐루야 축구단 아시면 리스펙..) 그걸 SK가 인수했고 세월이 흘러 이름을 안 촌스럽게 하겠다고 SK이노베이션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노베이션’이란 이름이 참 애매한데요. (선경 혁신??)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은 이 회사 안에 석유,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석유개발 부문이 사업부 또는 자회사 형태로 공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K에너지 울산CLX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울산CLX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자회사’ 대목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SK이노베이션은 그간 계속 물적분할을 해 왔습니다.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등. 가장 최근엔 SK아이이테크놀로지(전지 분리막)까지. ㈜동네빵집에서 팥빵, 크림빵을 팔다가 크림빵 장사가 잘 되니까 ㈜크림빵집을 만들겠다는 거고, 이번 물적분할 대상은 앞으로 오랫동안 장사가 잘 될 것 같은 배터리 부문인 거죠.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향후 5년 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5배 이상 늘리기 위해 18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영업기밀을 침해해서 2조원도 줘야 합니다.ㅜ) 한 마디로 돈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 부문을 자회사로 떼어내 상장한 다음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건데요.

·석유 매출이 66%, 배터리는 6% 미만

·폭발적 성장세 대비해 투자자금 마련하겠다는데

·물적분할 선택해 주주 손해...배당 더 준다는데 '글쎄'

물적분할은 지금 SK이노베이션이 추진하는 것처럼 ‘SK배터리’를 100% 자회사로 분리시키는 것이고요. 기존 주주구성 그대로 새 회사를 만드는 건 인적분할이라고 합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 입장에서 인적분할이 유리합니다. 분할비율만큼 새 회사 ‘SK배터리’의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 물적분할을 하면 완전히 다른 회사이기 때문에 한 주도 받을 수 없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더 화가 나는 건 SK배터리가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 자산 5000억원 가운데 75%인 3770억원을 가져가면서도 장기차입금 2조2000억원 중에선 32%인 7000억원만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주식도 안 줘, 새 회사가 돈은 다 가져가는데 SK이노베이션에는 빚만 남겨.. SK이노베이션 주식이 하나도 없는 저마저 화가 날 지경입니다.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5월 코스피 상장식에서 북을 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100% 자회사다. 뉴스1

노재석 SK아이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가 5월 코스피 상장식에서 북을 치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100% 자회사다. 뉴스1

그럼 SK이노베이션은 왜 물적분할을 하겠다고 해서 주가 떨어뜨리고 주주들 폭발하게 하느냐. 앞서 말씀드렸듯이 SK이노베이션은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인데요. (SK이노베이션은 ㈜SK의 자회사이기도 합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부문을 ‘인적분할’하면 SK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가 아니라 ㈜SK의 33% 자회사가 됩니다. 그럼 SK배터리의 기업가치를 10조원이라고 치고 인적분할은 주주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니까 ㈜SK 3조3000억원, 다른 주주 6조7000억원인데, ㈜SK 지분을 법이 정한 20%까지 낮춰도 6조5000억원 밖에 투자를 못 받아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셀.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용 배터리셀. 사진 SK이노베이션

그런데 물적분할을 하면 SK이노베이션의 100% 자회사니까 가상의 기업가치 10조원이 지분 20%라고 치면 40조원까지 신규 투자를 받을 수가 있는 거죠. 인적분할을 해도 주주배정 증자를 하면 되는데 그러면 지분율에 따라 ㈜SK가 3조원을 넣어야 합니다. SK 입장에선 그렇게 하기는 또 싫은 거죠. 9월 16일 임시 주총 때 물적분할 안건이 올라올텐데, 작년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때를 보면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안건이 주총을 무난히(?) 통과했어요.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을 해도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앞서 물적분할 한 SK에너지, SK석유화학 등의 실적도 다 SK이노베이션의 ‘연결 실적’으로 잡혀요. 그런데 우리가 지금 회계장부 어떻게 쓰는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지금 주주들이 배터리를 보고 SK이노베이션 주식을 샀지 석유에 감탄해서 샀겠어요? (물론 SK이노베이션의 매출 비중은 SK에너지 66%, 화학 21%, 윤활유 7%, 전지∙소재 등 기타 사업 6%이긴 합니다.)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 배터리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헝가리 제2 배터리 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예상되는 건실한 기업입니다. 현대차그룹, 포드, 폭스바겐 등 많은 완성차 회사들이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주문하고 있어요. 글로벌 배터리 시장도 향후 10년간 10배 성장이 예상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성난 주주들을 달래려고 배당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분할 이슈를 고려해도 SK이노베이션이 저평가돼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배터리 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입장에서 굳이 이렇게 복잡한 사정이 있는 SK이노베이션을 선택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배터리나 양극재·음극재 기업들이 많이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배터리에 투자하려면 다른 대안도 많다!
※이 기사는 8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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