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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웹툰 속 혐오, 플랫폼 책임은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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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레터 27호, 2020.10.27.

Today's Topic
웹툰 속 혐오, 플랫폼 책임은?

팩플레터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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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래를 검증하는 팩플레터입니다.
웹툰 많이 보시나요? 웹툰의 인기, 하루이틀 얘기는 아니죠. 〈미생〉, 〈신과 함께〉, 〈이태원 클라쓰〉, 〈아만자〉 등 TVㆍ웹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웹툰들이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한국 기업이 만든 웹툰 플랫폼이 디지털 콘텐츠 허브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이후,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다시 만들어냈다는 건 한국 ITㆍ콘텐츠 산업이 자랑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웹툰이 요즘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섭니다. 여성ㆍ장애인에 대한 혐오 표현이나 범죄를 희화화한 내용들 때문인데요. ‘표현의 자유’냐 ‘정치적 올바름이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웹툰 시장을 만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IT 플랫폼 기업의 역할을 소비자들이 묻고 있거든요. 중개자라며 슬쩍 발을 빼기엔 웹툰 산업에서 플랫폼이 가져가는 광고 수익과 트래픽의 무게가 가볍지 않습니다. 오늘 Factpl_Explain에선 이런 관점으로 웹툰 논란을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핵심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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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웹툰 소비자 : 매일 보는데, 이건 좀 선 넘네?
1020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독자가 많다. 댓글과 SNS 등으로 작가와 소통하고 작품에 대한 의견도 기탄없이 내는 편.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과 인권 감수성을 중시하는 독자들 중에는 소수자 비하 등 논란이 계속되는 작품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2. 네이버·카카오 : 일본 찍고 미국 GO… 하려는데 독자님들 잠시만요.

양대 웹툰 플랫폼.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미국, 유럽까지 진출하며 웹툰을 ‘차세대 먹거리’로 찍었다. 그런데 인기작의 ‘혐오표현 논란’이 반복되며 난감. 작가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고, 독자는 ‘내용 검수 제대로 하라’고 요구한다.

3. 웹툰 작가 : 혐오, 그것 참 어려운 문젠데…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혐오표현’을 둘러싼 작가들의 의견도 분분. 혐오 재생산은 막아야하지만,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려면 연출은 불가피하다. 독자 반응에 민감하며, 국가 검열이 강화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입장.

4. 한국만화가협회 : 자율규제하겠소! 혐오 표현은…생각 좀 해보겠습니다
웹툰자율규제위원회의 운영 주체. 2012년 ‘국가 검열’에 반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자율규제권을 따냈다. 태생이 작가 연합체라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편. 혐오 표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못 내놨다. 사실상 플랫폼의 자정작용에 기대는 중.

🧾 목차

1. 무슨 일이야
2. ‘웹툰 논란’이 지금 중요한 이유
3. 플랫폼, 책임은 어디까지
4. 플랫폼의 딜레마
5. 정부는 뭐하고?
6. 해외에선

1. 무슨 일이야

‘디지털 만화’ 웹툰에서 혐오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혐오할 자유가 아니다”란 목소리가 커졌다. ‘공권력의 검열’이 아니라 ‘소비자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과거 ‘표현의 자유 vs 검열’ 논쟁과는 다른 모습.
지난 8월 작가 ‘기안84’의 〈복학왕〉이 도마에 올랐다. 여성이 성상납을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내용에,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담긴 여성혐오”란 주장과 “창작의 자유”란 주장이 충돌했다. 지난달엔 작가 ‘삭’의 〈헬퍼2:킬베로스〉가 미성년자 성적 대상화, 강간 희화화 등으로 연재를 멈췄다. 〈헬퍼2〉는 남성 독자들이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소수자 비하 논란도 반복된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의 청각장애 희화화와 〈윌유메리미〉의 수어 희화화 등은 장애인 인권단체의 항의를 받고 내용을 수정했다.
소비자 눈이 매서워졌다. 작품의 세부 표현에 대해 의견을 내고 비평한다. 작가 퇴출이나 플랫폼에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흐름을 두고 ‘시민 독재’란 비판도 있다.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는 “옛날엔 국가에서 검열을 했다면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도 논란이 됐다. 주 작가는 “신중하지 못한 단어 선택이었다”며 사과했다.

2. ‘웹툰 논란’이 지금 중요한 이유

‘서브 컬쳐’였던 만화가 IT기업의 플랫폼과 결합해 ‘주류’가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은 ‘웹툰 종주국’ 소리도 듣는다. 국내서든 해외서든 웹툰이 지속 성장하려면 ‘플랫폼 경쟁력을 좌우할 창작 생태계’와 ‘정치적 올바름(PC)을 요구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이 중요해졌다. 성(性)·인종·종교·장애에 대한 편견과 혐오 논란이 반복되는 건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는 IT 플랫폼 기업에도 리스크다.

① IT 플랫폼, 웹툰을 태우다
● 플랫폼을 빼고선 웹툰의 탄생도, 성공도 말하기 어렵다. 2003년 2월 다음 뉴스섹션 내 ‘만화속세상’이, 2004년 6월 네이버웹툰이 문을 열었다. 2003년 등장→2008년 스마트화→2013년 유료화→2018년 글로벌 진출을 거치며 5년 주기로 진화 중.
● 매달 1100만명 이상이 네이버·카카오를 통해 웹툰을 본다(국내 안드로이드 기기 기준). 양대 플랫폼 소비량이 전체 웹툰 소비의 70%. “웹툰 플랫폼은 작가와 독자들에게 웹툰 문화상품을 접하는 데 있어서 피할 수 없는 통로이자 환경이 됐다.” (김수철·이현지, 문화산업에서의 플랫폼화, 2019)
● 1020 세대에게 웹툰은 일상 그 자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디지털 만화를 소비한 적 있는 10대의 21%와 20대의 26.6%가 디지털 만화를 ‘거의 매일’ 본다고 답했다. 주 3~4회 본다고 답한 비율도 1020세대 평균 20%. (2019 만화 산업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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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소비자, PC를 요구하다
● 핵심 소비자인 1020세대의 감수성이 달라졌다. 혐오표현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한다. 인터넷 청원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집단행동도 불사. 〈복학왕〉 관련 연재 중지 청와대 국민청원엔 13만명이 동의했다.
●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혐오표현과 젠더 관련 문제제기가 늘었다. 웹툰 내 여성혐오를 제보받는 트위터 계정 ‘웹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신고 및 플랫폼에 집단항의를 의미하는 ‘총공’을 통해 실력을 행사하는 중. 올해 8월까지 방심위 신고 건수는 88건으로 지난해 전체 66건을 이미 넘어섰다.
● 최근엔 ‘대안 웹툰’ 플랫폼도 등장했다. 거대 플랫폼이나 성인 콘텐츠 위주의 유료 플랫폼에서 소외된 주제를 다룬다. 독립 플랫폼 ‘딜리헙’의 박유진 대표는 “상업성이 약하더라도 다양한 작품을 연재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독자들의 의견이 많다”고 했다.

③ 웹툰, 글로벌로 진격하다
방탄소년단(BTS) 못지않게 잘 나가는 게 웹툰. 지난해 한국 웹툰의 글로벌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차세대 한류’의 핵심이다. 혐오 표현 논란 때마다 ‘더 키워야지, 억누르면 안 된다’는 반론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도 서둘러 해외로 나가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본사를 할리우드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옮겼고, 카카오도 일본에 이어 동남아, 인도 등으로 진출하는 중. ▶MZ세대 소비자 ▶글로벌 시장 ▶원천 스토리(IP)라는 측면에서 웹툰의 상품 가치는 더 높아질 전망.
● ‘웹툰’이란 단어를 만든 게 한국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 스크롤(50~60컷), 도전만화 같은 작가 승급제, ‘기다리면 무료’라는 수익모델까지⋯. K웹툰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었다.
● 네이버웹툰은 현재 100개국서 만화 앱 1위에 올랐다. 8월 기준 전세계 6700만명이 800억원을 네이버웹툰을 보는 데 썼다.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도 지난 7월 일본 내 트래픽·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매년 2배 이상 성장 중.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는 “웹툰은 한국이 종주국으로 작품성과 플랫폼의 서비스 운영, 구성, 수익화 경쟁력 모두 세계 최고”라며 “웹툰의 평균 이용시간은 동영상의 73%에 육박하며 도서·음악을 압도하는 영역”이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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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플랫폼, 책임은 어디까지

논란이 된 작품은 대부분 작가 사과 후 작품 수정 선에서 끝난다. 정부 검열은 사라졌지만, 소비자 요구를 무시하긴 어렵다. 최근엔 작가뿐 아니라 ‘웹툰 플랫폼’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단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① 웹툰 키워 득 본 플랫폼, 책임져야
반복되는 논란엔 해당 작품들을 게재하고 작가와 수익을 나눈 플랫폼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획부터 게재, 유통, 편집권까지 가진 플랫폼이 재발 방지 대책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
● 기본소득당·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등 8개 단체는 지난 8월 네이버웹툰 본사 앞에서 “네이버는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며 시위했다. 이들은 네이버 이용자 1167명으로부터 ▶기안84 작가의 ‘복학왕’ 연재 중단 ▶여성혐오·소수자모욕 작품에 불이익 조치 ▶네이버웹툰 이용규칙에 여성혐오·소수자비하 금지 조항 신설 등을 요구하는 서명도 받았다.
● 웹툰은 플랫폼의 ‘선정’과 ‘검수’를 받는 콘텐츠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사용자 콘텐츠 기반의 유튜브·페이스북 등도 정책상 혐오표현을 규제하는데, 대기업이 직접 계약을 맺고 내보내는 콘텐츠라면 책임 여지는 더 크다”고 했다. 이재민 만화평론가도 “작가와 작품을 ‘픽’한 편집부가 아무 고민 없이 작품을 공개한다면 직무 유기”라고 했다.
● 플랫폼이 작품에 개입할 수 없다면 작가 교육이라도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웹툰 작가인 성수현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장은 “인권·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플랫폼이 교육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② 플랫폼은 ‘중개자’일 뿐
플랫폼은 중개에 충실하면 된다는 입장. 플랫폼이 더 강한 편집권을 행사하면 조회수나 결제액 중심의 시장 논리가 강화되거나,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플랫폼도 작품 개입은 꺼린다.
●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들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창작자와 독자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작가와 소통에 더 노력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 아니겠나”라고 했다.
● 김신 중부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시장 논리대로 할 수 밖에 없다”며 “플랫폼에 책임을 요구하면 손쉬운 방법을 택해, 결국 조회수가 많은 작품만 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혐오표현 규제 쟁점과 대안’(한국언론정보학보) 보고서는 “기업이 주도하는 자율규제는 실효성이 낮고, 기계적 적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인식 개선 노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난지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웹툰자율규제위원장)는 “외압을 통한 규제 강화는 산업적·예술적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가 많은 만큼 지금의 자율적 자정작용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게 돕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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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의 등장, 복잡해진 논의

● 2019년 이후 콘텐츠 제작사(CP)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작가 혼자 전체를 끌고가는 작품보다 CP와 플랫폼이 사전에 기획해 생산하는 작품이 늘어나는 중. 소비자 데이터와 취향을 분석해, 검증된 콘텐츠에 대량의 인원과 비용을 투입하는 식이다.

●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예전에는 개인 웹툰 작가의 개성과 역량으로 연재가 진행된 작품들이 다수였는데 최근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 각색과 배경 등 업무를 분업화한 스튜디오형 제작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 한 CP 제작사 관계자는 “점점 더 역할이 세분화되고 있고, 여럿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는 웹툰이 많다”며 “특정 논란에 대해 작가의 책임만 묻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4. 플랫폼의 딜레마

오리지널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며 스타 작가의 위상이 올라갔다. 창작의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플랫폼의 자세, 스타 작가를 모셔오기 위한 조건이다. 기안84 같은 스타 작가의 콘텐츠엔 플랫폼이 의견을 내기 어렵다.플랫폼은 괴롭다. 글로벌 산업으로 주목받는 웹툰에 논란이 일 때마다 노심초사. 사회적 책임과 창작권 존중 사이에서, 개입하면 ‘사적 검열’이고 개입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라고 비판받는다. 혐오와 차별의 기준을 누가 정할 것이냐는 문제부터 작가의 관리와 보호를 동시에 해야한다는 부담까지 짊어졌다.

① 작가가 ‘갑’
● 네이버웹툰 전체 작가의 연수익은 3억원, 탑100은 9억원, 탑10은 31억원이다. 상위 10명이 버는 돈이 전체 평균의 10배. 한 업계 관계자는 “유력 플랫폼엔 수백명 작가가 연재를 하지만 실제 돈이 되는 대표 작가는 소수”라며 “이런 작가는 갑 중의 갑”이라고 했다.
● 플랫폼의 역할도 제한적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원고가 완성되면 담당자가 피드백을 줄 순 있지만, 반영해달라고 작가에게 강제할 순 없다”며 “꾸준히 독자의 선택을 받으며 성장한 작품들엔 플랫폼이 개입할 여지가 더 적어진다”고 말했다.
● 반면 미국의 DC코믹스·마블코믹스는 회사가 IP를 소유한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집단 창작이 발달해있다. 일본 출판만화 시장도 스토리 단계부터 편집부와 작가가 함께 만들어간다. 필터링 절차가 많아, 논란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기에 효과적.

② 소비자는 ‘왕’
논란작은 대부분 인기작이다. 네이버웹툰에서 논란이 된 작품 대부분이 요일별 조회수 1~3위 안에 든다. 인기가 있어 문제가 드러난 것인지, 아슬아슬한 소재가 인기를 얻는 것인지 플랫폼도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논란이 된 작품이 벌어들인 광고수익이 큰 것도 사실.
● 플랫폼에 중요한 건 독자, 소비자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평소 직원들을 “회사와 작가가 갈등하면 작가 편을 들어라. 작가와 독자가 갈등하면 독자 편을 들어라”라고 교육하기로 유명하다.
웹툰 조회수를 기준으로 연재 웹툰의 배열이 결정된다. 10대 남성 독자가 많이 찾는 네이버 웹툰엔 학원물·판타지 등 남성향 작품이 많다. 폭력성·젠더이슈 논란에도 더 많이 얽힌다. 반면 카카오페이지는 20대 여성 독자가 많아 로맨틱 코미디 등이 인기.
● 연재물 특성상, 소비자의 조회수와 댓글은 창작 과정에 실시간으로 영향을 준다. 카카오페이지 관계자는 “시나리오 작업이나 작화 도중 소비자 댓글의 영향을 받는 작가들이 많다”며 “독자와 소통을 거쳐 비로소 웹툰이 완성된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③ 플랫폼이 알아서 걸러라?
작가 탓, 소비자 탓 하지 말고 플랫폼도 시대정신에 맞게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단 요구에 플랫폼도 할 말이 있다.
●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관계자들은 “혐오 표현에 대한 반감이나, 젠더 감수성이 강해진 사회 분위기 등을 반영해 내부에서 심의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플랫폼이 섣불리 기준을 제시하고 개입하기 시작하면 ‘사적 검열’의 우려도 커지고,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 혐오표현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찾는 사회적 ‘논의의 장’이 검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5. 정부는 뭐하고?

웹툰 논란이 반복되지만, 사실 정부가 할 일은 별로 없다. 2012년 방심위가 몇몇 웹툰을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하려다 반대에 부딪힌 후, 웹툰 심의의 판은 업계 자율규제로 넘어갔다. 방심위에 민원이 제기되면, 민간기구인 웹툰자율규제위원회(한국만화가협회 부설)가 심의한다. 그런데 그 자율규제가 지금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 웹툰자율규제위는 심의에 따라 플랫폼에 ▶서비스 종료 ▶청소년 접근 제한 ▶성인 인증 권고 ▶연령 등급 조정 ▶내용 수정 중 하나를 요구할 수 있다. 현재 웹툰은 웹툰이용등급표시제에 따라 이용 대상 연령을 4등급(전체, 12세, 15세, 18세)으로 표시하고 있다.

● 그러나 연령 등급도 권고일 뿐, 자율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단 지적이 많다.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특위원장은 “현행 자율규제엔 혐오와 차별의 기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며 “일괄적이고 단편적인 규제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 이에 대해 홍난지 웹툰자율규제위원장은 “내년 초에 차별표현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독자 의견을 수렴해 심의 근거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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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해외에선

비단 웹툰만의 문제는 아니다.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콘텐츠를, 플랫폼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냐는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 해외에선 유튜브, 페이스북 등 사용자가 콘텐츠를 올리는 플랫폼까지 책임을 지우려는 움직임. 미국의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상원은 오는 28일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잭 도시 트위터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에 관련 증인 출석을 요청했다.

●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를 온라인 콘텐츠의 단순 전달자(Mere Conduit)로 볼지,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을 통해 편집권(Editorial Decision)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지다. 후자에 점점 힘이 실리는 중.
● 그간은 개별 플랫폼이 가이드라인(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규정)을 통해 폭력·범죄·혐오발언·가짜뉴스 등을 자체적으로 단속해왔다. 특히 인종차별, 종교, 젠더 이슈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엔 강경 대응.
독일은 2018년부터 ‘네트워크 법집행법’을 시행 중이다. 사용자 200만명 이상인 SNS는 소비자 불만 접수 후 24시간 이내에 불법 콘텐츠를 차단해야 한다는 법이다. 국가가 ‘어떤 온라인 공간을 규제할 것인지’ 기준을 명시한 사례.

팩플 서베이

"웹툰 논란에서 플랫폼의 적극적 개입, 필요하다고 보세요?"(응답기간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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