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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당겨 내일 와주세요" 애원···의사들 '백신 한방울' 사투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8.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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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의 촉: 의사는 '백신 폐기 0' 위해 사투 중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백신접종센터에서 60~74세 고령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백신접종센터에서 60~74세 고령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하려고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연령이 30세 이상으로 확대되고 50대 화이자·모더나 접종이 개시되면서 일선 의료기관이 붐비고 있다. 많은 병원이 세 종류의 백신을 접종하면서 실수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피 같은 백신이 한 방울이라도 버려지지 않아야죠."
부산 동래구의 개업 3년차 의원 윤모 원장은 하루 100명을 접종하랴, 환자의 접종 일정을 조정하랴, 일반 환자 진료하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산다. 그는 A4 용지에 빼곡히 작성한 세 가지 백신의 '폐기 0' 일지를 보여줬다. 이달 10일~다음달 24일 접종 계획, 예약 조정 현황을 담고 있다.

12일 60~74세 AZ백신 2차 접종이 시작되고, 17일 잔여물량을 30,40대에 접종할 수 있게 되면서 일과가 더 복잡해졌다. 어떡하든 12명을 채워서 폐기 물량이 생기지 않게 한다. 윤 원장은 "할머니 혹시 하루 당겨서 내일 와 주세요"라고 통사정한다. 하루,이틀 늦추는 경우는 설득하기 더 힘들다.
화이자도 7명, 모더나도 12명을 꽉 채워 한방울도 남지 않게 조정한다.

윤 원장은 "이번 주에는 19일 노쇼 한 명이 있어서 1명 분을 버렸다. 얼마나 아까운지"라며 "한 방울이라도 버리지 않아야 하는데"라고 말한다. 그는 "평소 우리 병원에 오던 환자들이 많아 '폐기 0' 취지를 설명하면 다 따라준다"며 "대부분의 접종 의료기관들이 우리처럼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간호사 1명을 더 채용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이 백신을 희석해서 나누고, 접종은 윤 원장이 한다. 행여 백신이 섞일까 걱정이 돼서다. 수액실을 없애 접종자 관찰 공간을 넓혔다. 덴탈 마스크를 쓰고 오는 환자에게 KF94를 무료로 제공한다.

"백신수급만 잘되면 접종률 금방 오를텐데" 

서울 중구 미래의원 김성배 원장은 매일 오전 10시 잔여백신 현황을 앱에 올린다. 당일 방문자를 미리 파악해서 얼마 남는지 확인해 오전에 공개한다. 19일 AZ 백신 6인분 잔여 물량을 올렸더니 3명은 금방 왔고, 나머지는 노쇼가 발생해 두 차례 올린 끝에 '폐기 0'를 만들었다.

AZ백신 접종 연령을 30,40대로 확대하기 전 2주 가량 하루에 2~3인분은 폐기했다. 지금은 30,40대 구분없이 AZ백신을 맞으면서 폐기 물량이 없다. 미래의원은 하루 50~60명을 접종한다. 김 원장이 직접 접종한다.

그는 "일반 백신은 간호사가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새로운 것이라서 직접 한다"며 "당뇨환자, 스탠트(심장혈관 확장장치) 시술환자 등 만성질환이 있는 단골 환자들은 접종을 망설이다 주치의 격인 내가 접종하면 신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백신 접종 의료기관들이 폐기 물량이 생기지 않게 애쓰고 있고, 국민이 정말 잘 따라준다"며 "한국은 주민번호가 있어서 접종 사고가 날 우려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하루에 전국적으로 80만명이 접종했다"며 "백신 수급만 잘 되면 접종률이 금방 올라갈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기자 부부도 12일 AZ백신 2차 접종을 했다. 5월 27일 잔여백신으로 일찌감치 1차 접종을 한 덕분에 첫날 2차 접종을 마쳤다. 오전 11시 동네의원에 들어가니 손등에 '아스트라제네카' 스티커를 붙여줬다. 체온 측정, 문진표 작성을 마치고 20분 가량 대기하다가 진료실로 아내와 같이 들어갔다. 열 나는지, 특별한 질환이 없는지 등을 간단하고 물었고 곧 접종했다. 15분 정도 관찰 공간에 대기하다 귀가했다.

그 동네의원을 나서자마자 거기서 문자가 왔다. '50세~74세 한정 코로나 잔여백신 예비명단 등록 가능합니다'라고. 그 병원에 등록된 사람에게 무작위로 문자를 발송한 듯했다. 그 병원도 '폐기 0'를 위해 무척 애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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