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법유턴 택시에 '쾅'···생업 잃은 가장 "사과도 않더라" [영상]

중앙일보

입력

진정성 있는 사과 못 받은 게 가장 억울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하는 택시에 부딪혀 모든 걸 잃었는데…. 아직 사과 한마디 못 들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대행 일을 해 온 A씨(35·강원 춘천시)는 지난 20일 오후 춘천지방법원을 찾아 ‘불법 유턴으로 사고를 낸 택시기사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목발에 의지한 A씨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법원을 찾은 건 지난 4월 발생한 교통사고 때문이다.

A씨는 4월 2일 음식 배달을 위해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를 지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택시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했고, A씨의 오토바이는 택시와 그대로 충돌했다. 사고 당시 A씨 몸은 택시를 넘어 도로로 떨어졌다. A씨가 정신을 차렸을 땐 누군가 헬멧을 벗긴 뒤였고 다리에 심한 통증이 있었다.

A씨는 “택시와 부딪치는 순간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론 기억이 없다”며 “눈을 떴을 땐 주변에 구급대원 등 여러 사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 순간 이후 기억 전혀 없어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사진 A씨 제공]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사진 A씨 제공]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사고 당시 모습. [사진 A씨 제공]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사고 당시 모습. [사진 A씨 제공]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대퇴부 골절로 허벅지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이후 45일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거동이 불편해 소변줄을 찼고, 진통제가 없으면 잠을 이루지도 못했다고 한다.

몸이 아픈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생계였다. 중고차 딜러였던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고차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자 생계유지를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배달대행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4개월 만에 사고가 나면서 지금까지 일을 못 하고 있다.

A씨의 아내 역시 남편이 거동을 못 하자 병간호를 위해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여파로 간병인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방역 문제로 여러 명이 번갈아가며 병간호를 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A씨는 사고 후 4개월이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뼈가 완전히 붙지 않아 목발과 진통제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진통제 없으면 밤에 잠도 못 자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수술을 하면서 골절된 뼈를 고정하기 위해 철심을 박았다. [사진 A씨 제공]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수술을 하면서 골절된 뼈를 고정하기 위해 철심을 박았다. [사진 A씨 제공]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사진 A씨 제공 ]

지난 4월 강원 춘천시 석사동 춘천교대 앞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불법 유턴을 하던 택시와 사고가 나면서 골절된 A씨의 다리 사진. [사진 A씨 제공 ]

A씨 부부는 현재 부모 등으로부터 생활비 도움을 받는 상황으로, A씨 아내는 일주일에 세 차례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A씨는 “택시기사가 불법 유턴만 안 했으면 이렇게 살고 있진 않을 텐데 그 사고 한 번으로 모든 게 무너졌다. 생활비가 없어 타던 차를 팔았고 새집으로 이사하려는 계획도 무산됐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상황에서 A씨를 더욱 화나게 하는 건 아직 택시기사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A씨는 택시기사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지난 9일 춘천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했다. 공판이 끝난 뒤 택시기사와 마주쳤지만 사과를 받지 못했다. 공판 이후 A씨는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진정서를 내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피해자는 평생 이렇게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빚만 계속 늘고 있는데 사고를 낸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것에 화가 난다”며 “지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택시기사 B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 선고는 오는 9월 15일 춘천지법에서 내려진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