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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븅♡' 문자 진짜였지만…경찰은 '첫 성관계' 들여다본다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자신을 사회복지사 남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내가 직장상사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 일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자신을 사회복지사 남편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내가 직장상사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 일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어린 상사가 아내 강간" 진실 공방

"미혼인 30대 복지센터 대표가 유부녀인 40대 사회복지사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로 지목된 센터 대표의 휴대전화에서는 "서로 좋아했다"는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카톡 대화와 통화 내용이 나왔지만, 경찰은 "두 사람의 첫 성관계의 강제성 여부가 쟁점"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전남 나주경찰서 "이달 안 수사 마무리"

전남 나주경찰서는 21일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복지센터 대표 A씨의 휴대전화에서 두 사람 간 통화 녹음 파일이 나와 분석 중"이라며 "이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통화 내용은 자동으로 녹음됐고, 아직까지 협박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통화 녹음 파일이 많은 데다 50분씩 통화한 것도 있어서 전부 듣고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가 "합의 하에 성관계했다"며 경찰에 증거로 낸 "자갸", "알라븅♡" 등 카톡 대화 내용은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분석 중인 두 사람의 통화 내용도 카톡 대화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한다.

앞서 해당 센터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B씨는 지난 6월 25일 "A씨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대표 권한을 이용해 차량과 사무실 등에서 나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유사성행위 등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담긴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복지센터 대표가 지난 6월 사회복지사와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톡 대화 내용 일부. 경찰은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복지센터 대표가 지난 6월 사회복지사와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톡 대화 내용 일부. 경찰은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남편 "극단선택 시도" 청원…대표 "합의" 반박

B씨 남편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내가 직장 상사에게 강간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신을 사회복지사의 남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복지센터의 대표는 제 아내보다 10살 어린데, 지난 4월 초부터 대표의 권한을 이용해 위력을 행사하여 제 아내를 수차례 강간하고 수차례에 걸쳐 유사성행위를 강요했다"며 "이 사건으로 극도로 우울해진 아내가 자살 시도를 하면서 저와 아직 초등학생인 세 아이들까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경찰에서 "B씨와 수차례 성관계를 한 건 맞지만 서로 좋아서 그랬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6월 15일부터 21일까지 B씨와 카톡으로 주고받은 대화 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해당 파일에는 B씨가 A씨에게 "낼봐 자갸ㅎㅎㅎ", "오피스와이프는 이만. 낼 봅시다", "ㅋㅋ알라븅~♡♡", "난 혼자는 못살듯ㅋㅋ", "원래 스킨십도 좋아하고", "나 보고싶음?" 등의 말을 한 내용이 담겼다. 두 사람의 카톡 대화는 '보배드림'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진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첫 성관계 과정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강제로 당했다", "서로 좋아서 그랬다"며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데다 B씨 진술을 입증하는 물적 증거나 목격자가 없어서다.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성폭력 이미지. 중앙포토

경찰 "양측 주장 상반…억울함 없도록 수사"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통화와 카톡 내용이 전반적으로 피의자(대표)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해서 성폭력 가능성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한 가지 증거만 놓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B씨 측 요구로 B씨 차량 내부에서 DNA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의뢰했으나 분석 결과 A씨의 체액은 나오지 않았다. 또 센터 직원들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마쳤지만,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 주장이 상반되기 때문에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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