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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방영 후 반년…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근황 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2월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 사진 SBS 유튜브 캡처

지난 1~2월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 사진 SBS 유튜브 캡처

지난 20일 오후 1시.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모란역 뒷골목의 한 식당에서는 손님 1명만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점심 특선을 팔고 있던 인근 식당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두 곳 모두 지난 1~2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된 곳들이다. 근처에서 의류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던 식당들인데, 어느 순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반짝했던 골목 인기도 사그라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4차례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 방영됐지만…

인적이 드문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채혜선 기자

인적이 드문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채혜선 기자

올해 초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4회에 걸쳐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을 다뤘다. 김치찜짜글이·생면국수·육개장 가게가 요리연구가 백종원의 도움을 받았다. 해당 방송 프로그램은 쇠락해가는 골목 상권을 되살려보고자 백종원이 영업 등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방송 직후만 해도 식당들에 손님이 몰렸다고 한다.

방송 후 약 반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이날 찾은 모란역 뒷골목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과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피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방송 인기는 석 달 정도 갔던 것 같다. 그 후 코로나19가 심해지면서 타격이 컸다”며 “방송 인기에 힘입어 거리가 잘 되길 바랐는데 거리가 또다시 죽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방송 인기는 잠깐…“코로나19에 휘청” 곡소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에서 소개된 가게들. 주민 호평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 편에서 소개된 가게들. 주민 호평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사진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공교롭게도 이날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 달 초까지 2주 연장된다는 발표가 나온 날이었다. 수도권 음식점·카페 등은 다음 주부터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줄어든다.

3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해 온 자영업자 A씨는 “거리두기 발표에 따라 상권이 휘청거린다. 아예 나가지 말라는 뜻으로 사람들이 받아들이는데, 우리보고 언제까지 참고 버티라는 거냐”며 “방송 덕분에 몇 달이라도 사람이 붐볐던 골목이 그립다.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은 “방송으로 인한 인기는 잠깐이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그나마 점심 장사로 몇 그릇 팔면서 버텨왔는데, 오늘만 해도 점심때 손님이 거의 없었다”며 “음식을 팔지 못해 만드는 양도 절반으로 줄였는데도 손님이 없다. 이 시기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작 협찬 지원한 성남시…“금액 공개 불가”

'골목식당' MC 등뒤로 노출된 성남시 모란역 등. 사진 SBS 유튜브 캡처

'골목식당' MC 등뒤로 노출된 성남시 모란역 등. 사진 SBS 유튜브 캡처

해당 방송 편은 성남시가 의뢰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는 SBS에 협찬금도 지원했다. MC들이 모란시장이나 남한산성 등 성남시 명소를 설명하거나 상황실에 앉아 있는 출연자 뒤로 성남시 로고가 화면에 노출됐다. 성남시는 구체적인 협찬금 액수를 밝히진 않았다. “방송사 경영상·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성남시 관계자는 “모란역 중심가는 사람이 워낙 많지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모란역과 떨어져 있어 위치가 후미진 편에 속하고 모르는 시민도 많아 지원이 필요했다”며 “죽어가는 상권을 살려보자는 취지로 협찬을 진행했다. 맛집 등이 많으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다시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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