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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조선(造船)대국' 한국 … 10년 뒤도 걱정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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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조선소. 밀린 일감을 소화하기 위해 야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상 최대 수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는 침체한 국내 경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선 요즘 안벽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안벽은 내부 설비 등 배의 내장 공사를 하기 위해 방파제처럼 바다 쪽으로 쌓은 제방이다. 이 회사가 최근 많이 수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24개월의 건조 작업 중 6개월이 안벽에서 이뤄진다. 이 회사 제영섭 이사(종합계획실장)는 "사상 최대의 수주 호황이 이어져 2009년부터 매년 LNG선 17척을 진수할 계획"이라며 "단기간에 시설을 늘리기 쉽지 않아 도크 작업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면서 안벽 작업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의 승승장구가 계속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선박 2881만t 가운데 1206만t을 따내 41.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일본(19.2%)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수주 잔량(주문을 받은 물량)은 1357만t으로 세계 시장의 36.4%를 차지한다. 쉴 새 없이 조선소를 가동해도 3년 반 동안 일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양이다. 조선업계는 올 3분기에도 사상 최대인 124억 달러어치를 주문받아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 빅3'는 이미 100억 달러 이상씩을 수주해 연간 목표를 초과달성한 상태다. 조선공업협회 한종협 상무는 "한국 조선소의 생산 능력이 한계에 달하면서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들을 중심으로 수주 단가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10년 뒤에도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산업이 한국 조선업"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들의 호황은 연관 산업에도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LNG선 내부에 들어가는 보냉제를 만드는 한국카본은 조선소들의 주문을 대기 위해 직원들이 매일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올 초 3000원대에서 최근에는 8000원대까지 올랐다. 조종실과 선실 등의 구조물을 납품하는 오리엔탈정공은 부산 녹산공단에 있는 공장을 완전가동해도 주문량을 소화하기 어렵자 인근 부지를 임대해 생산을 늘릴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엔진 부문은 올해 세계 처음으로 단일 공장 1000만 마력 생산 기록을 달성할 전망이다. 두산엔진.STX엔진 등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전태흥 상무는 "조선업은 고용 인원이 많고 국산화율도 높아 국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어떤 산업보다 크다"고 말했다. 국내 조선소가 만드는 배에 들어가는 엔진과 페인트는 100% 국산이다. 철판과 파이프는 국내에서 물량을 댈 수 없어 해외에서 상당량을 들여와야 한다. 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8000만 달러짜리 유조선 한 척을 수주하면 인건비와 자재비.이윤 등으로 배값의 90%가 넘는 7400만 달러가 국내에 남는다.

대우증권 성기종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수많은 원.부자재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거쳐 경제의 활력소가 된다"며 "중국의 추격에 대비, 첨단 선박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울산.거제=나현철.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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