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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3 '레볼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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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손으로 총알을 막아 후두둑 떨어뜨린 장면으로 각인된 영화 '매트릭스'. 1999년 첨단 테크놀로지와 고난도 와이어 액션이 결합돼 첫선을 보인 '매트릭스'가 드디어 수수께끼 같은 네오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11월 5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개봉될 '매트릭스 3 레볼루션'이 그 해답이다.

'매트릭스'는 '아키라'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비디오 게임, '스타워즈'와 '에일리언' '터미네이터' '맨 인 블랙' 등 숱한 공상과학 영화와 홍콩 액션물의 교배로 탄생한 '잡종', 그 자체였다. 여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자체가 가상일 수 있다'는 발상으로 철학과 종교, 신화와 과학을 혼합, 인간의 정체성 문제를 다뤄 하나의 '문화현상'으로까지 평가받았다.

지난 5월 개봉돼 전세계에서 7억3천5백만달러를 벌어들인 2편 '리로디드'는 영화사상 열번째 흥행수입을 올렸는가 하면 현재까지 올해 흥행 1위, R등급(18세 이상 관람가) 영화 사상 최고 흥행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1편에 비해 2편은 일각에서 '리로디드'(재장전)대신에 '오버로디드'(과부하)라는 비아냥을 얻었지만, 어떤 첨단 영상기법을 보여 줄지, 어떤 반전으로 끝맺음할지 3편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여전하다.

◇빗속의 마지막 결투

3부작의 2, 3편인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은 두 편이 한 편처럼 제작돼 1, 2부로 나누어졌다. 기계와 인간의 대립이 종말을 향해 치닫는 2편의 이야기가 3편으로 이어져 기계에 의해 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 최후의 몸부림을 그리고 있다. 현실과 매트릭스의 중간 세계에 갇혀 있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에 의해 구출된 네오는 매트릭스 시스템의 심장부로 잠입한다. 볼거리는 기계와 인간의 치열한 전투, 그리고 말미에서 벌어지는 네온과 스미스의 빗속 결투에 무게가 쏠려 있다.

와이어 액션보다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펼쳐지는 기계와의 전쟁이 영화의 절반에 가까울 만큼 비중이 커진 것이 큰 특징. 장시간 펼쳐진 애니메이션 덕분인지 공중곡예 같은 네오와 스미스의 격투 장면은 이 역시 가상 촬영기법과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장면임에도 인간이 주체가 된 액션이라는 점에서 반가울 정도다. 장대비와 번개, 음습한 초고층빌딩, 그리고 진흙탕 속에서 연출된 이 장면을 가리켜 캐리 앤 모스는 "믿을 수 없는'(unbelievable), 말 그대로 '미친 장면(crazy scene)"이라고 극찬했다.

◇과부하 그 이후

"우리가 창조하고 발전시킨 모든 테크놀로지를 다 동원했다". 매트릭스 시리즈에 앞서 '다이하드'와 '리쎌웨폰' 등의 영화를 만들었던 제작자 조엘 실버의 말이다. "어떤 제작자는 컴퓨터 그래픽이 영화를 방해한다며 두려워하지만 쓸 줄 아는 이에게 이것은 굉장한 도구다". '전대미문'의 액션을 위해 가상 캐릭터를 창조해 가면서 제작 기법의 새 장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담은 말이다.

감독인 래리와 앤디 워쇼스키 형제는 영화 말미에서 '균형'과 '공존'의 미학을 마지막 카드로 내밀지만 정작 영화 안에서 그들은 길을 잃은 듯하다. 테크놀로지와 각종 영상 실험에 대한 강박증은 정작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잊은 것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탄탄했던 1편에 비해 2편에 가서 벌어진 주제와 과잉 액션 사이의 틈은 3편에서 만회되지 못한 느낌이다.

◇'시작은 있지만 끝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인간의 삶을, 혹은 이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섭리를 함축한 듯한 이 말은 그동안 1, 2편을 통해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 '매트릭스'가 대중을 향해 던지는 마지막 인사다. '앎에 대한 의지'로 빨간 알약을 집어 삼키면서 '보이지 않는 진실'을 보게 된 네오는 인류를 구원할 것인가.

끝은 오지만 그 과정이 개운치는 않다. 때문에 '매트릭스가 무엇이지?' '컴퓨터가 지배하는 가상 현실!' '매트릭스가 존재하는 한 인류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어'…. 자못 의미있고 멋있게 들렸던 1편의 말들이 3편에서는 '사랑과 광기는 놀라울 만큼 닮았어'같은 말처럼 젠체하지만 가벼운 대사로만 들린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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